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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수:개그맨] "'우격다짐'으로 의미있는 개그 선보이겠다"

  • 김수연
  • 입력 2002.12.03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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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격다짐’으로 우겨서 개그계를 굴복시킨 이정수(24)를 만나기 위해 대학로 갈갈이 패밀리 공연장에 도착했다.

공연장 입구에 들어서니 멀쩡하게 생긴 사내가 “어떻게 오셨나요?”하고 물어왔다.

“이정수씨 인터뷰 때문에 왔는데요...”라고 대답하는 순간, ‘혹시, 이 남잔가?’하며 어리둥절해졌다. 이휘재, 신동엽에 이어 잘생긴 개그맨 대열에 올라서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아직까지 ‘개그맨 이정수’라고 하면 잘 모르시는 분들이 계시지만 ‘우격다짐 이정수’라고 하면 다들 아세요. 또 ‘우격다짐’ 코너에선 항상 찡그리며 어눌한 말투로 대사를 하니깐 실제로 저를 알아보시는 분들은 거의 없습니다.”||남들 앞에 나서서 얘기하길 좋아했고 사람들이 자신의 얘기를 듣고 웃어주면 희열을 느꼈던 이정수는 어려서부터 개그맨이 되겠다며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그러나 부모님은 ‘넌 개그가 안 어울린다. 차라리 탤런트나 영화배우는 어떻겠냐’고 만류하셨다.

대학진학을 앞두고 예대진학을 결심했으나 아버지는 ‘만약 개그맨이 못되면 어쩔거냐’시며 극구 반대해 결국 ‘정보통신’을 택했다. 그러나 개그맨이 되겠다는 그의 결심은 확고했다. 작년 11월 제대 후, 무작정 대학로 갈갈이 패밀리 공연장을 찾아갔다. 그렇게 공연 포스트를 붙이고 전단지 돌리는 일부터 시작했다.

두 달 후 이정수는 탁월한 호객행위 능력을 인정받아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얻게됐고 ‘웃기기 힘든 캐릭터’라는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난 4월 KBS 개그맨 공채로 정식 데뷔했다.

이정수는 선배인 박승대의 도움으로 충격적이고도 신선한 ‘우격다짐’의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다. 처음 ‘우격다짐’을 시작했을 때 ‘왜 반말이냐?’며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많았다. 그만큼 ‘우격다짐’의 성공여부를 놓고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대학로 관객들의 반응은 예상외로 뜨거웠고 소문을 듣고 찾아 온 ‘개그콘서트(이하, 개콘)’ PD의 추천으로 공중파를 타게 됐다.||풋내기 신인이 스탠딩 개그에 도전한다는 건 자칫 한없이 썰렁해질 수도 있는 모험이었다.

지난 9월 선보인 ‘개콘’ 코너인 ‘우격다짐’에서 이정수는 어눌한 목소리로 거침없이 반말을 내뱉는다. 멀쩡하게 생긴 그가 하얀 코트에 하얀 장갑을 끼고 무대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나와서 진진한 얼굴로 말문을 열면 시청자들은 박장대소한다.

‘우격다짐’은 이정수 스스로가 자신의 개그를 간단 명료하게 한 마디로 정의 내리고 이어 시청자들의 고정관념을 깨부수는 의외의 규정들로 폭소를 자아내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격다짐’의 사전적 의미를 알아보자. ‘억지로 우겨서 남에게 강요함, 또는 그런 짓’. 이정수의 개그는 제목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만약 ‘우격다짐’이라는 제목이 없었더라면 보는 시청자들은 ‘다소 억지스럽다’ ‘썰렁하다’로 그의 개그를 일축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한편, ‘우격다짐’의 대성공으로 후속타에 대한 부담감을 안은 이정수는 ‘폭소를 자아내지 못할망정 생각 없는 싸구려 코미디를 만들어 웃기진 않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개콘’에서 선보일 또 다른 1인극을 준비하고 있다.

“제가 진행하는 코너들을 오랜 시간이 지나 되돌아봤을 때 모든 작품이 마치 영화처럼 한 선으로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앞으로도 단지 웃기는 개그가 아니라 의미 있는 개그를 선보일 생각이구요.”

사진=유영민기자|youmin20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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