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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 편<1>

  • 윤아름 기자 imora@kyunghyang.com
  • 입력 2005.10.17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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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기반장’ 차재욱, ‘친형’으로 모시겠습니다
팀 다이어리는 막내가 전하는 숙소 이야기라는데... 솔직히 난 현재 막내가 아니라서 아리송한 기분으로 일기를 쓰고 있다. 사실 한참 동안은 막내생활을 했지만... 지금 들어온 막내들을 보면 내가 막내였을 때보다 훨씬 편하게 숙소 생활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형들이 워낙 유순해서...ㅋㅋ 아! 한 명만 빼고... 우리 팀의 군기 반장은 (차)재욱이 형이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음... 무섭다! 내가 팀에 처음 들어와 숙소 살림(?)을 담당했을 때 참, 구박을 많이 받았다. (그 옛날 신데렐라가 계모에게 혼났을 때처럼?)

물론 내 잘못이라서 혼나기도 했지만 다른 형들은 꾸지람을 해도 타이르는 반면 재욱이 형은 얼굴색하나 바뀌지 않고 무뚝뚝한 표정으로 딱 한마디 한다. 예를 들어 다같이 식사를 하고 난 뒤 조용히 다가오는 재욱이 형의 근엄한 목소리. ‘이거, 치워라’ 저 부드러운 외모와는 다르게 어떻게 저렇게 딱딱한 말이 튀어나오지? 그래서인지 형과 나는 곧잘 싸웠다.

이를테면 말장난이 바로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것이었는데 주로 재욱이 형이 날 가지고 놀리면 하지 말라고 말리면서 번지게 된다. 화해는 없다. 그냥 우리는 다시 친해진다. 사람들이 그래서 우리를 보고 ‘닮았다’, ‘형제같다.’라고 말을 하는 것 아닐까. 우리도 친형제라고 가끔 착각을 불러일으킬 때가 있으니 말이다. ㅋㅋ 정말 형한테 의지가 될 때가 많다.

지난주 프로리그에서 에이스 결정전에 나갔을 때, 이젠 몇 년차 프로게이머인데도 여전히 경기를 나가면 떨린다. 그 때 재욱이 형은 정말 힘이 된다. 늘 경기장에 가면 재욱이 형이 든든하게 지켜준다. 귓속말로 “동욱아, 넌 할 수 있어. 괜찮으니까 하던 대로만 하자.”라고 말해줄 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친형’이다. 지금은 내가 막내가 아니지만 (현재 우리 팀의 막내는 쌍둥이 박찬수, 명수, 원종서, 안상원 이렇게 4명이다. 낄낄낄) 예전 기억을 떠올리면 형들과 정말 즐거웠던 추억이 많았다. 게임보다는 같이 뭉쳐서 무엇을 한다는 게 ‘모험심’과 남자들만의 ‘우정’을 만들어줬던 것은 아닐까. 프로게이머가 된 내가 두고두고 가져가고 싶은 것이 있다면 바로 KOR 팀원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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