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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게이머들의 연애 유형 <2>

  • 김수연
  • 입력 2003.08.11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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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1 때 친구 소개로 만난 나경보(19, 소울)의 첫사랑.
그러나 그녀는 그의 사랑을 믿지못해 변심했고 언젠가부터 그의 친구와 연인이 되어 있었다. 이후론 소식조차 알지 못한 채 6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하지만 나경보에게 그녀는 원망의 마음보다 그리움이 더 큰 첫사랑이었다.

게이머 활동 이후 몇 번의 이성교제를 해봤지만 첫사랑에 대한 그리움만 더해갔다. 그러던 중 그녀가 나경보의 팬 카페에 가입하면서 6년 만에 첫사랑과 재회했다. 그는 많이 성숙해진 모습에 여전히 아름다운 그녀를 보면서 ‘첫사랑은 결코 이뤄질 수 없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이미 다른 남자친구가 있는 게 아닌가.

이성으로 끌리는 마음을 애써 억누르고 그녀의 뜻에 따라 친구로 지내기로 했지만 역시 남자에겐 ‘첫사랑’ 기억만큼 가슴 설레는 추억은 없는 듯 하다.||나도현(21, 한빛)의 마음을 사로잡은 첫사랑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다. 어려서부터 유난히 말썽꾸러기였던 나도현은 여자친구 괴롭히기가 유일한 취미였다. 치마를 들추고 갖은 약을 올리며 수많은 여자친구들을 울리곤 했지만 예외는 있는 법. 바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떨리는 첫사랑 K.S.Y다.

나도현이 8년 동안이나 가슴에 간직하고 지낸 그녀. 같은 동네에 살면서 아주 가끔씩 길에서 마주치기도 했지만 쉽게 말을 건넬 용기가 없었다.
얼마 전 인터넷 동창사이트를 통해 자연스럽게 그녀를 만났고 메일로 8년 간 쌓아왔던 마음을 털어놓았다. 그러나 그녀는 매몰차게 거절했고 이후, 또다시 서먹한 사이가 됐다.

지금도 몇 번이고 전화번호를 누르려다가 용기가 안나 그냥 끊어버리곤 한다. 그녀만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지만 메이저대회에서 우승을 하게되면 용기 내어 또다시 대쉬할 생각이다.||조정현(23, AMD)의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슴 설레고, 후회되는 기억이 있다.
바로 20살 때 만난 PC방 아르바이트생 그녀와의 첫사랑이다.
낯을 많이 가리는 데다 소극적인 성격 때문에 누구와도 쉽게 친해지는 법이 없는 그였지만 그녀와는 달랐다. PC방에서 게임을 시작하면서 그녀와의 사랑도 점점 커져만 갔다.

뭐니뭐니해도 그녀와의 만남에 있어 최대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그녀와의 ‘첫 키스’.
조정현은 사소한 일로 그녀에게 토라져 먼저 헤어지자는 말을 꺼냈다. 헤어짐을 앞두고 그녀를 마지막으로 만나던 날, 만화에서나 봤을 법한, 태어나서 가장 짜릿한 첫 키스를 경험했다. 그리고 그녀와 헤어졌다.

지금까지 어느 이성에게서도 느껴보지 못한 인생 최대의 순간이었다. 조정현은 “표현력이 부족해 한번도 나의 속마음을 제대로 표현한 적이 없었는데… 지나고 나니, 그게 ‘사랑’이었다”고 말했다. ||낙천적인 성격의 GG맨 박현준(24)에게는 오랜 시간을 짝사랑해 온 한 여자가 있다.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박현준을 행복하게 만들어 준 그녀는 7살 연상의 방송인이다.
몇 년 전에 압구정동 어느 PC방에서 알게 된 그녀는 외모와 성격, 어느 하나 빠지는 데가 없는 완벽한 그의 이상형이었다.

박현준은 7살 나이쯤이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믿었다. 1년 6개월 전쯤 어느 날, 오랫동안 가슴앓이를 해오다 그녀에게 고백했지만… 거절당했다.

그 후유증은 그 후로 1년 간 계속됐다. 게임에 대한 흥미를 잃을 정도로 견디기 힘들어서 대회 성적도 많이 저조했었다.
지금은 종종 연락도 하며 그녀의 공연도 보러 다닐 만큼 마음의 여유를 되찾게 됐다.||전&이 커플은 횟수로 3년 째 만남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1월, 본지와의 인터뷰 때 여자친구와 헤어졌다며 하소연하더니 또 다시 재회했단다. 이상미 양은 전지윤과 절친한 프로게이머 봉준구의 팬 카페 운영자다. 때문에 봉준구와 절친한 사이인 그와도 자연스럽게 친분을 쌓게 된 것.

