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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의 양심은 어디로 갔는가”

  • 경향게임스 khgames@kyunghyang.com
  • 입력 2005.03.14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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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작년 한해는 서울대 황우석 교수의 인간배아복제 이야기로 전세계는 물론 대한민국이 떠들썩했던 한해였다. 인간의 존엄성 문제도 거론되기는 했지만 전세계를 앞선 생명공학 기술의 발전은 윤리성보다는 가치와 기술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황우석 교수의 명예와 성공은 혜성처럼 하루 아침에 나타난 것도, 태어난 것도 아니다. 많은 시간 실패와 좌절을 겪으면서 이뤄낸 뜻 깊은 일인 것이다. 하지만 ‘똑같은 노력과 시간’을 필요로 하면서 평가의 구분이 냉온탕으로 나눠지는 일들이 많이 발생한다. 한쪽은 시간과 노력이 가해져야만 빛을 발하는 반면 다른 한쪽은 시간과 노력이 가해져도 평가는 그대로인 부분이다.

지난 2월 16일 국내 굴지의 온라인 게임사인 A사의 신규게임사업발표가 있었다. 현 서비스중인 온라인 게임 후 3여년 만에 발표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며, 다양한 장르로의 변신이라는 면에서 게임관계자 및 일반 유저들의 관심을 살 만 했다. 하지만 발표 직후, 소식은 각 언론사들을 통해 전국에 뿌려졌고, 이를 본 유저들의 반응은 비난으로 빗발쳤다.

발표 게임중 하나인 '위키'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복장과 디자인이 비디오 게임으로 유명한 일본 닌텐도사의 '젤다의 전설-바람의 택트'와 너무 흡사하다는 것이다. 캐릭터의 생김새, 복장의 칼라, 로고를 감싸고 있는 구름 문양, 그리고 셀 쉐이딩(Cell Shading) 그래픽 기법 등. 비난의 글은 네트워크를 타고 급속도로 퍼지고 유저들의 비난 정도는 심각할 정도로 발전했다.

A사는 자타가 공인할 정도로 3D 온라인 게임의 리더로 유명한 게임회사다. 특히 미국 나스닥까지 입성한 대표적인 네임밸류를 자랑하는 회사가 외국 게임을 모방했다는 논란은 웃음거리로만 끝날 문제는 아니다.

첫째, 지식폭이 넓은 국내 유저들의 수준을 격하, 둘째, 온라인 게임 수출에 찬물, 셋째, 외국 온라인사에게 한국 진입 기회 제공, 넷째, 온라인 게임 종주국을 이룬 노력가에 찬물을 끼 얹는 행위일 수 있다.

PC 게임이 국내 개발사의 손으로 본격적으로 개발될 즈음인 1993년도에도 국내 B 사에 의해 일본 코나미사의 트윈비와 흡사하다는 슈팅 게임이 개발되어서 논란이 야기됐다. 물론 당시 개발자는 ‘창작의 자유’라는 면을 부각시켜 우연의 일치를 내세웠었다. 몇 년 전에는 C사에 의해 허드슨사의 유명한 게임인 ‘봄버맨’과 흡사한 게임과 닌텐도사의 ‘마리오카트’와 비슷한 게임이 제작, 서비스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닌텐도사에서는 ‘저작권의 범위에서 침해되었다고 판단할 경우 법적 절차를 밟겠다’고 한다. 앞으로 더 이상 자사의 저작물을 침해받지 않으며 보호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담긴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음반, 드라마를 비롯해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의 표절논란은 사실 빠른 속도로 전파되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유명 엔터테인먼트 아이템 분야에서의 홍보효과는 저비용 고효과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위키' 게임의 표절은 분명히 지난 표절논란과 다르다. 기존의 케이스가 게임시스템이라면 이번은 특정 게임을 연상시킬 수 있는 로고와 캐릭터의 논란이다.

물론 아님 말고 식으로 디자인은 변경하면 된다. 그런데 왜 국내 3D 게임의 대표적인 회사의 신규발표게임이고, 게임기획자는 젤다의 전설시리즈를 몰랐냐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표절의 강국이라는 오명을 씻기에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한 듯하다. 온라인 게임 종주국으로서 이벤트식 개발보다는 황우석 교수의 노력과도 같은 진국이 배어 나오는 노력이 필요할 때라고 본다.

/ 대원씨아이 게임사업부 본부장 송동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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