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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노블3’ 리뷰) 시리즈 인기요소 총집합 완성도로 귀결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22.08.01 18:05
  • 수정 2022.08.02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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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은 이상한 세계. 인류의 생명력을 지탱하는 것은 다른 자의 생명뿐이다. 생명을 죽여야만 자신의 생명치가 다시 차며, 이 과정을 10년 동안 반복하면서 삶을 이어 나간다. 10년 뒤에 이들은 성인식을 치르며, 성인이 된 이들은 빛으로 소멸돼 삶을 ‘졸업’하게 된다. 성인식을 치른 이들은 장시간 동안 전장에서 생존에 성공한 자. 매일 같이 싸움이 이어지는 판에서 10년 이상 죽지 않고 버티는 이들은 전쟁 영웅과 다름이 없다. 인류는 이들을 존경하며, 축복한다. 남은 자들 역시 성인식을 성공적으로 치루는 것을 목표로 삶을 살아 간다.

주인공 역시 성인식을 목표로 살아가는 사람 중 하나다. 그런데 어느날 그의 눈 앞에 ‘나이든 사람’이 나타난다. 스스로 ‘60년’을 살았다고 말하는 그 사람은 얼핏봐도 쭈글쭈글한 외모에 일반적인 인류와는 다른 형태로 살아간다. 그를 본 순간 주인공은 충격을 받는다. 어쩌면 인류는 10살 이후에도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인류의 삶이 180도 바뀌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주인공들이 모험에 나선다. 

삶과 생명에 관한 이야기

어느 순간 내 눈앞에 나이 600살 먹은 노인이 등장했다고 치자. 그가 인류는 600살까지 살 수 있다고 말한다. 숨을 쉴 필요도 없고, 무엇을 먹을 필요도 없다고 하는 수준으로 이야기를 풀어 낸다. 그 만큼 믿을 수 없는 현상이 ‘제노블3’세계에서 일어 난다. 이를 두 눈으로 마주하는 주인공들은 고뇌에 빠진다.

그런 그들에게 작은 실마리가 열리고, 끈질기게 실마리를 추적하면서 진실을 파헤친다. 작은 단서가 쏘아올린 공은 세상의 근본을 뒤흔들만한 요소가 된다. 너무 충격적인 변화 탓일까. 주인공들은 여전히 진실과 거짓을 놓고 고민하며, 주변 사람들은 온갖 방법으로 진실을 찾아 가는 여정을 방해한다.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좀처럼 모를 세계속에서 답은 안개속에 가려져 있다.

게임은 사뭇 진지하다. 생명에 대한 이야기에서 출발해 인간의 삶을 이야기하고, 이를 이루는 우정, 사랑, 헌신, 배신, 필요악 등을 그들만의 방식으로 풀어내 쏟아 낸다. 그 사이에서 기쁨과 슬픔, 고통과 좌절, 삶과 죽음 등이 적절한 양념으로 어우러져 시나리오를 만들어 낸다. 개발진은 이를 위해 치밀하게 구성한 각본을 기반으로 게임 기법에서 쓰이는 연출들을 더해 한편의 대서사시를 빚어 낸다. 

‘인연’이 만들어낸 세계

개발진은 이 같은 시나리오를 설명하기 위해서 ‘콜로니’를 만들어 낸다. 각 콜로니는 실제 인류가 거주하고 있는 지역들이다. 그 곳에서 각자 삶을 살아가는데, 하나 같이 살아가는 이유가 있다. 각 거주민마다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삶을 살아가는 이유 등을 선보이면서 ‘인류’임을 인식시킨다. 이들이 ‘사람’처럼 보이는 순간, 칼로 베어 버리는 연출이나 서로 사랑에 빠지도록 만드는 연출이 동반 된다. 그 외 삶에 대한 내용들을 주제로 서로 얽혀 들어가도록 구성한다. 

흔히 말하는 ‘배우놀음’을 하는 셈으로, 그 규모가 수백명에 달하며, 이를 거미줄처럼 엮어 놓은 스토리텔링들이 기가막히다. 이는 약 100시간이 넘는 게임 플레이 시간 동안 계속 발생하며, 작은 사건 하나가 점점 번저나가면서 콜로니에 영향을 미친다. 콜로니가 변하면 다른 콜로니에도 영향을 미치며, 그 결과가 세상에 반영되는 형태로 게임을 설계한다. 

물론 그 중에는 그저 피식 웃기좋은 개그나, 현실과는 동떨어진 이야기, 다채로운 취향을 반영(?)하는 소소한 이야기들도 포함돼 있다. 그렇다보니 작은 요소 하나에도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는 그림으로, 이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주민처럼 유저들은 활동하게 된다. 

