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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슴테란’ 연성의 스타일기 <마지막편>

  • 정리=김수연
  • 입력 2004.11.0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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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성의 스타일기 마지막 편이다. 첫 회 시작을 앞두고 필자는 연성의 어릴 적 사진을 받기 위해 부모님과 통화를 시도한 적이 있다. 이후 연성의 아버지로부터 한 통의 메일이 도착했다. 연성의 기사를 다루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밤새 쓰신 A4 3장 분량의 글이었다. 연성의 스타일기 마지막 편에서는 연성에 대한 부정(父情)을 담은 아버지 최성희(52)씨의 글로 대신한다.

호남평야의 끝자락 김제 진봉면의 자그마한 시골부락. 연성이 태어난 곳이다. 27세대정도가 사는 자그마한 이 부락은 풍수적으로 중국에서부터 뻗어온 하나의 맥이 끝나는 곳이란 말이 있었다. 어쨌든 인맥의 지세가 영향을 주는 명당터인지는 모르겠으나, 당시 제갈공명 8명이 산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지혜 있는 자들이 많이 사는 부락이었다.

연성이는 이곳에서 당시엔 명문가였던 최씨 집안의 11번째 머스마로 태어났다. 신기한 게 연성이가 태어날 때 ‘허 거참. 나한테서 저런 좀씨가 어찌 태어났을꼬’ 할 정도로 조그만 했다. 장성하고 나서 보니 나보다 머리통이 하나 더 있어 신기했지만 말이다.

나의 교육방침은 완전 기계식 교육. 아마 이때가 큰놈이 중1, 연성이가 초등학교 5년 때부터인 것 같다. 한문 1자 외우는데 얼마, 영어단어 1개 외우는데 얼마, 이런식으로 상금을 책정한 후, 날마다 확인시험을 치렀다. 거기에 소요되는 상금(?)도 만만치 않은 금액이었던 걸로 기억된다.

상금을 외상으로 할 순 없고 자식들에게 주었던 상금을 차입해서 다시 주곤 했는데, 결국 지금은 유야무야 된 상태이지만 나는 자식들에게 빚쟁이가 된 셈이다. 이때 측정된 자식들의 지능은 과히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특히 연성의 지능이 형보다 더 뛰어났다.

처음에는 상금에 혹해서 공부를 시작했겠지만 어느 정도 실력이 쌓이자 그때부턴 스스로 공부를 하게되고 공부에 대한 물리가 터지게 된 것이다. 큰놈은 노력형인 반면 연성은 공부를 하기 싫어하는 형이었다. ‘애비가 돈이 없기 때문에 너흰 공부를 잘하지 못하면( 그것도 1등으로)대학 문턱도 밟아 볼 수 없을 것이니 알아서 하라’고 강조했다.

연성인 체격이 좋아 경찰대를 목표로 몰아 부치기 시작했는데... 이때 연성의 형은 공부에 대한 물리가 터져 아주 공부를 잘했다. 그러나 연성은 실패했다. 연성이 고1때 필자가 삶에 쫓겨 반년 정도 막노동판을 따라 외지에 나가 있었는데 이때부터 연성이 공부는 소홀히 하고 ‘스타’같은 게임에 심취되어 있었던 모양이다.

내가 상황판단을 제대로 하게 된 건 연성이 고2때였는데 그땐 이미 늦었다. 허나 체념하지 않고 가장 강한 압박을 가했으나 결국 내가 항복문서를 내밀게 됐다. 강한 압박, 얼른 이해가 되지 않겠지만 나의 훈련강도는 죽음의 자리를 생각할 수 있는 최후까지 내모는 압박형이다. 내가 부러지고 만 것이다.

이제 연성이가 학교를 다니는 것조차 무의미하게 되어 버렸고 가차없이 학교생활을 마감(자퇴)시켜버리고 연성이에게 자유를 주었다. 이때부터 연성인 물을 만난 물고기처럼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자신에게 걸었던 큰 기대와 바램을 포기한 후부턴 호랑이 같던 아버지가 처음으로 편안하게 느껴졌던지 연성은 처음으로 자기 속생각을 내비치기 시작했다. 게임에 관심이 있었던 것이다.

나는 당시에 연성에게 이런 말을 했다. “개성이 형성된 나이의 자식에게 일방적으로 부모의 사상을 주입시킨다는 게 불가능하다고 느껴 철이 들기를 기다렸었다. 그러나 이제는 생각이 달라졌다.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너 하고픈 대로 하면서 재미있게 살아라.” 이후, 게임을 좋아하는 연성에게 컴퓨터를 사주었다.

이때부터 공개적으로 게임아이 주장원전에 참가 장원을 두 서너 차례 이어서 하더니 (임)요환군과 연을 맺게되고 오늘날에 이르게 된 것이다. 게임이나 하고 다니는 학생을 보면 쓰레기 취급을 하던 내가 프로게이머를 자식으로 두고 있는 것을 생각해보면 사람 사는 모습이 아이러니 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나의 아들 연성이 참으로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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