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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뒤로 하고 세계로 향하는 게임사 … 한 발 늦어 고립된 도쿄게임쇼 2022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22.09.20 18:08
  • 수정 2022.09.20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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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게임쇼로서의 위상은 찾기 어려웠다. 단지 게임을 주제로한 전시와, 이를 구경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는 자들이 만들어내는 풍경만 보였을 뿐이다. 한 때 세계를 주름잡는 대작들이 발표되던 이 곳은 이제 형식만 남은 공간으로 추락하는 것일까. 도쿄게임쇼2022가 보여준 단면은 우리네 지스타도 반드시 참고해 봐야할 부분들이다. 

도쿄게임쇼가 지난 9월 18일까지 4일간 일정으로 마무리됐다. 올해 총 605개사가 참가했고 현장에서 신작 발표를 예고하는 등 사전 붐업이 있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조직위에 따르면 4일 동안 누적 방문객은 13만 8천명에 불과하다. 예년 방문객이 20만명을 상회했고, 역대 최대 방문객이 약 30만명에 육박함을 감안하면 절반 이하 수치로 떨어진 셈이다. 이 수치는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에 기록했던 수치에 준하는 수준으로, 20년만에 최저치 방문객을 기록한 수치다. 

이 같은 수치가 나온 이유는 표면적으로는 코로나19로 인한 감염문제나, 해외 바이어 및 관광객들의 비자 문제 및 PCR 검사 문제 등으로 인해 입국이 불가능하면서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취재 과정에서 국내 한 유력 상장기업 이사진에서 방문을 하는데도 비자 발생일이 계속 늦춰질 정도로 까다로운 심사가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좀 더 방문하고 적극적으로 전시에 임할 수 있었다면 전시는 좀 더 활발했을지도 모르는 대목이다. 

내부 전시를 좀 더 들여다 보면 분명한 이유를 보인다. 도쿄게임쇼2022에서 전시된 타이틀들은 신작 보다는 기존 전시작들이 대거 공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그 중에서도 유저들의 기대치를 모으는 소위 트리플A급 대작들이 빠져있는 상황에서 전시가 단행 됐다. 

그나마 코에이테크모 ‘와룡’, 세가 ‘용과 같이 유신 극’, 캡콤 ‘몬스터헌터 라이즈 업데이트’, ‘스트리트파이터6’, 스퀘어에닉스 ‘다이의 대모험’과 같은 발표들이 자존심을 세울 수 있었다. 그 외 작품들은 대부분 기공개작으로 체험 부스 보다는 영상 전시가 더 많았으며, 체험 부스들 역시 규모가 크지 않아 대기열만 길게 늘어선 형국이었다. 

그 외에 독특한 아이디어로 볼거리, 즐길거리를 제공하던 행사들은 점차 사라졌고, 대형 전시보다는 축소된 형태로 전시가 단행된 점이 아쉬움을 자아낸다. 과거 이 게임쇼에서는 ‘파이널판타지’신작들이 발표되고 전시 현장에서는 대형 건담이 서 있었으며, 유명 성우들의 공연, 대규모 코스튬플레이, 유저들의 플래시몹 이벤트 등 축제를 연상케하는 부분이 있었지만 올해는 이 같은 풍경을 확인할 수 없었다.

게임사들이 이처럼 축소된 형태로 전시를 진행하는 이유는 크게 3가지 원인으로 보인다. 먼저 게임사들은 현재 높아진 제작비로 인해 일본 내수만으로는 더 이상 게임판매 수익을 충당할 수 없는 상황에 봉착했다. 때문에 내수용 게임 보다는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게임들을 타깃으로 삼았고, 자사 게임들을 전시하는 주력 스팟을 일본에서 E3과 게임스컴, GDC와 같은 글로벌 시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용과 같이’나 ‘몬스터헌터’시리즈 같이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타이틀을 제외하고는 굳이 도쿄게임쇼에서 메리트를 찾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온라인 전시의 활성화다. 각 게임사들은 이미 자체 프로그램을 통해 방송을 송출하고, 해당 방송을 통해 프로젝트를 알리는 문화를 만들어 냈다. 독자 게임쇼 방송으로 수십만 단위 조회수를 뽑아 내며 중요한 발표들은 수백만에 달하는 조회수를 획득한다. 반면 도쿄게임쇼를 통해 발표된 라인업들은 많아야 100만 조회수를 올리는 것에 지나지 않다 보니 현실적으로 수지 타산이 맞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는 게임사들의 마케팅 코드가 오프라인 보다 온라인에 집중되는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 게임사들은 오프라인 전시에 쓸 비용보다 CPI와 같이 보다 마케팅 성과에 직결되고 두 눈으로 보이는 마케팅 플랜들에 좀 더 집중하게 됐고, 패키지게임을 발매하는 기업들 역시 유사한 형태를 보이는 대목이다. 기존 CD판매 위주 형태에서 다운로드 판매 비중이 늘어나면서, 프로모션 결과가 보여주는 수치에 집중하게 된 것으로 풀이 된다. 