개발팀은 이를 ‘인연’시스템이라 칭한다. 각 구성원들과 대화를 통해 캐릭터들을 이해하고 인연을 쌓아 나가면 그것이 곧 게임에 반영되는 형태인데, 유저들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당장 피부로 와닿는 변화는 게임상에 필요한 편의 요소들이 업그레이드 된다. 인연을 쌓은 곳은 음식을 더 많이 주므로 식사 버프 시간이 길어 진다. 상인들이 숨겨둔 물품을 꺼내서 팔아주기도 하며, 유저들에게 부정적인 의견을 폈던 이들까지 마음을 열고 새로운 요소들을 제시하는 식이다. 작은 변화가 큰 변화를 이끌어 내는 설계로 이들을 만나고 대화하면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미 이 같은 시스템은 ‘제노블레이드’에서 몇 차례 시도됐는데 3편에서 좀 더 복잡도를 줄이고 해금 조건을 낮추면서 보다 대중적인 시스템으로 변신한듯한 설계다. 

인공지능 파티원들과 함께 하는 전투 

이 같은 세계속에서 유저들은 ‘살아가게’된다. 메인 줄기인 ‘생명’과 ‘설계자’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 나가야 하고, 동시에 각 ‘콜로니’에 대한 문제, 또 ‘사람’에 대한 문제 들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전투’가 발생하게 된다. 

이번 시리즈에서 ‘전투’는 총 6명 + 히어로 1명으로 구성해 치르게 된다. 각 캐릭터들의 스킬을 조합해 최적화된 성능을 이끌어 내는 것이 목표다. 유저는 한 번에 단 1개 캐릭터만 조작 가능하며, 나머지는 자동으로 움직이도록 설계돼 있다. 대신 전투 도중에 조작 캐릭터를 바꿔 원하는 캐릭터를 움직일 수 있도록 돼 있다. 이는 선택의 문제로 계속해서 캐릭터를 바꿔가면서 상황을 수습할 수도 있으며, 한 캐릭터만 꾸준히 움직이고 주변 세팅을 바꿔 나가는 형태로 즐길 수도 있다. 

유저는 파티를 이끄는 대장과 마찬가지다. 각 캐릭터가 사용할 스킬과 세팅등을 조율해 주며, 이들이 자동으로 움직였을 때도 실제 사람처럼 매끈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세팅해줘야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인공지능 성능은 나쁘지 않은 편으로, 대체로 인간에 비해 동작이 조금 굼뜬 캐릭터들을 생각하면 될 듯 하다. 대신 이들은 유저들의 말을 굉장히 잘 듣는다. 온갖 설정으로 이를 보완해준다면 전투는 한결 편하다. 

즉 ‘제노블3’에서 전투는 세팅 싸움이다. 각 캐릭터를 세팅해 최적화된 경로를 찾아 내고 이를 수행하면서 전투를 만들어 나가는 그림에 가깝다. 흔히 이야기하는 MMORPG식 전투로 보면 된다. 

대신 ‘제노블2’에서 보여줬던 ‘아케이드’스타일 전투도 가능한 부분이 있다. 이번엔 전 캐릭터가 ‘인터링크’게이지를 쌓은 뒤 변신하게 되는 시스템을 채택했는데, 변신 이후 대미지가 파격적으로 상승하는 시스템이 채택돼 지루함을 덜었다. 또, ‘체인 스킬’시스템은 주어진 캐릭터들을 순차적으로 선택한다음 콤보를 완성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전반적으로 ‘제노블1’의 전투에서 뼈대를 잡고, ‘제노블2’의 인기요소를 더한 다음 마무리한 형태에 가깝다. 유저 성향에 따라 아케이드 스타일 전투를 수행할 수도 있고, 팀단위 전략적 전투를 수행할수도 있는 방식으로 선택지를 넓혔다. 

단, 전투 시스템의 경우 ‘제노블1’을 선호하는 유저들의 경우 문제 없이 즐길만한 요소들이나, ‘제노블2’를 선호하는 유저들의 경우 설계하는 단계를 패스하고 싶은 경향이 있어 게임이 루즈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은 참고해야할 부분이다. 

