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 섬의 비밀’시리즈는 게임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작 시리즈다. 동서게임채널이 정식 발매해 국내에도 공급됐고, 잡지 번들로도 제공되면서 다수 유저들이 플레이해본 게임이다. 게임 꽤나 좋아하는 유저들이라면, 기자와 동년배 국민학생들이라면 이 게임에 저마다 추억이 묻어 있으리라. 

그 추억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줄만한 프로젝트가 지난 9월 20일 정식 출시 됐다. 시리즈 원작자 론 길버트가 개발해 출시한 게임 ‘원숭이 섬으로의 귀환’이 스팀을 통해 한글화돼 등장한다. 이번 시리즈는 론 길버트가 루카스 아츠를 떠나던 당시로 회귀한다. 정확하게는 시리즈 2편과 3편사이 어딘가다.

타임라인이 헷갈리는 유저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2편이 침뱉기 게임을 하고, 장의사 스탠을 관짝에 못박는 편이며, 3편이 동료를 얻기 위해 반조를 총으로 쏴버리고, 일레인이 황금 동상이 되는 시리즈다. 2편 막바지에 빅우프 떡밥을 흩뿌리며 후속작을 예고했지만 론 길버트가 루카스 아츠를 퇴사하면서 떡밥은 사라진채 ‘원숭이 섬의 비밀’은 영원히 찾지 못하는 듯 했다. 시간상으로 30년만에 비로소 진정한 ‘원숭이 섬의 비밀’을 찾는 여정을 게임에 담게 된다. 

‘원숭이 섬으로의 귀환’은 역대 시리즈를 총집합한 패러디물이면서 현시대 감각에 맞게 조금은 순화한 게임 버전으로 기획돼 있다. 이는 게임 흐름을 보면 좀 더 명확하게 드러나는데 게임은 이제는 아이 아버지가된 가이브러시 쓰립우드가 아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내용으로 전개 된다.

모험 속에서 가이브러시는 원숭이섬으로 다시 떠난 이야기를 전개한다. 시리즈속에 등장했던 캐릭터들이 다시 한번 모습을 드러내면서 가이브러시의 조력자(?)로서 행동하게 된다. 가이브러시는 파괴왕 답게 이번에도 여러 사람들을 괴롭(?)히면서 힌트를 얻고, 얻은 힌트를 바탕으로 다음 사람을 괴롭(?)히러 떠난다.  

시리즈 특성상 게임상에는 독특한 성격을 가지고, 행동을 하는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하는데 이들이 나이가 든 뒤에도 비슷한 행동을 하는 점이 재미있는 포인트다. 30년 세월에도 불구하고 각 캐릭터들은 여전히 재밌다. 오래전에 게임을 플레이 해본 유저들이라면 반가운 마음이 물밀듯이 밀려올 것이다. 등장 캐릭터들도 과거에 당했던 수법을 잘 알고 있는 듯 철통 방어를 하기 때문에 공략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늘 그랬듯 그들을 골려줄 방법을 찾을 것이다. 

게임상에 등장하는 퍼즐들도 언젠가 한 번은 본듯한 퍼즐들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압권인 부분은 원형 퍼즐이다. 해당 퍼즐은 ‘원숭이 섬의 비밀’정품 유저들이라면 기억할 수 밖에 없는 퍼즐이다. 당시 불법 복제 유저들을 막기 위해 게임 내 암호를 걸어두는 시스템이 있었고, 이를 풀기 위한 퍼즐이 존재했다. 이 퍼즐이 아예 게임 내 퍼즐로 재활용되는 식이다. 

게임 전반은 약 10시간에 걸쳐 시나리오를 전개해 나간다. 비교적 짧은 시간동안 진행되는 모험이나 패키지 가격을 생각해보면 나쁘지 않은 가격에 속한다. 게임 내용은 두말할 필요 없이 알차며, 기자의 경우 엔딩을 보기 직전에 연신 줄담배를 피면서 눈물을 흘렸다. 겨우 한가지 선택지를 고르고는, 추억을 향해 인사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게임 하는 내내 30년 전 꼬맹이로 돌아가 그 시절 추억이 온 몸을 휘젓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당시 모니터에 이불을 두르고 게임을 하던 기억, 지금은 세상을 떠난 외삼촌과 영어 사전을 뒤져 보다가, 이내 PC통신에서 메뉴얼을 찾아 인쇄해주던 기억. 어슴프레하게 머릿속에 남아 있던 그 시절 캐릭터들을 떠올리는 것 만으로도 게임의 가치는 충분했다.  

엔딩 이후에는 일종의 에필로그 형태로 개발자 편지가 공개되는데, 해당 편지에서 개발자는 ‘원숭이 섬의 비밀’시리즈가 자신의 게임 개발 인생을 빗댄 시리즈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도전을, 그 다음에는 후속작 개발의 어려움을 그려내고자 했고, 이번 시리즈에서 그는 새로운 키워드를 숨겨두고자 했다고 설명한다. 진정한 원숭이섬의 비밀은 바로 그 쪽지에서 확인해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