사실상 오프라인 마케팅의 의미와 성과를 확실히 체크할 수 없는 대목에서는 마케터들이 움직이기 어렵고, 수뇌부 역시 도장을 찍어주기 어려운 상황이기에 나오는 대목이다. 

예산을 들여 마케팅을 시작하면 당연히 성과를 보고 해야 하고, 그 성과에 따라 계산기를 두들기게 되는 문화가 계속되는 한 오프라인 전시는 배제될 수 밖에 없는 형국이다. 

시점을 돌려 한국 시장의 눈에서 이를 바라보면, 이미 한차례 경험했던 행보에 가깝다. 현실적으로 오프라인 마케팅의 성과를 찾지 못한 기업들이 점점 이를 배제하고 다른 형태로 프로모션을 돌리는 사례들이 과거에 몇 차례 전개된 바 있다. 

그러다가 한국 게임사들이 뜸한 와중에 오히려 이 틈을 파고들어 중국 기업과 오프라인기업이 틈새 시장을 파고들어 수혜를 누리기도 하다 보니 최근에는 오프라인 마케팅 방법을 다시 검토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현재 오프라인 마케팅 트랜드가 다시 올라오는 이유는 소위 마중물 때문이다. 유튜브, 디스코드 마케팅, 바이럴 마케팅, 스팀 위시리스트 등과 같은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마중물이다. 베이스 유저들이 확립된 상태에서 다른 마케팅과 결합해야 시너지를 내는 구조인데, 이 베이스 유저들을 마련키가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때문에 베이스를 마련하기 위해 오프라인에서 코어 유저들을 모집하는 경향이 있으며, 해당 유저들을 기반으로 점차 스노우볼을 굴려 나가는 마케팅이 현재 중요한 시점으로 받아 들여 진다. 

당장 수치상으로는 돈이 될 것 처럼 보이지 않으나 이 것이 유저 인식에 영향을 주어 긍정적인 포인트로 전환된다는 리포트가 나오는 단계다. 특히 운영상의 불만을 잠재우거나, 코어 유저들의 이탈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또 이탈 유저들의 관심을 다시 한번 붙잡고 복귀를 이끌어 내는 용도로도 오프라인 행사들이 검토되는 추세다. 인터넷에서는 소화가 불가능한 지표들을 반전시키는 역할이 가능한 점이 메리트다. 

즉 유행이 돌고 도는 시점에서 한국은 오히려 필요성을 느끼는 반면, 일본은 그 실효성에 의문성을 느끼게 되는 점이 아이러니한 부분이다. 반대 관점에서 보면 이 점이 일본 시장을 파고들 수 있는 찬스가 될지도 모르는 대목이기도 하다. 

과거 일본은 게임쇼를 통해 다양한 행사와 볼거리를 기획하면서 전시를 이끌어 냈다. 유명 성우나, 개발진들이 현장에서 발표하고 사인회를 진행하면서 모객에 동원됐다. 애니메이션 캐릭터, 피규어들을 내세워 사진 촬영 스팟을 만들고, 참가자들에게 포스터, 뱃지, 인형 등을 나눠주면서 만족도를 끌어 올린다. 동시에 유저들이 해당 상품들을 촬영해 SNS나 커뮤니티 사이트 등지에 올리면서 바이럴 마케팅 효과를 노리는 전략까지도 병행돼왔다. 

엄밀히 말해 게임쇼를 운영하는 조직위 입장에서는 게임사들의 내실있는 전시가 곧 흥행으로 이어졌던 셈이다. 게임사들이 이 같은 행보를 하지 않는 상황에서 당연히 성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분위기다.

위기상황일수록 위축되면 그대로 도태되기 마련이다. 도쿄게임쇼 조직위는 위기 상황을 인지해야만 한다. 패러다임을 전환하기 위해서는 초심을 찾을 필요가 있다. 항상 위기상황에는 나만이 할 수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한 카드다. 일례로 일본 전통문화를 활용해 마츠리 문화를 도입, 축제의 포멧을 도입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오히려 자국민들을 결집하고, 해외 참가자들의 관심을 이끄는 것과 같은 선택이 좋은 방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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