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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주년 창간 특집 인터뷰] ‘데프트’ 김혁규, “2023년 입대 전 행복한 추억 더 생길 것”

좌절과 역경 이겨내고 세계 정상 ‘등극’ ... 전역 후에도 성공한 프로게이머 ‘도전’ 

  • 박준수 기자 mill@khplus.kr
  • 입력 2022.12.29 18:36
  • 수정 2022.12.29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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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하 중꺾마)’이라는 말이 올 한해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프로게이머 ‘데프트’ 김혁규의 인터뷰에서 비롯된 ‘중꺾마’는 험난한 여정을 극복하고 데뷔 10년 만에 첫 롤드컵 우승을 차지한 그의 행보와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며 전 국민에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사진=경향게임스
사진=경향게임스

강한 승부욕으로 어린 나이에 프로게이머로 데뷔한 그는 단기간에 LCK 우승을 달성했다. 중국으로 건너간 이후에는 수많은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부와 명예까지 거머쥐었다. 그러나 ‘데프트’는 마지막 목표인 롤드컵 우승을 위해 국내로 복귀하면서 시련을 맞이했다. 특히 2020년 롤드컵에서 탈락하고 선수 생활 최대의 위기가 왔다. 그는 고질적인 허리부상이 도지면서 자신감을 잃었고 다음 기회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좌절했다고 털어놨다.
그런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팬과 업계 동료들의 응원이었다. 결의를 다진 ‘데프트’는 DRX에서 새로운 팀원들과 함께 다시 도전을 시작했다. 언더독의 위치에서 끝까지 쓰러지지 않고 버텨낸 그는 마침내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데프트’는 롤드컵 우승을 하고 나서야 힘들고 어려웠던 순간마저도 가치가 있었음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입대 전 마지막 시즌을 앞두고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고 덧붙였다. 12월 중순 담원 기아 사옥에서 ‘데프트’를 직접 만나 지난 10년의 프로 생활과 앞으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타고난 승부욕과 프로 데뷔 
‘데프트’는 자신이 어릴 때부터 승부를 즐기는 편이었다고 회상했다. 축구와 태권도를 좋아했던 소년의 승부욕은 게임에서도 이어졌다. 중학교 3학년이 된 ‘데프트’는 친구의 추천으로 PC방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를 접하게 됐다. 그렇게 시작한 게임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놨다.
 

사진=경향게임스
사진=경향게임스

“그때는 한국 서버가 없어서 북미 클라이언트를 다운로드해 게임을 하던 시기였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를 플레이하기 전에는 비슷한 장르의 게임을 해보지 않아서, 같이 하던 또래 친구 중 제일 못하는 축에 속했죠. 그래서인지 오히려 승부욕에 불타서 더욱 열심히 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가장 잘하게 됐습니다.”
LoL에 빠진 ‘데프트’는 시즌2 배치고사에서 1,300점대를 받았고, 계속해서 점수를 올려 나갔다. 그는 놀라운 재능과 승부욕으로 고등학교 1학년 겨울 방학 때 LoL 전체 솔로 랭킹 10위 안에 진입하게 됐다. 프로게이머들의 친구 추천과 게임단 입단 테스트 요청을 받기 시작한 ‘데프트’는 MVP 블루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에는 게임단 환경이 지금과 달라서 야식을 각자 돈으로 시켜 먹었습니다. 부모님의 반대를 꺾고 프로게이머를 시작했는데 집에 전화해서 돈을 보내달라고 하는 게 죄송했죠. 같이 하던 형들에게 많이 얻어먹었는데, 그때 경험을 계기로 지금은 제가 동생들에게 밥을 사주고 있습니다. 과거 동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받았고 이를 후배들에게 돌려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에서 맞이한 전성기
MVP 블루는 이듬해 삼성 갤럭시 프로게임단에 인수됐다. ‘데프트’는 삼성 갤럭시 블루 소속으로 2014년 LCK 스프링 시즌 정상에 오르며 생애 첫 우승을 달성했다. 그러나 동년 롤드컵에서는 형제팀 삼성 갤럭시 화이트에게 패배하며 4강에 그쳤다. 그의 다음 선택은 중국 진출이었다.
 

