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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가 없다면 게임이라 불릴 가치조차 없다(2)

  • 경향게임스 khgames@kyunghyang.com
  • 입력 2005.05.16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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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주전 필자는 한참 드라마 얘기를 늘어놓으며 적어도 재미없는 게임을 만들어 유저들로부터 외면 받지 않으려면 매 순간 재미있는 게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게임, 느낌이 신선한 게임을 만들면 된다고 얘기한 바 있다. 아울러 하지만 이렇게 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고 하였다. 오늘은 그 이유에 대한 잡설을 늘어놓아보려 한다.

필자의 경험이 풍부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필자 경험의 범위 내에서는 신규 게임을 기획함에 있어 가장 어려운 일은 “어떤 게임을 만들 것인가?” 에 대한 고민이다. 사실 굉장히 당연한 얘기이겠지만 앞서 얘기한 매 순간 재미있는 게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게임, 느낌이 신선한 게임을 만드는 것과는 또 다른 문제임에 틀림없다. 어떤 게임을 만들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끝나고 팀이 꾸려지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돈과 시간에 대한 제약을 제외하고는 즐겁게 일을 할 수 있다.

문제는 “도대체 어떤 게임을 만들어야 할까?”에 대한 고민이 그리 쉽게 끝낼 수 없는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획자들의 머리 속에는 마치 만들어야 할 게임의 리스트가 이미 주욱 정리되어 있는 것처럼 생각하기 때문에 고민의 해답을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아마 한 번쯤은 비디오 가게에서 비디오를 골라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필자는 비디오를 고를 때마다 항상 엄청난 고민에 빠진다. 게임을 만들 때도 이와 비슷한 것 같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게다가 나의 선택을 기다리는 동료들… 이 기분을 느껴 보려면 당장 친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비디오방으로 가보시길…

필자는 이런 고민에 빠지면 이렇게 풀곤 한다. 우선 지칠 때까지 잠을 자지 않고 이 게임 저 게임을 한다. 정말 졸려서 도저히 게임을 할 수 없게 되면 또 다시 지칠 때까지 아무 생각 없이 땀을 흠뻑 흘린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내가 가진 모든 것이 고갈되면 오랜 시간 잠을 잔다. 죽은 듯이… 내 나름대로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내 자신을 정화하는 일종의 의식인 것 같다.

심신을 괴롭히는 불행한 고민이 끝나면 그 다음부터는 재미있는 고민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나는 이 과정을 “주관과 객관의 싸움”이라 부른다. 매 순간 재미있는 게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게임, 느낌이 신선한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는 보편적인 사람들이 그렇게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숨겨져 있다. 하지만 인간은 누구나 주관적이기에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과정은 참 험난하다. 자신의 의견을 내는 사람은 누구나 (때로는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기도 하겠지만) “객관을 가장한 주관”적인 논거를 내세우기 때문에 의견의 일치를 본다거나 여러 의견을 동시에 반영하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어쩌면 쉽게 의견이 일치되고 넘어가는 일이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이다.

대부분의 게임 메니지먼트 강연에서 “모든 개발자가 스스로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되고 있다는 느낌을 줘야 한다” 라는 말을 한다. 그러나 아마도 그런 강연을 하는 그네들조차도 그 말이 “이상”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니 그래서 “모든 개발자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라!” 라고 단정 짓지 않을 지도 모른다.

필자의 생각에 “주관과 객관의 싸움”은 항상 주관적인 “의사 결정”으로 끝나는 것 같다. 가장 보편적인 결정에 가장 주관적인 의사결정이 필연적으로 뒤따르는 모양은 영 보기 좋지 않지만 현실적으로는 “여러 사람의 의견을 반영한” (실제로 반영이 되긴 하지만 전부 반영된 것이 아님은 확실하다.) 빠른 의사 결정만이 이 어려운 싸움의 유일한 해답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알고도 못 한다고 했던가? 어떤 게임을 만들어야 할 지 알면서도 재미없는 게임을 만드는 이유는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오늘 얘기는 조금 우울했던 것 같다. 다음 편에는 보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보려고 하니 많이들 기대하시라!

/ 애니파크 개발총괄이사 권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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