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게임에 목숨 건 사람들 <1> "마음은 고향집에 그래도 추석은 없다"

  • 지봉철
  • 입력 2003.09.15 18:47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해 만큼은 추석도 잊기로 했습니다. 불평없이 연휴를 반납한 직원들에게 고마울 따름이지요.” 모두들 들뜨는 한가위지만 게임업체엔 연휴도 없다.

서울 양재동에 있는 게임업체 KRG소프트. 30여평 남짓한 사무실 한켠엔 추석연휴 나흘간 직원들이 먹을 음료수와 먹거리 등이 쌓여있다.

경부고속도로엔 추석연휴를 앞두고 늘어난 차량들로 북적거리지만 박지훈(34)사장과 직원들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컴퓨터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

“‘열혈강호’를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서비스하기 위해 추석연휴를 챙길 여유가 없습니다. 그동안 고생했던 직원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올 해 한번만 더 고생하면 내년에는 즐거운 추석을 맞지 않겠느냐 얘기했더니 직원들도 자발적으로 남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직원 모두가 사무실에서 한가위를 맞기로 했습니다.”

박 사장은 최근까지 자금난으로 힘겨운 시절을 보냈다.
97년 설립된 KRG소프트는 ‘드로이얀’, ‘열혈강호’ 등을 개발한 게임업체다.

그러나 PC게임이 침체일로를 걷기 시작하면서 사세가 기울었다. 회사의 수익성이 악화되자 개발자도 점점 이탈하기 시작했다. 그럴 때마다 주저앉고 싶었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박 사장과 KRG소프트는 이번이 그동안의 부진을 만회할 절호의 기회다. 그런 마음을 알아준 개발자들이 고마울 뿐이다. 그리고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도전하는 작품이 바로 ‘열혈강호 온라인’이다.
전자상거래 솔루션 개발업체인 이네트가 본격적으로 게임사업에 진출하며 KRG를 인수해 자금사정도 나아졌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만든 ‘열혈강호’ 온라인이 게이머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추석연휴를 챙기지 못했지만 게이머들의 좋은 반응은 그나마 위안거리다. 내년 추석때는 두둑한 보너스와 함께 귀향하는 직원들의 환한 웃음을 떠올려 본다. ||“이러다 이혼 당하게 생겼네요”
E-스포츠 에이전시로 토탈게임엔터테인먼트 회사인 GCN의 사장 김철학 사장의 행복한 하소연이다.

김 사장은 6개월 간의 대장정을 끝으로 카스 섬머리그 결선대회를 치른 지 일주일만에 또다시 분주한 업무일선에 뛰어들었다. 매년 2회에 걸쳐 KPGA 공식 카스리그를 진행 중인 GCN은 이달 말부터 또 다시 카스 윈터리그와 관악 페스티발의 후속타를 준비해야하기 때문이다.

지난 달 치른 관악 게임 페스티발이 성공적인 결과를 얻어 2차 로컬 마케팅을 준비중이며 2차 로컬 마케팅은 관악구에서 치러진 1차와는 달리 서울 전역 대학가를 중심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곧 있을 케이텍 게임단 창단식과 제품발표행사도 GCN이 담당하게 됐으며 10월 초에는 보이스(음성)채팅으로 진행되는 스타크래프트대회도 준비하고 있어 눈코 뜰새없이 바쁘다.

GCN은 지난 3월부터 카운트스트라이크 공식 리그를 준비하면서 RTS(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가 독식하고 있는 국내 게임리그시장에 FPS(1인칭 슈팅게임)의 붐을 일으키는데 일조해 왔다.

또한 설립 당시부터 계획했던 본격적인 E-스포츠 에이전시의 입지를 다져가고 있어 바쁜 와중에도 김 사장의 얼굴에선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GCN은 당장 이달 말부터 진행될 리그들에 대해 기본 기획서를 바탕으로 세부 실행 계획을 기획 중이다. 추석연휴 기간동안 운영 매뉴얼을 마무리짓고 연휴가 끝나는 대로 스텝을 구성해 본격적인 대회진행 준비에 돌입할 예정이다.

김 사장의 고향은 전라남도 진도다. 작년 추석연휴에는 땅끝 해남마을에서 진도대교를 건너 장장 12시간에 걸쳐 고향을 다녀왔었다. 해마다 한번도 거르지 않고 벌초를 하고 친지들과 어울려 추석연휴를 보냈지만 올해만큼은 죄송한 마음을 뒤로하고 업무에만 충실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 같은 회사사정을 이해하고 불만 없이 밤낮 고생하는 직원들에게 고마울 뿐이라고. 하지만 회사에서 연일 밤샘작업을 하느라 따뜻한 식사조차 함께 할 수 없는 아내와 아들 현재에게는 빵점 짜리 남편이자 아빠다.

“이혼 당할 지도 모른다”는 김 사장의 넋두리가 빈말은 아닌 듯하다.
김 사장은 “가족들에게 추석 특집프로그램 시청으로 연휴를 보내게 해 안쓰럽다”며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기다리는 꿈 같은 추석 연휴기간.

고향 내려갈 생각에, 푹 쉴 수 있다는 생각에 들뜬 사람들과는 달리 추석기간 택배회사 보다 더 바쁜 사람들이 게임 회사직원이다.

추석 연휴기간 같은 휴일엔 게임 유저들이 대거 몰리기 때문에 휴가는 꿈도 못꾼다. 네이비필드’ 게임마스터 최원강(28), 그의 추석연휴는 ‘네이비필드로’ 시작해 ‘네이비필드’로 끝난다.
그는 ‘네이비필드’의 가장 유명한 서버 비스마르크에서 활동 중이며 패치 관련 테스트를 하여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는 역할을 맡고 있다.

물론 유저들에게 받은 메일과 게시판을 통해 분위기를 파악, 유저들의 기대와 불만을 찾아내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그의 일이다. 문제점을 파악하고 절충방안을 만들어 개발팀과 의견 조율을 한다.

그는 또 ‘게임나라닷컴배 네이비필드 3차 리그’ 방송에서 한상균, 김도형 해설의원과 함께 진행자로 호흡을 맞추고 있다. 밀리터리 분야에도 일가견이 있는 그는 그래픽 검증에도 참여하며 고증에 따른 여러 가지 제안을 한다.

최근 추석 이벤트 준비로 더욱 바빠진 그는 “명절이 뭐에요?”라고 장난스럽게 반문한다. 9월 중순 새롭게 추가되는 미션 테스트는 그의 귀향길을 붙잡았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임무를 숙명처럼 생각하고 있다. 2년여간의 GM업무를 통해 ‘네이비필드’에 대해 그 누구보다 정확하게 알고 있다고 자부한다. 그래서 책임감도 더하다.

충남이 고향인 그는 보다 더 나은 ‘네이비필드’를 서비스하기 위해 추석기간에도 회사를 지킬 예정이다.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