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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소형의 게임과 영화사이 #24] 그들만의 축제

  • 경향게임스 webmaster@khgames.co.kr
  • 입력 2008.01.14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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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신나게 자전거를 타고 한강을 향해 가던 중 왁자지껄 모여 있는 한 무리의 청소년들을 보게 됐다. 하나같이 화려한 복장을 갖추고 각자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는 모습이었다. 어렴풋이 '코스프레'란 단어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지만 워낙 길 한가득 즐거운 그들의 모습에 뭔가 재밌는 일이 있었나보다, 라고 생각하며 길을 비켜갈 수 밖에 없었다.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과감한 의상을 갖추고 카메라앞에 포즈를 취하느라 정신없는 아이들을 보며 그리 많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젊음이 부럽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어디서 저렇게 멋있는 의상을 구했을까, 얼마나 많은 준비들을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을 몸소 체험하는 한껏 신나 보이던 청소년들을 보며 그들의 열정이 어느정도인지 금세 짐작할 수 있었다. 그들을 보며 한동안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겼다가 몇 년 전 페미니즘 축제에 놀러갔던 것이 생각났다.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누군가의 초대로 간 어색한 자리였다. 모두들 방방 뜨는 즐거운 분위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소극장 한 켠에 조용히 자리잡고 앉아서 처음 몇 시간 동안 적응이 되지않아 애를 먹었다. 이런 문화도 있구나, 경험하지 않은 것에 대한 어색함 때문이었지만 동행자의 유도로 이내 가벼운 마음가짐으로 기꺼이 축제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관람객들도, 공연자들도 모두 하나같이 즐겁고 경쾌해 보였지만 처음으로 보게된 여자커플들과 독특한 듯 보이는 축제 분위기는 몇시간만에 익숙해지기 어려운 경험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생각의 차이는 불과 종이 한 장 차이도 안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취미라는 것은 참으로 다양하면서도 소중한 것임에 틀림없다. 그 취미를 직접 즐기지 않고서는 어떤 결론도 내리기 힘들 것이다. 처음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어떤 세상에 대해서 그저 좋다, 싫다로 단정지을 수 있는 듯 보였지만 그것은 엄연한 자기중심적인 사고였을 뿐이다. 저마다 만화속 주인공이나 게임속 캐릭터를 흉내낸 의상을 입고 그들을 모방하고자 하는 소수 사람들의 심리와, 영화 주인공의 패션스타일을 따라하는 대다수 사람들이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단순히 나와 너의 취향의 차이일 뿐인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와 같지 않은 누군가에게 손가락질 할 수 없는 것이고, 소수의 집단이라고 해서 함부로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즐거우면 그것이 가장 소중한 일이라는 점이다. 취향이 저마다 다양한 것처럼 우리 주변에는 언제나 여러 가지 축제가 존재한다. 영화에서는 국내에서 가장 대표적인 축제로 부산 국제영화제와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를 들 수 있다. 그 뿐 아니라 게임, 음악등의 분야에는 큼직한 축제뿐 아니라 아기자기한 다양한 페스티벌이 매해 펼쳐지고 있다. 각각의 문화를 공유하는 이들에게 이러한 행사는 더없이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평소에는 접할 수 없는 경험을 다양한 축제를 통하여 얻게 되고 심지어 취미를 공유하지 않았던 이들에게도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 준다. 이런 축제들의 공통점은 누구든 즐길 준비가 되어있다면 언제든 환영한다는 점이다. 그러한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욱 신나는 건 축제를 즐기는 이들이 아닐까.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러한 다양한 축제들이 좀 더 번창했으면 한다는 점이다. 얼마 전 개최된 G-Star만해도 그렇다. 큼직큼직한 게임회사들이 자금을 이유로 불참하는 사례가 빈번해지며 게임쇼마저도 점차 시들어가고 있다고 한다. 소수만이 즐기는 문화라고 해도 오히려 그들에게 잠재된 파급효과는 엄청난 힘을 지니고 있다.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루트가 많아야 다양성 또한 한층 확대될 것이다. 즐기는 사람들이 즐거울 수 있도록 만들어주어야 다함께 즐거울 수 있지 않을까. 이는 그들만의 축제가 아닌 모두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일일 것이다.


 자유기고가 손소형 씨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말하는 이 시대 진정한 로맨티스트. 사람에 대한 찬사와 영화에 대한 고찰, 게임에 대한 관심이 다분해, 지인들 사이에서는 이 분야 지식인으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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