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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진의 거칠컬럼 / 54회] 게임보다 더 화려했던 공성전 ‘웹젠의 주주총회’

  • 경향게임스 webmaster@khgames.co.kr
  • 입력 2008.05.06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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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대적 M&A(인수합병) 선언으로 경영권 분쟁에 휘말린 웹젠이 지난 3월 28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경영권을 방어했다. 네오웨이브와 라이브플렉스가 주총에 상정한 집중투표제에 관한 정관 변경의 건과 이들이 내세운 서문석 씨 등 이사 선임건은 모두 부결됐다. 일괄선출방식으로 진행된 이사 선임의 경우 18명의 이사 후보 가운데 웹젠측이 내세운 최용서 웹젠 CIO와 김형철 웹젠 CFO, 주성훈 변호사, 서범수 변호사, 윤영봉 공인회계사, 최영환 컨설턴트 등이 참석 주식수 812만 중에서 모두 620만여 주의 찬성을 받아 가결됐다.
주주들의 이의 신청이 묵살되며 주주총회가 강행되자 분위기가 순식간에 험악해졌고, 김남주 대표가 앉아있는 의장석으로 주주들이 집단적으로 움직였다. 웹젠이 고용한 용역 업체 직원들의 스크럼이 무너지고 김 대표가 성난 주주들에게 둘러싸이면서 폭력 주총은 극에 달했다.
급기야 경찰과 소방서 응급요원이 출동했다. 주총장 내 폭력은 밖에서도 이어졌다. 격하게 항의한 일부 주주가 퇴장하자 진행요원과 회사측 직원들이 몸싸움을 벌여 옷이 찢어졌다. 장내 안팎이 폭력으로 얼룩진 최악의 주주총회가 됐다.
하지만 주총이 웹젠의 경영권 방어로 막을 내리자 허탈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주주들은 한결같이 “적대적 M&A 방어 선언으로 회사 경영권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는 하나 향후 웹젠에 대한 불확실성은 가중된 꼴”이라고 비난했다. 주총에 참석한 주주들은 회사 경영 실패에 김남주 대표를 중심으로 현 경영진들이 물러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남주 대표는 주총 내내 무표정한 얼굴로 단상에 앉아 자신에 대해 쏟아지는 주주들의 욕설을 듣고 있었다.
김 대표의 이러한 모습은 6년 전, 이수영 前 대표를 몰아내고 주총 결의를 통해 CEO 자리에 등극하던 때와 명암이 엇갈리는 장면이다. 개발자 출신의 CEO로서 웹젠을 나스닥에까지 상장시켰다고 해서 경영 초기에는 재계의 스포트라이트까지 받던 그였지만 최근 몇 년간 참혹하리만치 망가져 버린 경영 실적 탓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라는 압박이 안팎으로 가중 돼 왔다.
김 대표는 적대적이고 불순한 동기의 M&A 시도를 막고 차기작들을 성공시켜 웹젠을 제 2의 도약으로 이끌겠다고 공언하며 퇴장했다. 그러나 폭력으로 얼룩진 주총 회장만큼이나 웹젠의 개발사로서의 경쟁력은 이미 상실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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