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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반룡의 게임애가] 학회는 협회처럼 운영되어서는 안된다

  • 정리=김상현 기자 aaa@khplus.kr
  • 입력 2023.06.05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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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무리한 시장 개입에 대한 문제 제기를 위하여 자주 언급되는 사례가 ‘로베스피에르의 우유 가격 통제’이다. 18세기 말 프랑스 혁명 당시 자코뱅당의 지도자였던 ‘막시밀리앙 로베스피에르’는 공포정치로 대표되는 인물이다. 당시 혁명으로 시장이 불안하여 생필품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기 시작했고, 아이들이 먹을 우유의 가격이 너무 오르자 로베스피에르는 우유 가격을 강제로 인하하도록 했다. 우유의 가격이 하락하자 낙농업자들은 수익을 낼 수 없어 생산을 포기했고, 이를 사료의 가격 문제로 생각한 로베스피에르는 사료의 가격도 강제로 인하했다. 그러자 사료업자도 생산을 포기하였고, 결국 공급 부족으로 사료의 가격이 폭등했고, 우유의 가격도 폭등해 이전보다 더 비싸지게 됐다는 이야기이다.

기업의 독과점 방지법은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대표적인 법이다. 높은 시장 점유율을 가진 소수의 기업이 시장의 가격을 임의로 조정해 폭리를 취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소비자의 선택에 따라 형성된 시장의 점유율 자체에 정부가 개입해 강제 조정을 요구하거나, 기업이 인수 혹은 합병으로 높은 시장 점유율을 가지게 되는 경우 인수 혹은 합병 자체를 금지하는 등의 강력한 시장 개입이다. 그러나 이런 시장 개입은 필요한 것이며, 성공한 시장 개입의 사례이다.

흔히 시장은 생명체와 같고,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하여 자유롭게 조정된다고 하지만, 시장 참여자는 각자의 이해관계가 있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하여 다양한 시도를 한다. 그러한 모습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그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은 이런 시장 참여자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이기적인 활동을 하면, 자연스러운 경쟁과 조정이 이루어지면서 시장이 균형을 찾아간다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시장에 맡겨야 하는 영역이 있고, 아닌 영역이 있다. 인간의 기본적인 의식주 문제, 인권, 생존권 등에 관한 문제는 시장의 논리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시장 논리로 접근하면 공교육은 필요 없다. 교육 업체는 양질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에 맞춰 비용을 받으면 된다. 교육비를 낼 능력이 없으면, 어린 나이부터 일하고 돈을 벌면 된다. 50~60년대 우리가 그랬다. 같은 논리로 생각하면 노동 생산성이 떨어지고, 사회적 기여도가 낮아지는 노인들을 사회가 보호할 필요가 없다. 의료 보험 제도도 시장 친화적이지 않은 제도이고, 이익이 나지 않는 상하수도, 전기, 도로 이용료는 일반 기업에 위탁하여 가격을 대폭 올리는 것이 자연스럽다.

앞서 이야기한 로베스피에르의 우유 가격 사례는 아이들에게 안정적으로 우유를 제공하기 위해 우유의 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방향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시장 개입의 방법에 문제가 있던 것이다. 선의로 시작한 일이 나쁜 결과로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지, 모든 일을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사례가 아니다. 그러나, 대부분 이 사례를 들어 하는 이야기는 당시 논란이 되는 정부의 시장 개입에 대한 비판의 근거로 사용한다. 이야기하는 사람들 혹은 단체, 기업은, 이런저런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와 자신들만의 논리를 근거로 정부, 단체 혹은 기업 등을 비판하는 이해 당사자이다. 그들 역시 시장 참여자이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움직이는 것이며, 그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하여 움직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논리적 모순을 비판하고나,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더라도 그들의 그런 활동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학자 혹은 학회는 그래서는 안 된다. 우리가 곡학아세 같은 표현을 쓰는 것은, 학자가 자신의 학문을 개인의 이익을 위해 써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이다. 학자는 시장 참여자여서는 안 되며, 학회는 진실과 진리를 추구하는 집단이어야 한다. 검증되지 않았거나, 확인되지 않은 사실, 본인의 연구 결과나 데이터가 없는 내용을 학자의 이름으로 쉽게 말해서는 안 된다. 학자가 곡학아세하는 것은 비판이 아니라 비난받아야 하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한국게임학회 회장인 위정현 교수의 로비설 주장은 검증도 없고, 근거도 없는 이야기를 학자가 학회의 이름으로 이야기했다는 점에서 비난받아 마땅하다. 개인 위정현이 시장 참여자로서 그 문제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필자는 관심이 없다. 필자는 활동이 많지 않은 회원 혹은 휴면 회원일지도 모르지만, 한국게임학회의 종신회원이다. 학회의 이름으로 성명서가 발표될 예정이라면 최소한의 회원들의 의견을 듣기 위한 형식적인 절차라도 있었어야 한다. 매년 수십 편의 논문이 게재되고, 수많은 회원을 가진 학회가 성명서를 내면서 40명 내외의 임원 논의만으로 발표했다는 것은 회원으로서 납득하기 어렵다.

우리는 과거 많은 학자가 학자의 양심을 팔고, 개인의 이익을 위하여 곡학아세한 사례를 보아왔다. 그러나, 학자들이 모인 학회는 시장 참여자 혹은 이익집단이 돼서는 안된다. 학문과 기술의 연구, 학술교류의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학회가 회원의 이익 실현과 권익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협회처럼 운영돼서는 안 된다. 다른 학회에서 최근의 한국게임학회의 행보가 회장이 개인적인 정치활동을 위해 학회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의혹설을 제기하면 학회는 뭐라고 할 것인가? 누군가가 위정현 회장이 내년에 국회위원 출마를 위하여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고 의혹설을 제기하면 뭐라고 답변할 것인가? 물론 학자로서 위정현 회장이 이런 목적으로 학회를 이용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이번 학회의 성명서는 이런 수준의 주장이다. 그냥 예시를 들어 설명한 것이니 이의제기는 하지 말았으면 한다. 그리고 누군가 이의제기를 한다면 이의제기하는 당신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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