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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소형의 게임과 영화 사이 #23] 가상현실이 현실과 맞짱을 뜬다?!

  • 손소형
  • 입력 2008.01.07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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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에서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당장 몸은 천근만근 무겁다. 시간이 없고, 비용이 없다. 혹은 현실 자체에서 불가능할 수도 있다. 이럴 때. 나 자신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내가 아닐 수도 있는 분신이 있다면, 이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경험할 수 있는 통로가 생긴다면…. 이러한 갈증을 해갈해 줄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세컨드 라이프’가 그곳이다. 멋진 집을 보면, 그곳에 나와 내 가족이 함께 사는 상상을 해보게 된다. 값 비싼 물건을 소유하고픈 욕구도 적지 않다. 가장 현혹당하기 쉬운 감각기관인 시각을 통하여 점점 더 좋은 것을 보고 찾게 된다. 하지만 어찌하랴. 지금의 나의 현실과 동떨어짐을 간파하기까지는 불과 수초. 일찌감치 꿈을 접거나 잡히지 못할 꿈을 계속 쫓아가는 것이 인간의 삶이다. 얻는 것이 있으면 그만큼 포기하는 것도 있다는 것을 아는 건 인간이기에 쉽게 터득되는 이치다.


하지만 가상현실이라면 문제가 다르다. 한참 뜨고 있는 3차원 가상현실세계 세컨드 라이프에 속속 모여든 사람들의 경제활동 규모가 웬만한 국가경제와 맞먹을 정도다. 세컨드 라이프 주민의 GDP규모와 아프리카 국가 중 하나의 규모가 맞먹을 정도라고 하니 이는 게임인지 현실인지 조차 분간키 어려운 일이 아닌가 싶다. 생각해보라. 다양한 게임을 접하다보면 또다른 내가 가상현실의 주인공이 된다. 하늘을 날기도 하고 여러 가지 박진감 넘치는 경험도 무한 가능하다. 이는 영화와는 다른 재미라고 볼 수도 있다. 영화 속 주인공의 폼 나는 삶과 로맨틱한 사랑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감정이입을 극대화 해 극중 인물과 나를 동일시함은 물론, 간접 경험 이상의 만족감도 느낄 수 있다. 책이나 기타 다른 매개체에서 느껴지는 경험과는 차원이 다른 체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게임마저도 식상해 지곤 한다. 잠깐의 만족감이 주는 일시적인 쾌감은 그리 오래가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세컨드 라이프에서는 게임 속의 게임으로 재등장하게 됐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점은 경험이라는 것의 확대가 얼마만큼이나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사실이다. 그것 자체로 이미 현실의 제약 따위는 소리 없이 자취를 감추고 만다. 더 이상 간접경험으로 만족할 수 없을 만큼 인간의 욕구는 높아져만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세컨드 라이프에서는 자신이 벌어들인 돈을 실제 현금과 교환하는 것도 가능하다. 돈벌이도 되면서 재미도 있는 삶, 어찌 보면 현실보다 나은 현실일 수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삶이란게 그저 흥미진진한 사건의 연속은 아닐 것이란 예감이 들 때가 있다. 벗어나고 싶은 지루한 일상의 연속이 그저 덤덤하게 이어져 나가는 것이 삶이라면 내가 과연 잘 살고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도 든다. 영화 속 주인공 같은 삶을 살아보고 싶어서 안간힘을 써도 현실은 판타지 소설이 아니다. 그런 잔혹하리만큼 철저한 일상에 소소한 즐거움을 줄 수 있다면, 세컨드 라이프든 써드 라이프든 언제나 대환영이다. 가상현실 속에 입문하게 되면 반드시 패리스 힐튼 같은 삶을 살아보리라 다짐해 본다.


 자유기고가 손소형 씨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말하는 이 시대 진정한 로맨티스트. 사람에 대한 찬사와 영화에 대한 고찰, 게임에 대한 관심이 다분해, 지인들 사이에서는 이 분야 지식인으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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