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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반룡의 게임애가] 게임 속에는 낭만이 있다

  • 정리=김상현 기자 aaa@khplus.kr
  • 입력 2023.07.10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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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행하는 ‘굳이데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WOODZ’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가수 조승연이 한 달에 한 번 정해서 ‘굳이’라는 소리가 나오는 일을 한다고 한 것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굳이데이를 만든 사람의 예시를 옮겨보면, 조개구이 먹고 싶으면 ‘굳이’ 인천까지 가서 먹고 오는 것 같은 일을 하는 날이라고 한다. 거기에 붙은 첨언은 “낭만을 찾으려면 귀찮음을 감수해야 한다.”이다.

필자는 이 유행어를 처음 보면서 따라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굳이’라는 표현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와 그 정도의 가치는 없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귀찮은 일이라는 의미도 함께 가지고 있다. 귀찮은 일이라는 것은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한다거나, 편리한 대체제가 있음에도 옛날식 방식을 고수하는 등의 일로 보통 아날로그적 감수성을 동반한다. 위의 예시처럼 인천까지 조개구이를 먹으러 간다거나, 아침 해를 보기 위하여 정동진에 가거나, 이메일로 쓰면 될 일을 손편지로 쓰는 등의 일이다. 사람에 따라 감성은 다르겠지만, 무척 귀찮지만, 낭만적인 일이다.

이런 정량적인 가치가 평가되지 않는 소비는 일견 비가치제 소비일 수 있다. 그냥 예뻐서 사는 장식품이나, 양적 가치를 제공하지 않는 여행, 가치를 생산하지 않는 술, 감성적 흥을 주지만 다른 기능이 없는 춤과 노래 같은 것이 그런 소비일 수 있다. 예쁜 장식품을 사서 집에 장식해두기 위하여 돈을 허비하고, 술을 마시고, 여행을 하고, 춤추고, 노래하기 위해 시간을 낭비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소비에서 낭만을 느낀다.

낭만은 현실과 거리감이 있는 감성적이고 이상적인 태도나 심리이다. 정량화할 수 없고, 사람마다 가치의 평가도 다르며, 정답이 없는 영역의 산물이다. 그래서 의미가 있다. 너와 내가 다르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사람에게 개성을 부여하며, 엔터테인먼트를 정당화한다.

게임은 그런 의미에서 비가치적 소비의 대표적인 대상이다. 게임은 어떤 생산적 가치를 만들어 내지 않으며, 사용자의 시간을 낭비하게 하고, 특정 미션에 몰입하게 만든다. 제공하는 콘텐츠를 아무리 디지털로 만든다고 하더라도 결국 즐기는 게이머는 아날로그 감수성으로 키보드와 마우스 혹은 컨트롤러를 이용해 플레이한다. 게임을 다운받아 설치하는 일이나 콘솔 기계를 구입해 TV와 연결하여 게임 환경을 만드는 일은 무척이나 귀찮은 일이다. 게임을 하지 않은 사람의 시선으로 보면 황금같은 주말 오후에 굳이 게임기를 켜고, 시간을 낭비할 일인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게이머는 그 시간 속에서 유쾌함을 느끼고, 어린 시절 했던 게임을 다시 꺼내 보면서 추억에 잠긴다.

게임의 가치를 정량적인 의미의 가치로 평가하는 것은 어색한 일이다. 낭만을 숫자로 파악하고자 하는 일은 음악의 정량적 가치, 여행의 경제적 가치, 맛있는 음식의 효율성을 따지는 것과 같은 일이다. 게임 속에는 낭만이 있고, 아날로그 감수성이 있고, 귀찮음이 있다. 이번 돌아오는 굳이데이에 굳이 예전 구형 게임기를 꺼내어 오래전 플레이한 게임을 해보아야겠다. 충분히 낭만적인 경험이 될 것이다.

※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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