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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기획, 인간의 감정을 건드려라!

  • 경향게임스 khgames@kyunghyang.com
  • 입력 2006.02.20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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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게임이 가져야 할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흔히들 멋진 그래픽과 웅장한 사운드, 호쾌한 타격감, 감동적인 시나리오, 적절한 보상과 밸런스, 혹은 친절하고 신속한 고객응대까지 훌륭한 게임이 갖춰야 할 요소는 너무나도 많다. 하지만 몇 달 동안 기다렸던 기대작을 플레이 해보고 기대보다 못한 허무한 느낌을 받게 되면 위에 열거한 저런 요소들이 잘 되었다고 훌륭한 게임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영화로 치자면, 초호화 캐스팅에 볼거리는 화려하지만, 보고 나면 남는게 아무것도 없는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고 ‘볼거리는 많은데 재미가 없다’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같다고나할까.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게임은 재미가 있어야 한다. 이 재미라는 요소는 어떻게 디자인되어 만들어지게 되는가. 고성능 게임엔진에 의한 화려한 그래픽인가 감동적인 시나리오인가 절묘한 밸런스인가. 아마도 많은 게임 기획자들도 연구하고 정의 내려왔던 부분이기도 하겠지만 필자는 나름대로 이렇게 정의를 내려 보았다.

‘게임기획=인간의 감정을 자극해줄 요소를 발견 (혹은 발명)’. 게임의 기획은 이와 같은 감정적인 요소부터 출발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이 자극요소는 감성적인 것 일수도, 말초적인 것이 될 수도 있다. 순간적일수도 지속적일수도 있다. 사람은 인생을 살아오면서 수많은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지내게 된다. 그 감정 중에서는 다시한번 느껴보고 싶은 감정도 있을 것이고, 직접 느껴보지는 못했지만 영화나 소설 속에서 제3자의 입장으로 느껴본 감정도 있을 것이다. ‘그러한 감정적 자극 중 하나를 사용자의 입장에서 느껴보도록 도와주는 시스템’이 게임이고, 사용자는 그 순간적인 짜릿함을 다시 한번 느껴보기 위해 지루한 노가다도 감수해낸다.

문제는 그 감정적 자극이라는 것이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것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보편적이며, 공감대가 클수록 훌륭한 게임이 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중세 암흑시대를 배경으로 한 어두운 게임이 만들고 싶다’보다는 ‘여럿이 모여 모험을 떠날 때의 그 설레임을 느끼게 하고 싶다’가 더 명확한 감정 요소가 될 것이다.

콘솔게임들이 이러한 하나의 감정적 자극에 충실하여 성공한 게임들이 많은데,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면 어릴 때 작은 눈덩이를 굴려서 크게 만들어나가는 짜릿한 감정에서 출발한 게임도 있을 것이고, 위험에 빠진 청순한 소녀의 가녀린 손을 잡고 구해냈을 때의 그 두근거림에서 출발한 게임도 있다. 혹은 삼국시대에서 수 백 명의 적군을 날려버리는 일당백 전투의 짜릿한 자극을 주는 것이 목적인 게임들도 있다. 이젠 고전이 된 울티마 온라인도 결국 ‘판타지세계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생활해보고 싶은’ 감정을 게임화하여 MMORPG의 교과서가 된 것이 아닌가.

이렇게 개발자가 만드는 게임을 통해 사람들이 어떠한 감정적 자극을 받게 될 것인가가 결정이 되었다면 그때부터 그래픽, 사운드, 시나리오, 프로그래밍등 모든 출력요소는 그 감정을 구현하는 수단이 되도록 기획(Game Design)되고, 또 구현되어야 한다. 그러한 감정적 자극이 불확실하거나 공감대가 적은 게임 디자인은 다른 출력요소들이 세계 일류급 결과물이라 하더라도, 정작 플레이해 봐도 아무런 감흥을 느낄 수 없는 ‘목적성을 상실한’ 정체불명의 제품이 되어버린다.

워드프로세서나 전화기를 사면서 감정적 자극을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저 제품이 이상이 없고 기능이 적당하면 불평없이 사용한다. 하지만 게임은 감성적인 충족을 기대하며 구매하게 되는 상품이다. 그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을 때 사용자는 ‘재미가 없다’고 평가한다. 게다가 소비자는 똑같은 자극을 두 번 이상 사려하지 않는다. 이는 영화나 음악등 모든 문화 컨텐츠의 특성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제는 기존에 성공한 모게임을 바탕으로 외양만 바꾸고 시스템 몇 개 추가해서 겉만 뻔지르하게 내놓는 식의 안일한 게임개발은 지양해야 한다. 그리고 아직 게임화되지 않은 인간의 감정을 발견하고, 자극해보자.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 개발1팀 이사 류기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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