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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반룡의 게임애가] 콘텐츠 산업에서 공급자와 수요자

  • 정리=김상현 aaa@khplus.kr
  • 입력 2022.10.24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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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회차의 글에서 기업을 상품으로, 자본의 수요와 공급으로 이야기했다. 이번 글에서는 콘텐츠를 상품으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벤처기업을 평가할 때 많은 경우 공급자 중심의 모델과 소비자 중심의 모델로 구분해 이야기한다. 이런 분류는 기업이 앞으로 어떤 발전 방향을 가질지 평가할 때 편리하다. 예를 들어 같은 물건을 거래하는 온라인 마켓 서비스를 가정할 때 물건을 판매하는 공급자 중심의 모델과 물건을 구매하는 소비자 중심의 모델이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다. 공급자 중심의 모델은 판매자가 더 편하게 다양한 물건을 공급할 수 있도록 서비스가 개선될 것이고, 소비자 중심의 모델은 소비자가 더 편하게 물건을 구입할 수 있도록 서비스가 개선될 것이다. 마케팅도 전자는 더 우수한 공급자를 확보하기 위하여 마케팅을 진행하고, 후자의 경우는 많은 소비자를 확보하기 위하여 마케팅을 진행한다. 여기에는 좋은 물건이 많은 소비자를 불러올 것이라는 생각과 많은 소비자가 좋은 판매자를 불러올 것이라는 생각의 차이가 있다. 어떤 방향이 더 좋은지는 단정해 판단할 수 없으며, 사업의 결과도 시작 단계에서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보통 경기가 좋을 때는 성장성에 중심을 두고 소비자 중심의 모델이 주목받는 경우가 많고, 경기가 나쁠 때는 안정성에 중심을 두고 공급자 중심의 모델을 좋아하는 경우가 많다. 콘텐츠 분야도 비슷한 특성을 보이는 부분이 많다. 경기가 좋을 때는 빠른 사용자 증가 혹은 소비자 중심의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이 중심이 되고, 공급자인 제작자의 많은 확보와 콘텐츠의 대량 생산이 이루어진다. 경기가 나쁠 때는 검증된 제작팀을 중심으로 안정성이 검증된 콘텐츠만 제작하고자 하는 흐름이 만들어진다.

이런 비슷한 흐름에도 불구하고 콘텐츠 산업에서 제품의 속성은 다른 산업과 다르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 일반적인 소비재는 소비자의 필요에 의한 소비이지만, 콘텐츠의 기본 속성은 비(非)가치제로서 필요에 의한 소비가 아니다. 각각의 콘텐츠는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경험이 다르고, 같은 제품을 소비할 때 소비자가 얻는 것을 규정하기 어렵다. 규격화되지 않는 상품을 공급하는 시장에서 소비자 중심의 시장을 형성할 수는 없으며, 경기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공급자 중심의 시장에서 벗어날 수 없다. 

가끔 이런 특성을 무시하고 사용자만 모을 수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전략을 제시하는 콘텐츠 제작사를 만나는 경우가 있다. 다양한 방법을 통해 소비자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져 있어 프로젝트가 성공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게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좋은 IP를 확보해 게임을 만들면 성공한다는 형식의 주장을 하는 제작사이다. 좋은 IP, 좋은 콘셉, 좋은 그래픽은 사용자를 모으는데 좋은 도구가 되지만, 사용자 경험이 좋지 못하면 소비로 이어지지 않는다. 무조건 소비해야만 하는 콘텐츠 혹은 게임은 없다. 소비자가 소비하고 싶은 콘텐츠가 있을 뿐이다. 콘텐츠는 그런 것이다. 이런 사실을 제작사가 잊지 않았으면 한다.

※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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