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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게임 개발자의 미래를 말하다

  • 경향게임스 khgames@kyunghyang.com
  • 입력 2005.03.21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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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게임개발자로 산다는 것은 매우 즐겁고도 어려운 일이다?” 전세계를 막론하고 게임개발을 하려고 모인 사람들이 서로 게임에 대해 대화를 나누며 같은 꿈을 꾸고 작업을 하는 과정은 매우 행복해 보인다.

심지어는 그들의 인생에서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커 보여서 이 사람들이 과연 바깥 세상이나 일반사회에서는 제대로 적응하고 살 수 있을 사람들인가 의심스럽기도 하고, 특히 ‘발렌타인데이’, ‘크리스마스’ 등 뭔가 연인과 함께 할 특별한 날에는 더더욱 불쌍하고 처량해 보인다. 그래도 맡은 바 즐겁게 일을 하면서 직접 개발한 게임을 수많은 게이머들이 기쁘게 플레이 해줄 것을 기대하며 오늘도 데이트 또는 처자식 있는 가정을 지키는 대신 야근으로 밤을 보낸다.

필자 본인도 현재 하나의 대형 프로젝트를 이끌면서 게임 개발자의 미래에 많은 의문을 가지고 살아오고 있었다. “과연 내가 언제까지 게임개발을 할 수 있을까?” “미국이나 일본엔 유명 개발자들이 나이 많은 사람들이 꽤 있던데 40대까지도 개발할 수 있지 않을까?” “10년쯤 뒤엔 전체적 평균 연령이 올라가서 50대까지도 아님 은퇴까지 계속 게임개발자로 남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도 해보았다.

본인만 이런 기대를 하며 살아온 것이 아니라 주위의 많은 개발자들이 이렇듯 순박한 핑크빛 미래를 기대하며 인생을 설계해오고 있었던 것이다(참고로 필자는 게임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PM이지만 전현직 프로그래머이기도 하다). 주위의 개발자들에게 암울한 현실과 미래의 이야기를 하면 대부분 현재 우리나라 게임업계가 기반이 약해서 그렇다는 등 미국, 일본만큼은 안되어도 그들의 선진 개발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으므로, 게임업계가 지금은 과도기이지만 더욱 탄탄해질 것이며 그로 인해 개발자들도 나이에 영향 받지 않고 더욱 안정적으로 개발에 매진하며 개발자의 미래도 훨씬 밝아질 것이라고 말한다. 필자도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하며 미래 역시 다가올 현실이므로 냉정할 것이다. 인기직종은 바로 그 직업의 수명과 수입에 달려있다. 과거부터 ‘의사’나 ‘판검사’, ‘변호사’ 등 소위 ‘사’자 돌림의 직업이 일등 신랑감으로 지목되곤 했었다. 그리고 ‘자’자로 끝나는 기술자, 개발자는 능력은 있으나 뭔가 불안하고 부족한 그러한 존재가 되어있다. 그리고 수명도 짧으며 연륜이 붙은 만큼 수입이 정비례해서 증가하지 못한다. 무엇보다도 ‘사’자 밑에 ‘자’자가 존재한다는 사회의 인식과 현실이 더욱 개발자를 초라하게 만든다.

현재 스타급 개발자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스타급 개발자 중에 현재 개발자로서 직접 개발을 하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는가? 그들은 개발사 직원이 아니라 개발사 임원으로 존재하고 있다. 개발자로서 주식, 인센티브 이외에 순수 억대연봉을 받으며 일하는 개발자를 본적이 있는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직설적으로 얘기하면 개발자는 애초에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직업이 아니다. 각종 웹진, 게임관련 잡지 등에 인터뷰하는 대부분의 게임업계사람들은 개발자보다는 업체대표가 대부분이다.

가끔 게임이 소개될 때마다 개발자 인터뷰도 하지만 역시 단발성에 그친다. 아니면 적어도 개발을 하면서 업계에 대해 현실적이며 정기적인 칼럼을 연재할 수 있는 개발자들은 없는 것인가? 그렇다면 외국은 개발자의 미래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밝은 것일까? 최근 몇 주전 미국의 세계제일의 개발/퍼블리싱 회사와 또 다른 게임사를 방문해본 필자로는 당황스럽기 그지없었다. 언젠가 해외 유명 개발사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국내의 많은 개발자들에게는 찬물을 끼얹는 발언이 되겠지만, 현실은 우리나라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세계최고 개발사의 경우 개발자 평균 연령이 30정도라고 한다. 간단히 약 25세~35세의 인력이 배치되어있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주당 근무시간도 40~60시간이라고 하며 데드라인 근처에는 철야작업을 당연히 한다고 말하고, 그러면 40, 50세까지 순수개발자로 남을 수 있을 것인가의 질문에는 가능한 일이기 하나 결혼해서 가정이 생기면 주 40시간 이상 일하기 힘들기 때문에 PM 또는 PD로 전직을 한다는 아주 솔직하며 현실적인 답변을 받았다. 게임회사에서 인센티브, 우리사주 같은 것은 누구나 줄 수 있다. 왜냐하면 결과가 좋을 경우에만 지불하면 되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외상보다 못한 것이다.

이러한 공수표에 현혹되기 보단 개발자들이 다양한 경험과 공부를 통해 유능한 관리자로 올라가 스스로의 몸값자체를 올리길 바란다. 또한 우수한 개발자 출신 관리자들이 제대로 게임을 기획하고 체계적인 시스템에서 후배들이 개발을 할 기회를 주며 ‘대박’만을 바라는 게임회사들이 업계의 주축이 되기보다는 체계와 마인드를 가진 게임회사들이 많이 양성되어 게임 개발도 단기성 투기사업이 아닌 장기적인 기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조이온 MMOG 사업부 한돌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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