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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우:개그맨] "괴기스러운 호러게임을 좋아한다"

  • 김수연
  • 입력 2003.04.07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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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이동우(33)를 만나 인사를 나누고 한 장의 명함을 건네 받았다. 한글문화연대 운영위원이라고 인쇄된 명함, 이름 아래 아주 깨알같은 글씨로 ‘방송인’이라는 글씨도 보인다.

한글문화연대는 우리말과 글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 바로잡아 나가자는 비영리 시민단체로 시민들을 상대로 강연회나 ‘우리말 교실’ 등의 행사를 개최한다고 한다. 그의 별난(?) ‘우리말 사랑’에도 다 이유가 있었다.

이동우는 ‘책을 보는 것만큼 즐거운 일은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책읽기를 좋아해 동료들에게 ‘독서광’이나 ‘책벌레’로 불린다고.

데뷔를 한다해도 한동안 무명의 설움을 겪는 경우도 태반이지만 이동우는 데뷔하자마자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운 좋은 개그맨이었다. 1993년도 개그맨 홍록기와 나란히 개그맨 공채2기로 데뷔한 뒤 평소 친분이 두터웠던 서울예술대학 출신들과 ‘틴틴파이브’라는 5인조 댄스그룹을 결성해 화제를 일으켰다.
3집 앨범을 발표하고 잠실 역도 경기장에서 화려한 콘서트도 개최했다. 데뷔이래 가장 벅찬 감동의 순간이 바로 콘서트 때다.

“흐르는 세월을 막을 수야 있나요? 국내 최고령 댄스그룹(이동우씨가 ‘막내’라고 하니 대충 짐작이 간다)이라 99년 3집 앨범을 발표했을 땐 격렬한 안무 때문에 무척 고생했었거든요. 힘든 만큼 보람도 있었고 큰 욕심안내고 활동하니까 부담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

그는 자신을 결코 ‘늙었다’고 표현하지 않는다. 다만 ‘무르익은 것’이라고. 연기자든 가수든 개그맨이든 ‘무르익음’이 곧 ‘시작’이며 일에 대한 열정과 노하우만은 풋내기 연예인과 견줄 수 없다는 게 그의 변이다. 올 여름에는 ‘틴틴파이브’의 4집 앨범을 내놓을 계획이다.||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연극을 접할 기회가 많았던 이동우는 연극의 매력을 몸소 체험하며 ‘뮤지컬 배우’가 되리라 마음먹었다. 계원예고에 진학해서 연기를 전공했으며 부전공으로는 당시로서도 생소했던 ‘판토마임’을 선택했다. 마임을 공부하면서 무대 위에서 아무런 말없이 그저 몸짓만으로 의미를 전달하는 판토마임이 근사하게 느껴졌다. 이후, 판토마임을 전문적으로 연기하는 ‘마임이스트’를 꿈꾸기도 했다.

이동우는 서울예술대학에 입학해 개그동아리인 ‘개그클럽’에서 활동했다. ‘개그클럽’은 내로라 하는 개그맨들을 배출한 서울예술대학의 명문 동아리로 연기에 능하면 코메디도 문제없다는 생각에서 시작하게 됐다.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부터 남을 웃기는 직업에 대한 매력을 터득했지만 ‘뮤지컬 배우’나 ‘마임이스트’에 대한 막연한 동경은 떨쳐버릴 수 없었던 이동우.

그가 개그맨이 되기로 결심한 결정적인 시기는 바로 군 생활 때다. 훈련소에 있을 때 어머니에게서 난생처음으로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경상도 분이라 평소에도 무뚝뚝하기만 하셨던 어머니의 편지는 처음에서 끝까지 ‘사랑한다’는 내용이었다. 어머니의 편지를 가슴에 품고 밤새 눈물을 흘렸다는 그는 어머니께 효도할 방법을 강구한 끝에 어떻게든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어려서부터 어머니와 단둘이 생활해 온 그는 ‘내가 돈을 벌어야 생계를 꾸려나갈 수 있다’고 깨닫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 훌륭하게 키워주신 어머니께 보답하기 위해서는 속된 말로 배를 곯아야하는 ‘뮤지컬배우’나 ‘마임이스트’의 길을 과감히 포기해야만 했다. 그래서 생각하게 된 것이 바로 ‘개그맨’이다. ||이동우의 첫사랑은 중학교 1학년 때 같은 학교 여학생이었다. 철부지 풋사랑으로 시작했지만 8년 간을 사귀었다. “유행가 가사처럼 ‘사랑하기에 떠나보낸다’는 말... 그전까지만 해도 믿지 않았거든요. 살다보니 내게도 이런 상황이 오는구나 라고 느끼며 그녀를 떠나보냈습니다.”

멋모르고 사귀다보니 8년이 훌쩍 지나버렸다. 철이 들어 생각해보니 책임의식이란 게 앞섰고 자신이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 게 과연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되묻게 됐다. 자신보다 훨씬 좋은 환경에서 자란 똑똑하고 능력있는 그녀였기에 아무런 능력도 없는 자신이 그녀의 발목을 움켜잡고 있는 것이 마치 죄악처럼 느껴졌다. 그녀를 행복하게 해줄 자신이 없었기에 그녀를 만나는 것이 즐겁지 않았고 오히려 부담스러웠다.

“내가 아닌 다른 남잘 만나 더 풍요롭게 살길 바라면서 모질게 돌아섰는데... 참 나약한 생각이었어요.” 이후, 서로 소식조차 모르고 살다가 언젠가 KBS ‘TV는 사랑을 싣고’의 작가를 통해 그녀의 소식을 접했다. 현재 결혼해서 미국에 살고 있다는 그녀는 그를 한번쯤 만나보고 싶지만 아이가 2개월밖에 되지 않아 남편에게 맡겨둘 수 없다며 안타까워했다는 것이다. 그는 ‘만나보고 싶지만’이라는 한마디에 위안을 얻었다.

“추억은 마음 속에 담아 둘 때 가장 아름다운 거겠죠?”
이동우는 투명한 느낌의 여자가 좋다.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마음을 지닌 솔직한 사람이 바로 그가 말하는 투명한 여자다. 외모보다는 느낌이 와 닿는 그런 여자가 좋다고...

사진=유영민기자|youmin20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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