전지윤은 눈이 내리던 어느 날 공원에서 그녀에게 먼저 프로포즈했고 그녀가 ‘OK!’하면서 연인사이로 발전했다. 서로의 성격차이로 자주 다투기도 하지만 ‘정’ 때문인지 결국은 언제 싸웠냐는 듯 다시 가까워진다.

그녀의 회사는 역삼동, 전지윤의 연습실은 선릉이다. 가까운 거리에 있다보니 하루에 한번은 꼭 만난다. 퇴근 후 함께 저녁을 먹고 게임도 즐긴다. 전지윤은 여자친구가 게임도 요리도 잘한다며 자랑이 대단하다. 사진발이 안 받아 사진은 공개할 수 없다고.||변&정 커플은 친구가 주선해 준 소개팅에서 만났다.
그녀는 3살 연상으로 현재 한국외대 일어과에 재학 중이다. 첫 느낌은 썩 와 닿지 않았지만 만날수록 이해심 많고 착한 마음에 이끌려 변길섭이 먼저 프로포즈했다. 그녀도 웃음으로 화답했다.

그러나 불규칙적인 게이머생활을 하다보니 그녀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할 때가 많았고 다툼도 잦아졌다. 결국 그가 먼저 “지금은 게임에만 몰두하고 싶다”며 “나중에 연락할게“라며 먼저 연락을 끊었다.

그리고 지난 3월 재회했다. 변길섭의 집은 구로, 그녀의 집은 등촌동이다. 주로 건대 입구에서 만나 밥도 먹고 영화도 보며 데이트를 즐긴다. 변길섭은 여자친구가 대회장에 나타나면 신경이 쓰여 제대로 실력발휘를 못하는 타입이다. 하지만 여자친구는 대회장에서 직접 그를 응원하고 싶어해 최근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중이다.||최근 연인과 결별하고 실연의 아픔을 겪고 있는 프로게이머들도 있다.
지난 해 7월 본지에서 당당히 3살 연상의 연인이 있음을 밝힌 물량토스 박정석(20, 한빛)이 2주전에 2년 간의 사랑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녀와는 배틀넷 채팅을 통해 알게돼 같은 길드원으로 활동하다가 2001년 정식 연인사이가 됐다.

지난 인터뷰에서 여자친구를 발랄하고 장난꾸러기라고 소개한 박정석은 “서울과 부산에 떨어져 있다보니 한 달에 한번 만나기도 힘들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문자를 주고받으면 애정을 확인한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 박정석의 성적이 부진해지면서 슬럼프의 늪에 빠졌고 결국 게임에 전념하겠다며 여자친구에게 결별을 선언했다.

박정석은 “여자친구가 원하는 대로 자주 만나 챙겨주면 좋겠지만 게임 때문에 그럴 수 없어서 결국 이별을 선택했다”며 “그녀에겐 미안하다”는 말을 전했다.

김성제(19, 동양)도 최근 여자친구와 결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갑내기 여대생과 열애 중이던 김성제는 1년여 만남 끝에 합의하에 헤어졌다. 서로의 생활을 온전히 이해해주지 못해 싸움이 잦아지고 결국 이별하게 된 것. 김성제는 “마음이 괴롭다. 그러다 보니 짜증이 부쩍 늘어 속상하다”고 말했다.

피파 프로게이머 김수영(19, 삼성전자)도 얼마 전 2년 정도 사귄 여자친구와 헤어졌다. 그녀를 알게된 건 3년 전. 그녀는 당시 김수영의 여자친구와 절친한 친구사이로 여자친구보다 더 그를 아끼고 보살펴주며 그에게 사랑을 전했다.

그가 이 사실을 안 여자친구에게 이별을 통보 받고 매일 술을 마시며 괴로워할 때도 그녀는 늘 곁에 있었다. 물심양면으로 그를 도와 이별의 상처를 아물게 해준 그녀. 김수영 역시 그녀의 친절함에 서서히 마음이 움직였고 이후 그녀와는 연인사이가 되었다.

이런 저런 이유로 결국 이별을 선택했지만 그에게 있어 ‘첫사랑’보다 더 애틋한 진한 사랑의 추억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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