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즐기는 유저들과 같이 즐겁게 플레이하고 싶었던 필자의 생각은 입사 첫날부터 박 깨지듯 깨지고 말았다. 매일 같이 게시판 상에서 벌어지는 유저들과의 논쟁, 버그신고 처리, 게임 내 모니터링, 전화 상담까지 흔히 알고 있는 온라인 게임 운영팀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업무를 경험하면서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운영팀을 격려해주는 유저들이 있었기에 그 힘든 시간을 견뎌 낼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2년 동안의 경험은 기획자가 된 후에 너무나 소중한 경험들이 됐다.
운영자로 2년간 일하면서 쌓아온 소중한 경험과 그 동안 꿈꿔온 꿈을 보태어 2년 여간 준비한 끝에 귀혼이라는 캐주얼 RPG게임을 2005년 11월에 세상에 선보이게 되었다. 비로소 필자는 유저, 운영자 그리고 개발자까지 온라인 게임의 트리플 크라운(?)을 드디어 이루었다. 하지만 곧바로 유저와 운영자, 개발자들은 서로 필요불가결의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절대로 가까워질 수 없는 사이인가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게임 내에서 운영자의 친근한 말투의 긴급점검 공지가 올라오면 유저들은 곧바로 서비스를 재개하라며 불만을 표현한다. 개발팀에서는 전혀 예측하지 못한 버그가 발생해 긴급히 수정해야 할 급한 상황이지만 유저들은 그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 유저들은 여러 가지 형태로 불만을 토로하고 이 모든 불만을 들어야 하는 것이 운영팀이다. 이는 실제 대부분의 온라인 게임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들이다.
개발자 입장에서는 게임 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방지하기 위해 테스트 서버를 운영해서 자체적으로 오랫동안 테스트를 거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견되지 않거나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점들로 인해 서버점검이라는 결단을 내리게 된다. 운영자 입장에서는 즐겁게 게임을 즐기고 있는 유저들에게 개발팀의 긴급 상황 때문에 ‘잠시 나가주세요’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유저 입장에서는 재미있게 즐기고 있던 게임이 잠시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하면 이유를 불문하고 불만을 토로할 수밖에 없다.
유저, 운영자, 개발자 이들은 모두 하나의 게임 서비스를 위해 꼭 존재해야 할 삼각형의 꼭짓점처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사이이다. 온라인 게임이 잘되는 것에는 여러 가지 기준이 있겠지만 유저와 운영자, 개발자가 얼마나 서로의 입장을 잘 이해하고 협력하여 게임 서비스를 위해 뭉치느냐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즐거움을 얻기 위해 게임에 접속하는 유저들, 좀 더 쾌적한 게임 환경을 유지보수하고 개발팀과 유저를 연결하는 고리 역할을 하는 운영자. 게임 내에 더 많은 재미와 흥미요소를 제공해야 하는 개발자. 세 꼭짓점이 적절하고 조화롭게 뭉쳐질 때 3박자가 고루 갖춰진 온라인 게임의 진정한 트리플 크라운이 완성될 것이다.
/앤앤지 장연우 기획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