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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없다면 게임이라 불릴 가치조차 없다”

  • 경향게임스 khgames@kyunghyang.com
  • 입력 2005.03.2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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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요즘 게임보다 드라마에 더 빠져 산다. 일주일에 9편의 드라마를 보고 있으니 제 정신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제 시간에 보는 것은 단 한편도 없고, 자야 할 시간에 자는 대신 나도 모르게 컴퓨터를 켜고 그날의 드라마들을 차례대로 보게 된다.

주중에 보지 못한 드라마는 주말에 몰아서 보게 되니까 주말의 여유라는 말은 잊고 산 지 오래다. 필자가 이렇게 드라마에 몰입하는 이유는 오직 한 가지. 다음편이 궁금하기 때문이다. 다음편이 궁금하다는 것은 한 달에 몇 만원씩을 내고 수 십 시간을 투자해가며 VOD 서비스를 이용하는 행위를 정당화 시켜줄 만큼 강한 동기이다.

많은 드라마를 보다 보면 때로는 보기 싫은 드라마가 생기기도 한다. 또한 한꺼번에 여러 편을 봐야 한다면 먼저 보고 싶은 드라마가 있고, 후순위로 밀리는 드라마가 있다. 정말 재미있는 드라마는 필자가 드라마보다 더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고라도 꼭 시간을 내어 보는 반면에 별로 재미없는 드라마는 돈을 내고도 보다 마는 경우가 있다.

모든 드라마는 적당히 다음 편이 궁금하도록 디자인되어 있고, 나름의 재미와 차별화 포인트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왜 그다지 보고 싶지 않은 드라마가 있을 수 있을까? 물론 필자의 취향과 맞지 않는 드라마가 있을 수 있지만 취향과 맞지 않는 드라마는 애초에 보려고 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그나마 취향과 무관하게 단지 다음 편에 대한 궁금함으로 계속 동기 부여되는 필자에게 중간에 보기를 포기하는 것은 다음 편에 대한 궁금함이라는 동기를 넘어서는 다른 동기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 어렸을 때 배운 작은 지식 하나를 꺼내 보고자 한다. ‘도입(발단)’- ‘전개(상승)’-‘절정(위기)’-‘하강(반전)’-‘대단원(결말)’ 이는 희곡의 구성 단계로서 대부분의 극은 이런 구성 단계를 따른다. 드라마도 하나의 극으로서 이런 구성 단계를 따르게 된다. 그런데 재미있는 드라마는 전체적으로 가지고 있는 이런 구성 단계 이외에 각 회차 별로도 ‘절정’-‘하강’-‘전개’-‘절정’ 이라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재미없는 드라마는 전체적으로는 희곡의 구성 단계에 충실할지는 모르지만 각 회차 별로 가져야 하는 구조를 무시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쉽게 말해 “지루하다.”, “전개가 느리다”라는 의미는 전체적으로 볼 때 구성을 잘못하고 있다기보다는 마지막의 한 방을 위해 회차 별로도 존재해야 하는 소규모 구성 요소를 무시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재미없는 드라마의 첫째 조건은 바로 회차별 구성요소를 무시하는 드라마이다.

재미없는 드라마의 두 번째 조건은 부조화라는 생각이 든다. 요즈음의 드라마는 등장인물간의 관계 설정이 점차 복잡해지고 상식에서 벗어나는 경향이 있다. 차별화라는 대전제에 부합하기 위하여 보다 색다른 보다 신기한 설정이 필요할 것이라는 점은 필자도 인정하는 바이다. 그러나 무리한 설정은 부조화라는 역효과를 낫는다. 쉽게 말해 “말도 안 되는 얘기”, “나와는 다른 세상의 얘기”, “공감할 수 없는 얘기” 라는 말을 듣는 드라마들이 이 부류에 속한다. 이런 드라마들 역시 필자로부터 외면을 받는 경우가 많다.

재미없는 드라마의 세 번째 조건은 진부함이다. 높은 시청률이 지상 과제인 드라마의 경우에 높은 시청률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확신을 줄만한 어떤 요소도 포기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어쩌면 모든 드라마는 비슷한 캐릭터, 비슷한 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나치게 스타의 캐스팅에 모든 걸 거는 드라마나 성공하는 드라마의 공식을 지나치게 차용하고 있는 드라마의 경우에는 역시 재미없을 가능성이 높다. ‘뻔한 얘기’라는 말을 듣는 드라마들이 바로 진부한 드라마이며, 이런 류의 드라마 역시 필자의 공감을 얻어내기 쉽지 않다.

필자가 이렇게 오래 드라마 얘기를 하는 이유는 사실 게임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게임도 반드시 가져야만 하는 구성 단계가 있다. 그리고 각 단계별로 가져야 하는 소규모의 구성 단계가 또한 존재한다. 모든 게임이 차별화를 외치지만 차별화가 지나치면 유저에게는 생소함 혹은 난해함으로 받아들여진다. 반대로 모든 게임이 성공한 게임을 모방하지만 모방이 지나치면 뻔하다는 얘기를 듣고 주저앉기 부지기수다.

적어도 재미없는 게임을 만들어 유저들로부터 외면 받지 않으려면 매 순간 재미있는 게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게임, 느낌이 신선한 게임을 만들면 된다. 하지만 이렇게 하는 것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그 이유는 6주 후 다음 회차에서 얘기하겠다. 다음 편의 궁금함을 위해.

/애니파크 개발총괄 권민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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