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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소형의 게임과 영화사이 (#86)] 쇼핑, 그 황홀경에 빠지다

  • 경향게임스 khgames@khgames.co.kr
  • 입력 2009.04.06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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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에 당첨된다고 가정해보자. 무엇이 가장 하고 싶은가. 두말할 필요 없이 1위는 사재끼기, 바로 ‘쇼핑’이다. 금전은 늘 제약을 동반한다. 자신의 능력, 딱 그만큼만 구매의 폭은 한정될 수밖에 없고 그렇기에 무언가를 구매한다는 행위는 즐겁지만 동시에 괴로움과 죄책감을 수반하기도 한다.


이렇든 단순하면서도 심오한 쇼핑의 의미를 되새겨주는 영화가 개봉했다. 이미 동명 소설로도 유명한 ‘쇼퍼홀릭’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알록달록하고 화려한 겉표지와 제목에 이끌려 일찌감치 책으로 접한 터라 지금에서야 영화가 개봉되다니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책 속에 묘사된 내용보다 영화의 재미가 더욱 극대화될 수 있었던 건 브랜드 네임만으로도 충동구매를 불러일으키는 옷가지나 신발 등을 마음껏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보이는 것에 현혹되지 않을 자 누구던가.


쇼핑과 중독자를 뜻하는 ‘홀릭’이 결합돼 만들어진 ‘쇼퍼홀릭’은 말 그대로 병적 수준에 도달한 쇼핑 중독자들을 뜻한다. 제목과 마찬가지로 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 ‘레베카’는 평소에는 나름 귀엽고 발랄하다가도 지름신만 강림하면 정신 못 차리는 푼수 캐릭터로 변한다.


한심하기 그지없어 보일수도 있지만 쇼핑이 그녀 자신을 위한 현실 도피처라는 명목으로 본다면 나쁠 것도 없다. 소위 된장녀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고 해도 함부로 손가락질 할 수 없는 이유는 그녀가 왜 그렇게 됐건 쇼핑이야말로 자신이 택한 행복이기 때문이다.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쇼핑을 즐기지 않는 터라 병적 수준의 ‘쇼퍼홀릭’이 100% 공감가거나 이해되지는 않지만 기본적인 소비욕구는 내재된 평범한 인간이기 때문에 무엇을 살 때에는 몇 번을 심사숙고한 끝에 합리적인 구매를 하는 타입에 속한다.


이렇듯 여자들만 유독 쇼핑이라면 환장할 것 같다는 생각은 편견이다. 욕구 대상에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남자 쇼퍼홀릭들도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자동차나 옷가지, 신발은 물론 게임아이템도 대상부류에 포함된다.


가정용 게임 소프트는 양반이다. 게임 아이템이나 캐릭터에 거금을 쏟아 붓는 사람들은 대개 남자들이 아니던가. 누가 누구를 손가락질 할 게 못된다. 그저 지름신 앞에 만인은 평등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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