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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진의 거칠컬럼 / 42회] 학력의 굴레

  • 경향게임스 webmaster@khgames.co.kr
  • 입력 2008.02.04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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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학위로 대학 교수와 광주비엔날레 예술 감독까지 했던 신정아씨 파문이 일어난 뒤 방송계 스타 영어강사, 인기 만화가, 유명 인테리어디자이너겸 교수 그리고 공연업계에서 실력자호 통하는 대학교수에 이르기까지 학력을 속이거나 부풀린 사례가 속속들이 들어났다. 학력을 사칭하는 것은 당연히 비난 받고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하는 행위다. 그러나 그 뒤에는 ‘학력이 곧 실력이고 신분’이라고 할 만큼 학력으로 사람을 평가하고 대접하는 사회풍토가 도사리고 있다. 어떤 사람의 능력이 괜찮다고 생각했다가도 그의 변변치 못한 학력을 알고 나면 자기도 모르게 평가가 달라지는 경험을 흔히 했을 것이다.
게임업계도 예외는 아니어서 속칭 N사로 불리는 메이저 기업의 임원진 구성을 보면 카이스트, 서울대, 포항공대 출신들로 채워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김학규 대표처럼 서강대 중퇴로 CEO의 반열에 오른 사람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업계 종사자들이 능력만으로는 통하지 않는 업계에서 버텨낼 ‘간판’이라는 통과(通過) 증명서를 갈구한다. 학력을 앞세우지 못하면 행세 못하고 대접 못 받는 업계, 사람을 명함이나 겉모습으로 저울질하는 업계는 지금도 종사자들에게 학력의 가면(假面)을 쓸 것을 권하고 있다. 그러나 창의적 발상과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개발에 매진해야 하는 게임 업계의 특성을 봤을 때 이러한 풍조는 중장기적으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학력이 업무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같은 조건이라면 학력이 높은 인재일수록 업무성과가 뛰어나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에 의해 인지되고 있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학력을 바탕으로 인재를 선별하는 기업의 인사문화 자체를 부정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기업이라는 곳이 여러 사람이 조직돼 상호 커뮤니케이션으로 업무를 풀어 나가는 곳이다 보니 대인 관계에 의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큰 기업, 부서화와 조직화가 잘 된 곳일수록 더욱 심하다. 트러블의 과정에서 정치적 관계나 대립, 쟁점이 발생하는데 이럴 때 네 편, 내 편을 가르는 기준을 학력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을 학벌이라고 한다.
변변한 학력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누구보다도 성실하고 부지런하게 기업 내에서 입지를 쌓아나가던 사람이 어느 선까지 올라섰을 때 이 벽을 넘지 못하고 좌절해 업계를 떠나 버리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인재가 계속 빠져 나가는 상황에서 이제는 전형적인 3D직종으로 몰락할 위기에 처한 게임업계. 엘리트 과정을 거친 소수정예자들만이 높은 연봉에 안락한 업무 환경을 제공받는 업계로 전락할 것인가, 아니면 누구에게나 문호가 개방된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발전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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