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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 블랑카 정철규] “블랑카 열풍, 고스톱에도 떴어요!”

  • 김수연
  • 입력 2004.10.18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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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일전 제 생일이었어요/사장님 선물 준다고 오라해서 갔더니/갑자기 막 때렸어요/왜 때리냐고 했더니 ‘생일빵’이라고/저 너무 아파서 그만 하라고 했더니/사장님 작은 마음의 표시니 거절하지 말라며/계속 막 ‘생일빵’줬어요/월급 올려달라고 하면 ‘생일빵’줍니다/몸 아파서 일 못한다고 하면 ‘생일빵’줍니다/뭡니까 이게 사장님 나빠요~」

“1분30초 짜리 이 대본이 나를 스타로 만들었습니다.” 지난 8개월 간 방송된 <블랑카의 뭡니까 이게> 코너 중 첫 회 때 방송된 ‘생일빵’ 편이다. 블랑카 정철규는 ‘생일빵’ 편이 자신이 최고로 꼽는 시리즈 중 하나라며 즉석에서 시범까지 보였다.

방송 5개월까지만 해도 시청자들은 그가 실제 외국인 노동자인줄로 착각했다. 스리랑카 노동자 블랑카의 외침이 데뷔 8개월 째인 그를 스타덤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블랑카 정철규의 외국인 근로자의 애환을 주제로 한 개그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는 창원에 있는 공단에서 외국인 근로자들과 함께 일한 적이 있다. 경남대 전기전자학과를 휴학하고 산업체 특례요원으로 3년 간 공단에서 일한 것.

우즈베키스탄 근로자들에게 한국말을 가르쳐주기도 하고 중국 근로자들로부터 중국말을 배워 회사측과 중국인 근로자 사이에서 통역을 할 만큼의 실력을 쌓기도 했다. 주말이면 외국인 근로자들을 집으로 초대해 스스럼없이 어울렸다. 지금의 개그 소재들 역시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디어를 얻는 것이다.

“그때 3년이 내 인생을 바꿔놓은, 평생 잊혀지지 않을 가장 소중한 시간들이었어요.” 공단에서의 경험은 그에게 참신한 개그의 소재를 안겨 주었다. 또 외국어 실력도 늘었고 군복무를 대신해 근무했지만 매달 60만원씩이나 월급을 받아 경제적인 도움까지 덤으로 얻었다. “그때 외국인 친구들은 모두 자신들의 나라로 돌아갔지만 아직도 연락하며 지내는 친구들도 많아요.”||“친구들이 ‘꾸중물’이라고 불렀어요.” 어릴 적부터 유난히 피부가 검었던 그의 고향은 경남 창원. 유난히 공단들이 많이 위치해 있어 외국인 근로자들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이다. 길거리에서 동남아 지역 외국인 근로자들과 마주치면 상대방이 먼저 “샬롬”하며 인사를 건네 오는 일이 부기지수였다.

“고1땐 친구들과 싱가폴로 여행을 떠난 적이 있는데 스튜어디스가 싱가폴어로 제게 말을 걸더라구요.”

공단서 일할 땐 작업장 아줌마들이 바디 랭귀지로 힘들게 그에게 말을 건네다가 “저, 한국사람인데요.”하면 화들짝 놀라곤 했다고.

“어릴 땐 가수가 꿈이었는데 외모 때문에 일찌감치 포기했어요. 학창시절부터 남들을 웃기는 재주가 있어 주변에선 모두 개그맨이 되라고 했죠.”

정철규는 학창시절부터 타고난 웃음꾼이었다. 교내 행사 때면 선생님들의 성대모사는 물론 교내 행사 문화를 비판하는 스탠딩 개그로 전교생의 웃음을 자아내곤 했다. 주변 사람들은 ‘너처럼 웃기는 놈은 첨 본다’ ‘10년에 한번 나올까말까하는 웃기는 놈이다’라며 그의 재능을 높이 평가했다.

정철규는 개그맨이 되기 위해 지난 해 12월 상경했다. 대학로를 떠돌며 개그공연을 모조리 섭렵하고 무작정 선배들에게 매달려 개그맨이 되고 싶다며 매달려보기도 했다. “아예 무시당하기도 했지만 가능성이 엿보인다며 격려해주시는 선배님들도 계셨어요. 그래서 용기를 냈죠.”

지난 해 12월, 아마추어들의 개그경연인 위성TV KBS코리아 <한반도 유머 총집합>에 6주간 출연했다. 이를 계기로 지난 2월 7일 <폭소클럽> 출연제의를 받았다. 꿈만 같았다. 개그맨이 되겠다며 상경할 때만해도 2~3년쯤은 무명시절을 겪게될 줄로만 알았기 때문이다. ||“쉽게 뜨면 쉽게 진다고들 하잖아요. 사실 그게 좀 두렵기는 합니다.” 다들 골머리를 앓는 군대 문제도 해결됐고 집에서도 크게 반대하지 않았기에 여유를 갖고 개그맨의 길을 선택했다.

그러나 예상외로 너무도 빠른 시간 안에 유명세를 타다보니 한편으론 불안하다고. 또 팬들이 기대하는데 부응하기 위해서는 매번 새로운 소재들을 발굴해내는 일도 만만치 않은 작업.

“요즘엔 저 못지 않게 블랑카를 위해 큰 도움을 주시는 분이 계세요. 제가 업고 다니고픈 황선영 작가님요. 이거 꼭 써주세요!”

그러나 블랑카 이미지가 너무 강해 후속작에 대한 부담도 스트레스다. “당분간은 더욱더 신선하고 재미있는 블랑카 이야기를 이어갈 예정이구요, 기회가 된다면 MC도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사진=유영민 기자 | youmin20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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