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년 당시 SBS 추석특집 <내가 진짜스타>에 출연해 1등을 차지한 이후 스스로 개그에 소질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경제적으로 너무 힘들었기에 1등 상금 150만원에 눈이 멀어 신청을 했죠. 결국 1등을 해 어머니께 상금을 드렸더니 눈물까지 흘리시며 너무 기뻐하시더라구요.”
그는 2남2녀 중 막내지만 힘든 가정형편으로 고등학교 때부터 공장을 다니며 아르바이트를 했다. 고3이 되어 서울예전 연극영화과를 지망했다. 막상 합격 통지서를 손에 받아들고 나니 300만원이나 되는 입학금과 수업료를 납부할 돈이 없었다.
결국 눈물을 머금고 대학진학을 포기했다. 그가 선택한 건 국고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2년제 서울기능대학. 책값까지도 무상으로 지원해주는 곳이라 무사히 대학을 졸업할 수 있었다.||장재영이 개그맨으로 정식 데뷔한 건 97년. KBS 개그맨 공채 13기로 선발되어 다양한 개그프로그램에 참여했다. 7수 끝에 이뤄낸 성과였다. 그러나 활동한지 8개월 만에 군에 입대했고 제대 후엔 공채 개그맨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해졌다.
그는 개그맨 박준형의 도움으로 대학로에서 개그공연을 하며 재기를 다짐했다. 결국 2000년도에 MBC 신인개그맨 대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복귀했다.
그는 지난 해 6월부터 주무대를 SBS로 옮기고 맹활약 중이다. “당시엔 수많은 갈등을 겪었지만 SBS<웃찾사>로 인지도를 높일 수 있었기에 지금은 만족합니다. 다만 제가 좀 더 기량을 쌓은 다음에는 꼭 친정집(MBC)으로 복귀할 생각입니다.”
그는 <웃찾사>의 ‘고운말 법정’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지금은 ‘고운말 드라마’로 타이틀이 바뀌었지만 현재 <웃찾사> 최장수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비둘기 합창단 코너에서는 바바리맨으로 등장한다.
“팬 서비스 차원에서 녹화가 끝나면 관객들께 바바리를 펼쳐 보이는데 이젠 엔딩곡이 흐르기가 무섭게 관객들이 사진기나 폰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어 무안할 때가 많아요.” ||장재영은 소문난 ‘카운트스트라이크(이하, 카스)’ 매니아이다. 방송이 없는 날이면 동료 개그맨들과 함께 PC방에서 밤을 새기 일쑤였다. 결국 소속사 측에서는 최고 사양의 PC에 ‘카스’까지 깔아 사무실 내에 PC방을 꾸며주었다.
“예전에는 ‘스타’만 했었는데 일로 인한 스트레스를 푸는 데는 ‘카스’만한 게임이 없는 것 같아요. 이제 개그맨들 사이에서도 ‘카스’를 못하면 ‘왕따’ 취급 받는다니까요.” 장재영은 ‘개그맨은 개그로 떠야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때론 버라이어티나 다양한 활동들로 인지도를 넓히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도 있지만 아무리 힘들고 고생스럽더라도 진정한 개그로 인정받고 싶다는 게 그의 지론. 늘 한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신선하고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최고의 개그맨이 되는 게 그의 꿈이다.
“국내에서는 유독 코미디프로그램에 대한 제재가 심한편입니다. 코미디를 코미디 자체로 인정해주는 분위기가 만들어져 폭넓은 소재로 아이디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날이 꼭 오기를 바랍니다.”
사진=유영민기자|youmin2001@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