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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반룡의 게임애가] 게임은 콘텐츠 변화의 선행지표다

  • 정리=김상현 aaa@khplus.kr
  • 입력 2022.09.13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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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콘텐츠의 소비 패턴이 달라졌다는 내용의 다양한 글을 접하게 된다. 영상 제작 기술의 발전에 따른 내용이나 디스플레이 변화에 따른 이야기, K컬처에 대한 것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글이 있지만, 소비 패턴에 대한 주제는 크게 2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유행하는 콘텐츠의 전체적인 길이가 짧아졌고, 특히 숏폼 콘텐츠가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하게 길이가 짧아졌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내용을 전달하는 문법이 달라졌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다양한 웹드라마나 웹예능이 제작되면서 10분 내외의 에피소드로 제작되는 콘텐츠를 흔하게 볼 수 있다. 이런 짧은 에피소드는 단순하게 길이의 문제가 아니라 짧은 시간에 이전 60분 내외로 제작되던 에피소드의 전체 이야기를 훨씬 밀도 있게 전달해야 한다. 따라서 매력적이고, 인상이 남는 핵심 장면을 장면 중심에 두고 부차적인 내용은 과감하게 줄이면서 해당 장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많은 대중가요에서 특정 구간이 머릿속에 남아 흥얼거리게 되듯 특정 장면이 머릿속에 남도록 콘텐츠가 디자인되고, 소비되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캐릭터성이 강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전의 콘텐츠에 대한 평가 중 캐릭터가 평면적이다는 평가는 보통 부정적인 평가로 많이 사용됐다. 이야기의 전개에 따라 인물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캐릭터가 입체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깊이가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런 캐릭터의 입체성은 캐릭터의 변화 동기와 사건에 따른 감정의 흐름이 구체적으로 전달되지 않으면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어 앞서 언급한 콘텐츠의 길이 변화에 적응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야기의 맥락이나 캐릭터의 섬세한 변화보다 소비자에게 매력적인 캐릭터의 모습이 강하게 남도록 평면적이지만 매력적인 특성을 부여하여 특정 인물에 특정 장면이 연상되도록 콘텐츠가 제작되고 있다. 이렇게 디자인된 매력적인 인물의 매력적인 장면은 편집되어 별도의 숏폼 콘텐츠로 소비되기도 한다. 

이런 콘텐츠의 소비 변화는 게임에서 먼저 나타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동시에 모바일 게임에서 한 번에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의 플레이 타임이 빠르게 짧아지기 시작했고, 뒤이어 온라인 게임에서도 FPS나 MOBA 장르를 중심으로 1회 대전의 플레이 타임이 이전보다 짧아지기 시작했다. 또한, 스토리 부분에서도 구체적인 설정과 입체적인 캐릭터를 전달하는 방식보다 강한 캐릭터성을 중심으로 인상적인 연출이나 대사, 그래픽 아트를 통해 매력적인 캐릭터의 특성을 강조하는 형태가 증가하였다. 이를 통해 게이머에게 소유하고 싶은 욕구를 자극하는 형태로 디자인된 캐릭터가 빠르게 증가하였다.

게이머는 전반적으로 얼리어답터적인 성향이 강하고, 온라인 커뮤니티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게임 이외의 다양한 콘텐츠도 왕성하게 소비하며, 2차 창작물이나 트렌스미디어, 굿즈 등의 MD 상품 소비에도 적극적이다. 이런 게이머의 특성은 소비되는 게임에도 빠르게 반영된다. 유행하는 게임의 변화를 인지하면 전체 대중의 콘텐츠 소비 패턴을 분석하는데에도 좋은 지표가 될 수 있다. 이제 영화, 드라마 등 다른 콘텐츠 디자이너들도 게임 시장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주식 시장이 경기 변화의 선행지표라고 하듯이 게임 시장은 콘텐츠 변화의 선행지표다.

※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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