클래스 시스템 도입, 파고들기 요소로 자리잡아

이번 시리즈에서 신규 추가된 시스템은 ‘클래스’시스템이다. 각 캐릭터들끼리 특정 직업을 사용하도록 돼 있는데, 히어로(NPC)캐릭터들을 만나면서 점차 새로운 직업이 형성 된다. 그 때 마다 자유롭게 클래스를 바꿀 수 있도록 돼 있다. 이를 통해 유저들은 원하는 형태로 파티를 꾸리고 실험해 볼 수 있도록 돼 있다. 각 클래스별로 보유한 스킬이 달라 이를 조합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일례로 크리티컬 기술만 한데 모은 딜러를 만들어 낼 수 있으며, 회피 기술만 모은 탱커, 공격력을 강화한 힐러 등이 가능한 설계다. 유저가 마음먹기에 따라 다양한 실험을 해볼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했다.

다만 클래스를 사용할 때는 소위 ‘숙련도’가 존재하는데, 숙련도를 마스터해야만 해당 캐릭터에 해당하는 스킬을 배울 수 있도록 설계했다. 그렇다보니 원하는 세팅을 하기 위해서는 장시간동안 사냥을 해야 하는 형태이며, 직업이 계속 늘어나는데다가 클래스 숙련도 한계도 돌파되는 상황으로 장시간동안 사냥을 해야만 세팅이 되는 점은 아쉬운 요소다. 

단점 대거 극복한 모험 요소

그 외 시스템에서는 기존 작품이 갖는 단점이 대거 극복됐다. 먼저 길찾기가 어려운 유저들을 위해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도입해 붉은색 줄을 따라가면 자연스럽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기존 맵 시스템상에서는 맵 전체를 복잡하게 꼬아두고 고저차까지 더해져 이를 찾아가도록 만들었다면 이번 시스템에서는 이러한 구조를 대폭 개선했다. 

유저가 돌아갈 수 밖에 없는 동선에서는 사다리나 집라인을 배치해서 이동을 편하게 했고, 추후에 접근 가능한 영역을 구분하기 위해 흘러내리는 모래 지역을 만든다거나, 등반 요소들을 집어 넣는 방형으로 지역을 정리했다. 그렇다보니 동선이 최적화되면서 게임 진행 속도가 한결 개선된 모양새다. 또, 제작 시스템에서는 젬을 한 개만 제작하면 모든 캐릭터들이 동시에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고, 인연 시스템 역시 대화 한번으로 정리하는 등 복잡하고 어려웠던 조건들을 간단히 정리한 점이 장점이다. 복잡도가 필요한 부분들을 오직 전투 시스템 세팅으로 정리하면서 한결 편한 모양새다. 

단, 파고들기를 선호하는 유저들을 위한 시스템은 남겨뒀는데, 콜로니 우호도를 채우기 위해서 수집 10연속 퀘스트를 플레이 하는 것과 같은 조건들은 그대로 남아 있다. 

신세대와 구세대의 만남 이룩할 수 있을까

모노리스소프트가 출시하는 게임들은 언제나 진지했다. 개발진들이 가진 철학적 고민을 게임에 풀어 내고, 사람과 사람사이 관계가 이들의 젖줄에 가깝다. 여기에 게임의 파고들기 요소들에 주력에 게임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과 같은 부분들은 JRPG특유의 기법들이 그대로 묻어나는 부분들이다. 

게이머들은 서서히 세대가 교체되고 새로운 세대들이 커오면서 개발사는 변화해야 했다. ‘제노블2’에서는 좀 더 가벼운 스토리텔링과 함께 캐릭터 디자인을 좀 더 신경쓰기도 하고, 뽑기 요소들을 집어넣기도 하면서 신세대 취향을 반영하면서 변신을 꾀하기도 했다.

‘제노블3’에서는기존 시리즈 사이 중간점에서 타협을 시도한다. 전반적인 게임 플레이 방식은 1편에서, 전투 시스템은 2편에서 좀 더 영향을 받았고 각 시스템을 가다듬어 편의성을 잡는 방식으로 중간점을 잡는 시도를 한다. 

이는 잘 완성하면 명작이 될 수 있으나, 자칫 한 번 발을 잘못디디면 기존 팬들 입장에서는 이도 저도 아닌 게임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번 작품은 이들의 향후 방향성을 결정하는 중대한 기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제노블레이드 시리즈를 모두 선호하는 기자 입장에서는 3편이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작으로 보인다. 이들이 다년간 실험을 통해 쌓아올린 콘텐츠와 시스템이 비로소 발전된 형태로 완성된 모양새다. 아직 가다듬을 요소들이 다수 보이니 후속작도 기대해볼 수 있을터. 기자는 ‘엘든링’,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와 함께 제노블3 역시 올해 최고의 게임 후보작 중 하나로 놓고 고민할 참이다. 세 작품의 공통점은 잠을 잊고 게임을 플레이했고, 새벽에 자다가 벌떡 일어나서 게임을 한 다음에 에너지 드링크와 커피를 연신 들이키고 출근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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