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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100만원짜리게임기를 구입할 것인가

  • 경향게임스 khgames@kyunghyang.com
  • 입력 2005.04.18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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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 카트라이더 깔아줘.” “재영아. 삼촌 PC는 예전 거라 카트라이더가 안 돼. 테트리스 설치해줄까?” “싫어. 에잇 꼬물 PC.” 며칠 전 필자의 집을 찾은 11살짜리 조카와의 대화다. 이미 그 녀석 집엔 필자조차 탐을 낼 만큼 고급PC가 설치돼 있다. 최상급의 그래픽카드 등 하드웨어 스펙부터가 장난이 아니다.

그래픽 전문가가 사용해도 될 만큼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지만 실상, 사용되는 것은 게임이 대다수다. 물론 아주 가끔은 서핑도 즐길 테고 워드도 칠 것이다. 그러나 지금껏 살펴본 바에 따르면, 이 PC의 주인인 조카 녀석은 오로지 게임에만 미쳐있다. 게임의 발전과 더불어 더 이상 플랫폼의 벽이 사라졌음을 절실히 느끼는 대목이다. 아니 어느덧 다기능의 머신인 PC가 100만원대 게임기로 전락했음을 알 수 있는 계기이기도 했다.

유독 필자 조카 만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 PC방보다는 게임방이라는 말이 더 친숙해진 것이 현실이 아니던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져야 할 일이다. 단순히 게임을 즐길 용도라면 2~30만원대의 게임기면 족하다. 필자가 강조하고 싶은 바는 바로 이것이다. 온라인게임 전용 PC의 도래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PC가 가진 주요 기능 중 한 두 가지만 활용한다면 굳이 고가의 PC를 구입할 필요가 없다. 게임에 최적화된, 게임만 즐길 수 있는 PC가 나올 법 한데도 도무지 소식이 없다.

생각을 해보자. 가령 온라인게임 전용 PC가 등장한다면 어떠한 일이 발생할까. 우선 개발자들부터 신이 날 것이다. 당장 버그가 줄 것이며 공통된 스펙인 만큼 개발시에도 용이하다. 유저들이라 해서 나쁠 턱이 없다. 저렴한 비용에 게임에 특화된 PC를 구입할 수 있고, 마치 콘솔 게임기를 즐기듯 최적화된 게임을 즐기는 바탕을 제공받게 된다. 게임업계와 하드웨어 업계, 정부 부처가 함께 힘을 합친다면 어려운 일도 아니다.

온라인게임의 계정비를 DC 해주거나 할부로 판매하는 방법도 있다. 혹은 인터넷 제공업체가 랜카드를 장기 임대하듯 대여 방식도 채택할 수 있을 것이며 대량 구매를 통해 단가 역시 낮출 수 있음은 당연하다. 또한 업그레이드시에도 비교적 저렴한 비용의 교체가 가능할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한 준비 과정에서 수많은 문제들이 쏟아질 것은 당연하다.

게임 전문 PC를 만들기 위한 스펙 결정부터 다양한 하드웨어사들의 물밑 접촉이 그러하고, 기존의 PC시장에 대한 메리트 역시 포기할 이유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무가 아닌 숲을 바라본다면 어떨까. 하드웨어 개발사들의 경쟁은 가격을 낮출 포석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며 나아가 게임 특화 드라이버를 제작하는 단계에 다다를 것이다.

기존 PC시장의 라이프사이클을 살펴본다면 게임PC가 수년 내 가시화될 수 있으리라 본다. 어찌 보면 어불성설일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젠 게임개발사들도, 유저들도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언제까지 게임을 즐기기 위해 100만원에 육박하는 PC를 구입해야만 하는가. 이것은 불필요한 낭비인 동시에, 괜한 노력이 아닐 수 없다.

/ 게임평론가 홍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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