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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개발자의 딜레마 2

  • 경향게임스 khgames@kyunghyang.com
  • 입력 2005.12.19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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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주 전 딜레마1 편을 기고할 때만 해도, 이런 사전적 정의에 맞춰서 게임을 쉽게 만들어야 하는지 복잡하게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딜레마를 이야기했다. 또한 표절시비가 생기더라도 다른 게임에서 차용할 것은 차용해야 하는지 아니면 조금 재미가 없더라도 완벽히 창의적인 게임을 만들어야 하는 지에 대해 얘기했었다. 아아. 역시나 머리가 혼란스러울 테니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도록 하겠다. 애초에 게임 개발자의 일상을 소개해보려고 했던 것이니 괜한 고민하지 말고 웃고들 넘겼으면 좋겠다.

다음은 대부분의 개발자들이 가지는 일반적인 딜레마 들이다.
<개발하고 싶은 게임은 재미가 없거나 수익성이 없다.>
<개발하고 싶지 않은 게임을 개발하면 재미가 없거나 수익성이 없다.>
<그러므로 개발하는 게임은 재미가 없거나 수익성이 없다.>
B컨셉의 게임은 B’군의 유저들은 좋아하겠지만 A’군의 유저들은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개발할 게임은 수익성이 없다.>
<그래픽 퀄리티가 좋으려면 클라이언트 용량이 커진다.>
<그래픽 퀄리티가 나쁘거나 클라이언트 용량이 커서 컴퓨터 사양을 타면 좋은 게임이 아니다.>
<그러므로 개발하는 게임은 좋은 게임이 아니다.>

요즘 필자가 가장 고민하고 있는 딜레마는 다음과 같다.
<개발일정을 준수하지 않거나 혹은 과다한 일정 계획을 하는 PM은 자격이 없다.>
<정상적인 일정 계획을 하여 일정을 준수하려면 애초에 계획한 것 이외에는 절대로 아무것도 해서는 안 되지만 계획한 것 이외에 많은 일들이 중간 중간 얘기치 못하게 끼어든다. 그렇지만 이런 예상할 수 없는 일들을 반영하는 일정 계획을 하면 과다한 일정 계획이 된다. 이런 예상치 못한 일들을 예상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따라서 그 누구도 PM 자격이 없다.>

개발 일정 계획은 개발자, 마케터, 경영자, 퍼블리셔, 심지어 유저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가장 기본이 되는 작업이다. 그리고 보통 그 일은 PM이 최종적으로 정리하여 확정하게 된다. 물론 개발자 이외에 다른 모든 영역에서 볼 때 가장 좋은 PM은 일정을 정확히 준수하는 PM이다. 그러나, 일정은 정확히 준수하기 위하여 주위의 요청이나 내/외부의 제안을 전부 무시할 수는 없고, (만약 무시한다면 PM 본연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이다.) PM 본인 조차 만족할 수 없는 파트에 대한 개선작업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보통 이러한 일들은 미리 예측하기 어렵고 따라서 일정 계획상 예비일이라는 개념으로 잡아 넣는다. 그러나 경험상 예비일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필자는 정상 일정 대 예비일의 비율이 1:1을 넘어서는 것은 물론 1:2 이상이 될 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이미 예비일의 비율이 1:1을 넘어선다는 것은 사실상 일정 계획이 무의미 하다는 이야기이다.

그렇다고 전혀 아무런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게임 개발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닌 것 같으니 독자 여러분도 한 번 써 보시라. 우선 미래의 모든 일을 예측하려 쓸데없이 시간낭비를 할 필요가 없다. 처음에는 아주 러프한 계획을 수립하되 가장 눈앞에 보이는 결과물에 대한 목표 일정에 초점을 맞추어 계획을 잡는다. 목표일이 되면 다음 목표일, 또 다음 목표일 이런 식으로 일정을 잡아나간다.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언제 어느 시점에서나 정상 일정 대 예비일의 비율은 1:1을 초과한다. (물론 이것을 토대로 예비일을 정상 일정일만큼 잡아 놓는다면 실제 일정은 그 두 배가 들지도 모른다. 여기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기회가 되면 해보도록 하겠다.)

이런 사실을 인정한다면 장기 일정 계획은 당연히 불가능하고 단기 일정 계획은 오차 범위를 상당히 줄일 수 있다. 또한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1:1의 비율은 유지되지만 총량은 줄어들기 때문에 오차 범위가 작은 것 같은 느낌을 준다. 1년 계획을 잡았는데 1년 일정 차질이 생기는 것과 하루 계획을 잡았는데 하루 일정 차질이 생기는 것은 다르다는 얘기이다. 전체로 보면 동일하지만 전자보다 후자가 훨씬 예측가능한 일정임은 물론 다른 파트에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고, 구성원 개개인이 느끼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훨씬 줄여준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게임 개발뿐만 아니라 모든 일을 함에 있어서 누구나 다양한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딜레마라면 어차피 부딪쳐서 이겨낼 수 밖에 없다. 다만 그 피해를 최소화 할 필요가 있고, 빠른 의사결정과 유연한 사고는 그 피해를 최소화해 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 애니파크 권민관 개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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