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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반룡의 게임애가] 게임과 투자는 상대평가이다

  • 김상현 편집국장 aaa@khplus.kr
  • 입력 2022.11.28 07:11
  • 수정 2022.11.28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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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투자심사역이라는 직업의 특성상 많은 기업과 상담을 하면, 투자 유치에 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투자 유치 제안서 작성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떤 투자사가 게임 혹은 특정 분야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는지, 각 투자사가 운영하는 펀드는 어떤 종류인지, 질문자의 기업이 투자 유치를 받을 수 있는지 등 다양한 종류의 질문을 받는다. 이런 질문에 대답하다 보면 많이 받는 이어지는 질문이 대답처럼 하면 투자를 받을 수 있냐는 것이다.

얼마 전 “투자 시장에서 기업은 상품이다”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기업이 하나의 상품임을 설명한 적이 있다. 수요와 공급 환경에서 상품의 구매는 그 상품의 절대 가치보다 상품의 상대 가치가 중요하다. 우리가 핸드폰을 구매하는 경우를 가정해 보자. 일반적으로 핸드폰을 사는 사람은 기기의 절대 성능을 기준으로 상품을 사지 않는다. 디자인, 처리 속도, 화면 크기, 카메라 성능, 다양한 기능, 데이터 저장 용량, 가격 등 다양한 부분을 고려한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만족하는 절대 기준이 있어 그 기준에 충족하면 무조건 구매하는 규칙은 있을 수 없다. 소비자는 구매할 수 있는 각자의 기준에 충족하는 모델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모델을 선택한다. 결국 선택은 상대평가로 결정된다.

같은 의미로 투자도 상대평가로 진행된다. 투자사가 운영하는 펀드의 특성에 맞춰 다양한 부분을 고려한 다음 기준에 충족하는 다양한 기업 중 상대적으로 더 매력적인 기업에 투자한다. 투자를 검토하는 시점에 더 매력적인 기업의 투자 제안이 많다면 좋은 기업이 투자 유치에 실패할 수 있다. 반대로 덜 매력적인 기업도 투자 검토 시점에 비교 대상보다 더 매력적이라면 투자 유치에 성공할 수 있다. 육상선수가 100m를 10초에 달린다고 경기에서 1등이 보장되지 않는 것과 같다. 같이 뛰는 선수보다 빠른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게임을 만들어 출시하면서 게임의 평가 점수가 몇 점 이상이라고 사용자가 선택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출시되는 시기에 목표하는 사용자들이 플레이하는 게임 경쟁작과 비교하여 선택받기를 목표한다. 중국의 전 지도자 덩샤오핑이 한 유명한 말 중에 ‘흑묘백묘론’이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표현이다. 게임 제작사를 기준으로 이야기하면, 게임 역시 어떤 게임이 더 좋은 게임이냐보다 사용자의 선택을 많이 받는 게임이 더 중요하다. 사용자는 핸드폰을 구매할 때처럼 평가 점수 90점 이상의 게임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게임 중 더 마음에 드는 게임을 선택한다.

투자 유치 역시 이와 같다. 좋은 제작사가 투자 유치에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 유치하는 다른 기업보다 더 매력적인 기업이 투자 유치에 성공한다. 게다가 투자 유치는 게임 제작사끼리만 경쟁하지도 않는다. 모바일게임은 다른 모바일게임과 단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여유 시간을 두고 콘솔 게임과도 경쟁하고, 레저 스포츠나 유튜브, 넷플릭스 같은 영상 서비스와도 경쟁한다. 이처럼 게임 제작사의 투자 유치는 게임, 영화, 드라마, 웹툰, 웹소설 등 다양한 콘텐츠 제작사와도 경쟁하고, 펀드의 성격에 따라서는 ‘무신사’같은 커머스 기업이나 ‘카카오페이지’같은 서비스 플랫폼 기업, 반도체 장비 제조 기업, 바이오 신약 개발 기업과도 경쟁할 수 있다. 게임 제작에 정답이 없듯이 투자 유치 역시 정답은 없다.

※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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