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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진:탤런트] "테크닉이나 외모 보다는 연기로 평가받겠다"

  • 김수연
  • 입력 2003.01.28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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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생소한 이름에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야인시대> ‘삼수’라고 하면 금새 ‘바가지머리’를 떠올리게 된다. 고3때 우연히 MBC 미니시리즈 ‘도전’에 출연, 연기에 재미를 느껴 배우가 되기로 결심한 성우진은 서울예술대학교 연극과에 입학했다.

연기공부를 시작한 이후로는 드라마보다 연극에 더 흥미를 느꼈고 대학로 연극무대에서 활동하던 그는 군에 입대하게 됐다. 당시 차인표, 이휘재, 구본승 등 국군영화에서 왕성히 활동하던 스타들이 줄줄이 제대한 터라 국군 홍보관리소에 마침 TO가 났고 국군영화에 출연하며 군 생활을 마쳤다.

성우진은 2000년 SBS 9기 공채탤런트로 은상을 수상하면서 정식으로 브라운관에 데뷔했다. 그러나 캐릭터가 불분명해 개성파 배우로의 기회도 좀처럼 주어지지 않았다. 그의 연기력을 평가받을 만한 비중 있는 배역은 아예 꿈조차 꾸기 힘들었다. 게다가 기획사와의 마찰로 계약해지는 물론 법적 문제까지 겹쳐 그의 연기생활은 시작부터가 엉망진창이었다.||성우진은 2년 간의 공백기를 겪는 내내 술에 절어 살았다. 일주일 동안 소주 천잔 마시기에 도전, 술에 만취한 상태로 잠이 들었고 눈뜨면 또 다시 술을 마시는 일을 반복하기도 했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떠돌이 생활도 했다. 울산에 머물며 막노동도 해봤다는 그는 당시 울산의 아파트란 아파트는 모두 자신이 지었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한다.

“혼자 떠돌이 생활을 하면서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제 인생에 대해 좀 더 진지해질 수 있었던 기회였다고 할까요. 당시에는 이 세상에서 제 자신이 가장 힘든 고통을 받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때의 그 느낌과 감정들이 지금 연기활동을 하는데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성우진은 <야인시대>를 계기로 기나긴 2년 간의 방황에 종지부를 찍게 됐다. 평소 알고 지내던 <야인시대> 조감독으로부터 ‘김두환의 꼬봉인데...할 수 있겠냐’며 출연의뢰를 받게 됐다. 경력 있는 연기자에게 부탁하기엔 ‘삼수’의 배역이 너무 초라하고 그렇다고 신인에게 맡기자니 불안한 마음이 앞섰던 조감독은 조심스레 그에게 출연의사를 물어봤던 것.

하지만 흔쾌히 출연에 응한 성우진은 20부 정도의 대본을 받아들고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극중 ‘삼수’의 대사는 온통 ‘네, 형님!’ 뿐, <야인시대> 녹화장에서도 다른 배우들 뒤에 가려져 얼굴 한번 비춰지기도 힘든 단역이었다.||“이러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혼자 고심한 끝에 바가지 머리로 컨셉을 잡았습니다. 순진하고 순수한 이미지를 연출하기 위해서죠. 그렇게 몇 주가 지나자 시청자들의 반응도 좋고 감독님과 작가 분도 제 캐릭터를 인정해 주시더군요.”

그렇게 철저한 자기 캐릭터 연구로 대사도 하나, 둘 늘어나고 극중 ‘삼수’의 비중도 커졌다. 연기력을 어느 정도 인정받아 이젠 감독도 성우진의 연기에 대해 간섭하지 않는다. 특히, 성우진이 연기하는 ‘삼수’는 애당초 1부까지만 출연하기로 했으나 팬들의 호응에 힘입어 2부까지로 연장 출연하게 됐다.

2부에서 ‘삼수’는 계급이 훌쩍 뛰어 김두환의 어엿한 중간 보스로 등장한다. 지위가 높아진 만큼 헤어스타일도 촌스러움을 탈피한 중후한 ‘올백’으로 바뀐다. 성우진은 시청률 높은 드라마에 출연하게 된 자신이 운이 좋은 배우라고 말하지만 이는 철저한 자기 개발과 노력으로 빚어진 결과다.

성우진은 그 동안 촬영장에서만 생활하다보니 정작 <야인시대>와 극중 ‘삼수’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알지 못했다. 얼마 전, 경기도 이천의 야외촬영지가 오픈되면서 촬영 때마다 자신의 주위로 몰려드는 여중생 팬들을 보면서 비로소 자신의 인기를 실감하게 됐다고.

“하찮은 배우는 있어도 하찮은 배역은 없는 법이잖아요. 이번 작품을 발판 삼아 앞으로 더 좋은 작품에서 더 좋은 연기를 보여 드릴께요!"||<야인시대> 출연진들이 함께 한 오락 프로그램에서 기왓장 10장을 단번에 격파해 주위를 놀라게 했던 성우진. 알고 봤더니 태권도 유단자였다. 어려서부터 운동을 좋아했던 그는 태권도뿐만 아니라 합기도, 격투기, 액션무술 등 다양한 운동들을 연마했다.

“시청자분들이 여리기만 한 배역과 정 반대의 모습을 보고 ‘저런 면도 있구나’하고 놀랐다고 하시더군요. 그게 매력적이었나 봅니다.”

성우진은 NG없이 잘해보자는 생각으로 대사를 달달 외우고 촬영에 들어가면 ‘큐’사인과 동시에 머릿속이 깜깜해져 오히려 연기를 망친다. 때문에 그는 계산된 연기가 아니라 순발력으로 승부한다. 통통 튀는 감초연기를 위해서는 현장성을 가미한 즉석 연기가 오히려 제 맛이 난다.
“성룡을 닮았다는 소릴 자주 듣는데 개인적으로도 성룡 연기를 좋아합니다. 진지함 속에서도 웃음이 터져 나오고 코믹연기에서도 진지함이 묻어나는 그런 연기가 좋아요.”

성우진은 외모나 테크닉보다 감성으로 평가받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 그가 추구하는 것은 ‘연예인’이 아니라 ‘연기자’이기 때문이다.

사진=유영민기자|youmin20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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