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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소형의 게임과 영화 사이 (#41)] 게임과 영화, 내 맘대로 촬영한다?!

  • 경향게임스 webmaster@khgames.co.kr
  • 입력 2008.05.19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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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감상하다 보면 제일 눈에 띄는 부분은 등장인물, 배경과 같은 대상 또는 사물에 시선이 집중되게 된다. 그렇다보니 하나의 장면이 어떤 각도로 어떻게 촬영됐는지에 대해서는 일말의 의문점도 생기지 않고 그저 눈에 보이는 이미지만을 맹목적으로 쫓아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영화에 있어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사진과 마찬가지로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와 기법에 따라 전달 방식이 큰 편차를 보일 수 있다는 점이다. 똑같은 작품이라 하더라도 흑백영화와 컬러 영화의 느낌이 다른 것처럼 말이다. 실로 영화 촬영의 종류와 범위는 생각보다 스케일이 훨씬 큰 분야다.
가장 인상적으로 보았던 연출기법은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 ‘데쓰프루프’에서 필름에 스크래치를 내 올드한 분위기를 표현했던 방식이다. ‘데쓰프루프’에서는 영화의 전반부와 후반부를 구분하는 방식으로 위와 같이 독특한 기법을 사용한 것 외에도 CG의 도움 없이 촬영한 카체이싱 장면 또한 관중을 압도할 만큼의 현란한 테크닉을 선사한다. 같은 액션 장면을 찍더라도 각양각색의 촬영방식에 따라 다르게 표현될 수 있기 때문에 판에 박힌 장면은 있어도 그 안에는 각자의 개성이 담겨있다.
카메라 앵글과 움직임, 프레임내의 인물 수 등에 따라 다양하게 드러나는 촬영기법들 외에도 눈에 띄게 독특한 종류의 방법을 통해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하는데, 얼마 전 개봉한 ‘클로버필드’가 그 대표적인 예다. 막대한 제작비를 쏟아 부어 만든 전형적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일 것이라는 예상은 보란 듯이 빗나가고, 막상 뚜껑을 열자 가정용 홈비디오로 촬영된 듯한 영상이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설마 이것이 영화일까’라는 의구심을 뒤로한 채 흔들리고 지지직거리는 장면들에 흡입되어 초반에 느낀 독특한 방식을 잊고 카메라맨의 거친 숨소리를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손바닥에 땀이 흥건해있었다.
독특한 발상으로 만들었으나, 막상 새로운 시도라는 평가를 받지 못한 이유는 이미 E.H.H(Extreme Handheld)라는 기법으로 촬영된 바 있는 ‘블레어 윗치’ 때문이었다. 두 편의 영화 모두 등장인물의 손에 카메라를 들게 해 전문가의 손이 아닌 일반인의 손에 들린 카메라는 불안정적으로 흔들리며 자기들이 비춰내는 주관적인 이미지를 꽤나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특히 전쟁영화에서 자주 사용하는 핸드헬드 기법은 정적으로 객관적인 전투 장면을 전달하기보다는 좀 더 실감나게 전쟁을 묘사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용됨으로써 관중들의 몰입도를 극대화시킨다.
이와 같이 같은 소재와 같은 대상을 표현하더라도 전혀 질리지 않고 비슷한 장르의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데에는 다양한 촬영방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게임도 다르지 않다. 기술이 발전해감에 따라 3D뷰가 가능해지고 각자의 편의에 의해 다양한 각도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어찌 보면 유저가 촬영 감독이 되는 것이다. 물론 예술적인 면으로의 접근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보다 사실적인 영상에 몰입하기 위해 게임도 영화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촬영 기법을 녹여내는 시도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심히 추상적인 생각을 해본다.


 자유기고가 손소형 씨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말하는 이 시대 진정한 로맨티스트. 사람에 대한 찬사와 영화에 대한 고찰, 게임에 대한 관심이 다분해, 지인들 사이에서는 이 분야 지식인으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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