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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훈이 형은 학교에서 좀비와 싸우다가 변호사가 될 수 있을까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22.08.10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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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과 슈퍼맨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수십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이 난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다. 피지컬 면에서는 슈퍼맨이 압승할 것이 분명하다. 문제는 배트맨의 제력과 기술력이다. 어디선가 크립토 나이트를 구해와서는 무기로 만들고 슈퍼맨을 무력화 한 뒤에 두들겨 팰 것이 틀림이 없다. 흔한 과학자 나부랭이인 렉스가 구했으나 브루스 웨인 재단이 못구할리 없지 않은가. 결국 답은 한 판 붙어 보는 수 밖에 없다. 

이 소재를 채용한 게임들이 등장해 미국과 남미 등 글로벌 시장에서 화제다. 워너브라더스가 보유한 지적 재산권들을 한 데 모아 게임으로 만들어 낸 작품 ‘멀티 버서스’이야기다. 스팀 통계 사이트에 따르면 게임은 이미 스팀에서만 누적 유저수 1천 만명을 돌파했고, 실시간 접속자수 10만 명을 넘겼다. 다른 플랫폼을 합산하면 유저수는 더 많을 것으로 전망 된다. 

이 같은 인기 비결에는 역시 워너브라더스가 보유한 저작권들이 가장 큰 역할을 차지한다. 배트맨, 슈퍼맨과 같은 캐릭터에서 출발해 벅스 바니, 톰과 제리 등과 같은 애니메이션 콘텐츠, 왕좌의 게임과 같은 드라마 콘텐츠, 심지어 르브론 제임스같은 스포스 스타들까지 게임 캐릭터로 등장시켜 한 데 싸우도록 만든다. 각 콘텐츠를 좋아하는 유저들이 게임에 접속해 서로 싸움박질을 하니 재미 없을리 없다. 평범한 게임에 캐릭터를 붙이니 대박이 난 셈이다. 

한 개가 안되면, 두 개를, 두 개가 안되면 세 개를, 그렇게 여러개 콘텐츠와 캐릭터를 집어 넣었더니 결국에는 성공했다. 여러모로 부러운 비즈니스 방식이다.

그런데 이 결정에는 한가지 함정이 도사린다. 워너브라더스는 최근 기업이 큰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잇단 한병과 분사를 겪으면서 혼선이 가중되는 상황이며 적자가 누적되면서 기업 경영에 큰 위기를 겪는다. 결국 기업이 쓰러지기 직전에 바겐세일급으로 기획했던 프로젝트가 결국 희망을 쏠 수 있는 수단이 됐다. 

그 말은 이 같은 프로젝트가 다시 나오려면 워너브라더스급 대형 기업이 쓰러지기 직전에 누군가 손을 내밀지 않는다면 달성하기 힘들다는 뜻일 수도 있다. 반대로 누군가 시도만 한다면 유사한 프로젝트는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게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캐릭터가 중요한 프로젝트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계산기를 잘만 두들기면 기가막힌 비즈니스가 나올지도 모른다. 이미 사업가들은 벌써부터 계산기를 두들기면서 십년지대계를 준비한다. 카카오게임즈는 일본 대형 출판 기업이자 저작권계 거인 카도카와에 투자가 시작됐고, 넥슨은 루소형제가 설립한 기업에 투자한다. 컴투스는 연예매니지먼트 회사에, 엔씨소프트는 영화 배급사에 투자하는 등 다방면 투자가 이어 진다.

이를 통해 거둬들인 매출뿐만 아니라 사용 가능한 지적재산권들이 결국 게임을 비롯한 다양한 매체로 발전돼 나가는 그림들이 그려 진다. 이 투자들이 성과를 보이기 시작한다면 게임사들은 제2의 워너브라더스급 콘텐츠 홀더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획득한 아이피들을 결합하는 모델이 게임으로 하나둘 등장하기 시작한다면 비전은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변호사 우영우가 오징어 게임에 참가하고, 범죄와의 전쟁에 등장하는 마동석이 학교로 향해 고립당한 학생들을 구출할 수도 있을 것이며,  오징어게임에서 살아남은 기훈이 변호사가돼 법정에 설지도 모르는 일이다. 또는, 아예 그들끼리 치고박고 싸우도록 만드는 것은 어떤가. 

반드시 오징어게임이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나, 범죄와의 전쟁이 아닐지라도 머지 않은 미래에 등장하는 콘텐츠들은 언젠가 게임으로서 다시 만나볼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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