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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바랴시의 게임대학 <제22회>] 장르 고찰

  • 경향게임스 khgames@khgames.co.kr
  • 입력 2009.04.06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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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풍과 자유행동


종이와 신의 차이라는 것은 ‘자유도가 있다’와 ‘자유도가 없다’의 차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제작자가 준비한 캐릭터나 스토리에 얽매이는 것’과 ‘스스로 캐릭터와 스토리를 창조해 가는 것’이라는 차이입니다.


더 극단적으로 말하면, 노는 사람의 ‘질의 차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테마 파크의 어트랙션에서 놀 것인가 아무 것도 없는 들판에서 나무 조각을 주워 가지고 놀 것인가의 차이입니다. 중화 요리 정식을 먹을 것인가 있는 재료를 가지고 볶음밥을 만들어 먹을 것인가의 차이입니다. 다만, 이것은 어느 쪽이 좋고 나쁘다는 문제가 아니며, 게임으로써의 우열의 문제도 아닙니다. 놀이나 엔터테인먼트의 세계에서는 이 양면에서 끌어 당기는 자력이 항상 작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제작자의 솜씨에도 취하고 싶지만, 유치하지만 자신의 사물을 조립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그러한 모순된 생각이 플레이어의 마음 속에 잠재해 있는 것입니다. 오히려 게임이 ‘상품’으로서 존재하는 한, 정말로 아무 것도 없이 재료만을 준비하는 게임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재료의 사전 준비를 하여, 조미료를 몇 종류 준비하고 조리 방법도 예시한 상태에서 ‘나머지는 뜻대로’라는 주문 생산이 한계입니다만.


롤플레잉 게임이라는 장르도 이 양자의 자력 속에서 항상 동요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파이널 판타지’처럼 준비된 스토리에 힘차게 끌려 사는 것도 쾌감입니다. 하지만, ‘자신이 머리 속에 그리고 있었던 것은 이렇게 죽어 가는 캐릭터가 아니다’ 등으로 안타깝게 느끼는 경우도 많은 것입니다.


95년에 리바이벌 발매된 ‘제나두 (팔콤)’라는 게임이 있습니다. 1985년에 발매되어 40만 개가 판매되었던 일본제 퍼스널 컴퓨터 롤플레잉 게임의 창시자적인 존재입니다. ‘제나두’를 다시 플레이해서 새롭게 발견한 것은 ‘롤플레잉 게임이 이렇게 자유로운 게임이었었군’이라는 것입니다.


‘제나두’에는 보스를 쓰러뜨린다는 목적 이외는 정해진 스토리도, 준비된 시나리오도 없습니다. 캐릭터를 만들어 오로지 적과 싸우고 수수께끼를 풀고 무기와 마법을 단련해 가는 게임입니다. 자기가 만들어낸 분신이 가공 세계에서 성장해 가는 것을 즐기는 스토익한 게임입니다.


하지만, 게임을 진행함에 따라 자신의 머리 속에 이야기가 자기 마음대로 완성되는 묘한 맛이 있습니다. 다만, 긴장감을 지속하는 것이 어려워 좌절하기도하고, 다음에 가야할 길을 놓치기도하고, 미아가될 위험성도 많습니다만.......


‘제나두’가 발매된 후에 발매된 ‘드래콘 퀘스트 (86 년)’는 ‘소풍형 롤 플레잉 게임’으로 불려 왔습니다. 스토리라는 ‘인솔자’가 붙음으로써 미아가 나오기 어렵다는 의미일요? 그리고, 어느덧 ‘인솔자’의 역할이 점점 막대해져 플레이어도 이야기를 만드는 권한을 인솔자에게 자꾸 위임하게 되었다는 느낌도 듭니다.


반복이 됩니다만, ‘소풍’이건 ‘자유 행동’이건 어느 쪽이든지 다른 묘미를 맛 볼 수 있으며, 우열을 가리기는 어려운 것입니다.
롤플레잉 게임에도 ‘폭’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협력 : AK커뮤니케이션즈(www.amusement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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