사진=경향게임스
사진=경향게임스

“롤드컵 4강에서 떨어지고 나서 굉장히 분했습니다. 우승을 할 수 있는 팀을 찾고 있었는데 당시 뛰어난 실력으로 한국에서도 유명했던 ‘클리어러브’ 밍카이 선수가 저와 같이 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또 중국 게임단이 연봉이나 복지 등 선수 대우를 매우 잘해줘서 이적을 결심했습니다.”
그렇게 ‘데프트’는 중국 명문 게임단 에드워드 게이밍(이하 EDG)에 합류했고, 현지 프로게이머들보다 몇 수 위의 실력으로 LPL을 제패했다. 그는 중국에 머문 2년간 정규 리그 2회 우승, MSI 우승 등 수많은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전성기를 맞이했다. 그는 EDG에서 활동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밝혔다. 
“중국에 있는 동안 정말 열심히 연습해서 게임 실력이 크게 늘었습니다. 이외에도 오더 등 게임 외적인 부분도 담당하면서 팀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을 수 있게 됐죠. 무엇보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방법을 체득한 것이 프로 생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EDG와 중국 팬분들에게도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시련에도 꺾이지 않은 마음
‘데프트’는 마지막 목표인 롤드컵 우승을 위해 2016년 말 국내로 복귀했다. 중국에서 적지 않은 성과를 냈지만, 최상위 국제대회에서는 의사소통 때문에 한계를 느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러나 한국으로 돌아온 ‘데프트’는 순탄치 않은 시간을 보냈다. 그는 kt 롤스터, 킹존 드래곤 X(현 DRX), 한화생명e스포츠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으나, 자신보다 늦게 데뷔한 후배들이 롤드컵 우승을 차지하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출처=lolesports 공식 플리커
출처=lolesports 공식 플리커

“2020년 롤드컵 8강에서 담원 게이밍(현 담원 기아)에 패배했을 때 정말 크게 좌절했습니다. 당시 허리부상으로 인해 실력까지 떨어지다 보니 다음 기회가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만 무너지지 않으면 외부에서 무슨 말을 하든 동기 부여로 삼을 수 있는데, 그때는 자신감을 잃어서 비난이 너무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그가 재기할 수 있도록 도운 것은 업계 동료들이었다. 같이 하고 싶다는 선수들의 제안이나 코칭스태프들의 조언에 힘을 얻은 ‘데프트’는 친정인 DRX로 돌아와 결의를 다졌다. 그가 속한 DRX는 선발전부터 롤드컵 결승까지 풀세트 혈전을 4번이나 치렀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위기 상황을 극복하며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중꺾마’라는 말을 몸소 증명하면서 만들어낸 해피엔딩은 e스포츠를 넘어 사회 전반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일으켰다.
“선수 생활 내내 롤드컵에서 우승하는 상상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진짜로 우승하고 무대에 서니까 아무 생각이 안 나더라고요. 하지만 그 순간에도 팬분들의 열정적인 응원은 또렷하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저는 언제부턴가 저를 응원해주시는 분들보다 의심하시는 분들이 더 많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저라는 선수를 지지해주시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느껴서 감사했습니다.”

‘중꺾마’의 새로운 도전
‘데프트’는 롤드컵 우승 이후 담원 기아(이하 담원)에 새 둥지를 틀었다. 함께한 팀원들과 흩어지게 되면서, 가장 먼저 영입을 제안한 담원의 손을 잡은 것이다. 그는 성적을 고려했을 때 담원보다 더 좋은 선택지가 없기에 고민 없이 합류했으며, 내년에는 최대한 많은 국제대회에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아울러 ‘데프트’는 인터뷰를 통해 새로운 목표를 공개했다.
 

사진=경향게임스
사진=경향게임스

“내년까지 선수 생활을 하고 입대하게 될 것 같습니다. 사실 예전에는 롤드컵에서 우승하면 은퇴하려고 생각했었는데, 올 한해 너무 즐거웠고 팬분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커서 전역 후에도 경쟁력이 있다면 선수 생활을 이어 나가고자 합니다. 이번에는 ‘군 복무까지 마치고 성공한 프로게이머’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그는 학교에서보다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면서 배운 게 훨씬 많다고 밝혔다. 원만한 대인 관계, 직업에 대한 소명 의식 등 지금의 ‘데프트’는 프로게이머 생활을 통해 완성됐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데프트’는 지난 10년을 돌이켜봤을 때 한순간도 빠짐없이 행복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롤드컵 우승을 이뤄내면서, 힘들었던 과정마저도 아름답고 가치 있는 순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팬분들께서 포기하지 않고 응원해주셔서 저도 꺾이지 않고 버틸 수 있었습니다. 올 한해 제가 받은 것보다 더 큰 행복이 찾아오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아울러 최근 제 행보를 보고 힘을 얻었다는 편지나 메일을 많이 받았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전할 수 있도록 지금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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