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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소형의 게임과 영화 사이(#22)] 핑크 게임제?

  • 경향게임스 webmaster@khgames.co.kr
  • 입력 2007.12.31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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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생소한 이름의 영화제가 열렸다. 이른바 '핑크 영화제'가 그것인데 대체 무슨 영제인고 하니 일본 핑크 영화들만을 모은 것이었다. 핑크영화란 일본 영화계만의 독특한 독립영화의 한 장르이다. 주로 성(sex)을 주제로 한 극장용 35mm 성인 영화를 지칭한다고 한다. 상영기간동안 단 하루를 제외하고 오로지 여성들만 입장 가능한 방식 또한 독특한 영화제의 느낌 만큼이나 색다르고 특이한 발상처럼 보였다. 비록 가서 보지는 못했지만 여성들을 위한 에로 영화제라고 하니 왠지 모르게 흐뭇하고 열렬히 지지하고 싶은 마음이 조용히 가슴속에 피어났다. 상영되는 영화들도 성을 너무도 가볍게 치부해버리는 여타 에로 영화와는 달리 여러 이야기들과 주제를 다루고 있었다. 핑크영화만의 정해진 룰대로 에로성, 작가성, 드라마성, 시사성이 모두 담겨있다. 어쨌든 남성들의 전유물인줄로만 알았던 성인 에로영화에 대한 인식을 조금은 뒤엎었다고 할 수 있는 이 영화제의 기발하고도 발칙한 발상이 참으로 반가웠다.


여성과 남성의 차이에 관한 논쟁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시끌벅적하다. 저마다의 견해가 있겠지만 과거에 비해 많이 나아졌다는 여성에 대한 인식 변화는 현대 여성들에게 그리크게 와 닿지는 않는 듯하다. 인터넷이든 TV에서든 여성의 외모는 우스갯거리로 등장하는 단골메뉴임에는 변화가 없고 오히려 그러한 풍자는 날로 정도가 심해지는 것 같다. 가장 극명한 예로, 모르는 여성에 관해 물어볼 때 가장 첫 번째 질문은 '예뻐?'가 아니던가. 잡지등의 취미에 관한 정보를 다루는 매체에서도 여성과 남성의 차이에 대한 기사는 단골메뉴 처럼 등장한다. 이는 무엇 때문일까? 우리는 여성과 남성을 성에 의한 구분을 지을 때 둘 사이의 일반적인 차이점을 무의식 중에 알고 있다. 이는 단지 생물학적 분류에 의한 것이 아닌 사회적 분류에 의한 차별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 남녀의 자연적인 차이가 아닌, 누군가 만들어 놓은 개념에 의한 차이에 너무도 익숙해져 있어서 심지어는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기는 것이다. 그렇기에 성인 영화는 당연히 남성의 전유물이고 간혹 이를 찾는 여성은 음란한 여자로 치부되어 버린다.


이것을 더욱 부추기는 것이 영화요, 매체이다. 이를 통해 끊임없이 문화적 성으로서의 남성성과 여성성의 입장을 영화 보기에 적용함으로써, 우열의 관념 속에서 어느 한 성을 왜 곡시키고 있는 것이다. 어렸을 적부터 지금까지 헐리우드 영화에 나오는 정형적인 금발 미녀의 여성 캐릭터들을 수없이 보아왔다. 그런 캐릭터는 종종 요부나 접대부 등으로 분하여 남자 주인공을 궁지로 몰아가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 숨은 의도는 대체 뭘까. 여자는 다 믿지 못할 요물이란 말인가. 바야흐로 대세는 몸매로 기울어 굳이 금발에 백만불짜리 가슴을 지닌 백인여성이 아니어도 가슴 허리 엉덩이 모두 조화롭게 탄탄하다면 남성은 물론 여성까지도 감탄을 감추지 못하는 기이한 현상마저 벌어지고 있다. 왜 이토록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여성의 육체에 집착하는가. 게임에 등장하는 여성은 말할 것도 없다. 그 옛날 추억의 오락실 게임에서부터 여성의 오버스러운 캐릭터는 언제나 천편일률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세분화된 다양한 장르의 게임에서도 이러한 극단적인 여성의 신체 묘사는 거부감을 불러일으키든 말든 한결같이 쭉 이어지고 있다. 물론 여성의 신체는 아름다운 것이고, 누구나 아름다움에 이끌리게 마련이지만 앞뒤 가리지 않는 노골적 묘사는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이처럼 겉보기에 남녀 성 차이에 대한 인식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겉으로 드러나는 빙산의 일 부분과 바다 밑으로 감춰진 전체의 크기는 여전히 비교할 수준이 되지 못한다.


여성은 슈퍼에 진열된 상품이 아니다. 조작되고 왜곡되어진 이미지에만 길들여져 내면에 감춰진 깊이와 진실을 볼 수 없다면 진정한 현대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는 그 유명한 작품 '생각하는 사람'에 답이 숨겨져 있을 것이다.


 자유기고가 손소형 씨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말하는 이 시대 진정한 로맨티스트. 사람에 대한 찬사와 영화에 대한 고찰, 게임에 대한 관심이 다분해, 지인들 사이에서는 이 분야 지식인으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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