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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반룡의 게임애가] 그래픽 기술 발전의 기대와 우려

  • 정리=김상현 기자 aaa@khplus.kr
  • 입력 2023.05.16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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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인상 깊게 본 영화 중에 2009년에 개봉했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라는 영화가 있다. 아마도 보지는 못했더라도 제목 정도는 기억하는 사람이 무척 많을 것이다. 이 영화는 ‘데이비드 빈처’ 감독이 ‘브래드 피트’와 ‘케이트 블란쳇’ 주연으로 만든 영화로 태어날 때 노인의 모습으로 태어난 벤자민이 시간이 지나면서 젊어지는 판타지 설정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인간의 삶과 죽음, 삶의 의미와 기억에 대한 영화이기도 하고, 아무것도 모르던 어린 시절의 늙은 벤자민이 다시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어린 벤자민으로 변해가는 모습에서 탄생과 죽음의 모습이 닮아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이 영화에서 특히나 인상 깊은 장면 중 하나는 20대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등장하는 브래드 피트의 모습이었다. 영화관에서 이 장면을 볼 때 수많은 여성 관객이 탄성을 내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당시 브래드 피트의 실제 나이는 40대 중반이었고, 20년 정도 거슬러 20대의 모습으로 등장한 브래드 피트의 자연스러운 모습은 같은 남자가 봐도 감탄이 절로 나오는 모습이었다.

올해는 필자가 좋아하는 영화 시리즈 중의 하나인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최신작이 개봉할 예정이다. 1981년부터 2008년까지 총 4편이 만들어진 이 영화 시리즈는 무려 15년 만에 5편이 나온 것이다. 고고학자이면서 탐험가이고 모험가인 주인공 ‘인디아나 존스’의 모험 활극을 그린 이 영화는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도 알만한 ‘존 윌리엄스’의 음악도 유명하지만, 주인공의 중절모와 채찍이 트레이드 마크로 무척 유명하다. 이런 인디아나 존스의 이미지는 주연 배우 ‘해리슨 포드’의 인상이 너무 강하여 4편 당시 60대였던 해리슨 포드가 액션 연기를 해야만 했다. 그러나 최근 공개된 5편의 예고편을 보면 영화상 70대이고, 실제 80대가 된 해리슨 포드가 과거로 돌아가 모험을 하는 것으로 예상된다. 예고편에서 40대 정도로 보이는 해리슨 포드의 모습은 1편 당시의 해리슨 포드처럼 보여 무척 기대된다.

위의 이야기에서 등장한 브래드 피트나 해리슨 포드같은 배우의 젊은 시절 모습은 발전된 그래픽 기술을 이용한 것이다. 최근 이번에 ‘인디아나 존스 5편’을 제작하는 ‘월트 디즈니’에서 인공지능과 머신러닝 기술을 이용한 AI기반 배우 분장 기술을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한 기술은 이제 별도의 비주얼 이펙터나 애니메이터, 특수 효과 없이 배우의 어린 모습과 노인 모습을 화면에 보여주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하여 디즈니는 수천 명의 사람 얼굴 데이터로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머신 러닝을 통해 사람의 노화 과정을 예측하는 과정을 연구하였고, 촬영된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처리되어 화면에 바로 결과를 보여주는 것에 성공했다.

이런 기술의 개발은 한편으로 감탄스럽고, 기대되지만, 다른 면에서 사라지는 비주얼 이펙터와 애니메이터의 자리가 우려스럽기도 하다. 이런 전문적인 작업은 노동 집약적이고, 비용이 많이 든다. 현재 최신 기술을 도입해 영상을 제작하는 비용을 알 수 없으나, 분명 기술이 발전하면서 비용은 지금보다 더 낮아질 것이다. 이런 기술을 통한 제작 비용이 줄어들수록 사람의 자리는 줄어들 것이 당연하다. 영화 ‘라이프 오프 파이’의 특수 효과를 제작했던 회사가 이 영화로 아카데미 시각효과상을 수상하고 얼마 후 파산 신청했고, ‘타이타닉’과 ‘트랜스포머’ 특수 효과를 제작했던 회사도 파산 신청을 했던 것은 기술의 발전이 보여줄 이 분야의 미래를 예견하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필자가 좋아하는 게임 중에 실제 배우의 이미지를 사용해 만든 게임인 ‘귀무자’ 시리즈가 있다. 배우 ‘금성무’의 이미지를 사용하여 실감나는 액션을 보여준 3편의 오프닝은 20년이 지난 지금 다시 봐도 인상적이다. 이런 그래픽 기술이 발전할수록 많은 실제 배우가 영화처럼 보이는 게임에 등장할 수도 있고, 현실처럼 제작된 게임의 캐릭터가 배우처럼 영화에 등장하는 날이 올 수도 있다. 가상의 캐릭터가 현실의 배우처럼 연기할 수 있다면 게임의 캐릭터가 가지는 가치는 지금보다 훨씬 높아질 것이다.

기대되는 미래와 안타까운 현실은 언제나 고민스럽다. 기다려지는 신작 영화의 소식과 우려되는 미래의 일자리에 관한 생각, 게임 캐릭터의 영역 확장에 대한 기대 등은 답을 찾기 무척 어려운 문제이다. 삶과 죽음. 인연과 기억 등 정답을 찾기 어려운 문제의 답을 찾기 위해 방황하던 영화 속 벤자민처럼 필자 역시 지금 순간을 방황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벤자민의 시간이 거꾸로 가듯 언젠가 그래픽 기술을 사용하지 않은 아날로그만으로 만들어진 영상이 다시 주목받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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