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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반룡의 게임애가] 컨택트 쇼크, 현실이 되다

  • 정리=김상현 기자 aaa@khplus.kr
  • 입력 2023.07.24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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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최근 개인적인 이유로 대형 병원에 간 일이 있었다. 현재는 대부분 권고 수준으로 바뀌어 보기 힘들어진 마스크 착용 의무가 아직 시행되고 있었다. 최근 마스크를 사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 급하게 마스크를 구해서 출입을 할 수 있었다.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대부분 아침에 집을 나서며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자연스러웠고, 길거리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는 사람을 보기 어려웠다. 대중교통에서는 모두 마스크를 사용하고 있었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탑승이 거부됐다. 그러나 불과 1년도 되지 않는 사이 대중교통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이 소수가 됐고,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고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도 없다.

이런 빠른 변화는 2020년 코로나 시대가 시작되던 시기에도 있었다. 마스크 품귀 현상으로 마스크 판매량과 구매 가능 수량이 뉴스가 됐다. 길거리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는 사람이 보기 힘들다며, 불과 몇 달 사이에 세상이 너무 변화했다는 내용이 대화의 소재였다.

약 2년 전 필자는 본 칼럼을 통해 ‘컨택트 쇼크’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글을 올린 적이 있다. 당시 대부분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 논의되는 이야기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기본으로 하는 언택트 환경으로 변화하는 세상에 대한 걱정이었다. 언택트 환경으로 세상이 변화하면서 기존과 다른 환경에서 사람들이 변화한 환경에서 잘 적응하지 못하고,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에 대한 우려였다. 인간의 소통, 대화, 커뮤니케이션은 다양한 수단을 통해 이루어진다. 기본적인 문자, 음성, 표정, 손짓, 시선, 주변 환경 등 다양한 정보를 통해 우리는 소통한다. 그러나 언택트 시대의 소통은 문자와 음성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정보는 제한된다. 

많은 정보를 통해 소통하던 사람들이 적은 정보로 소통하는 것은 답답하지만, 적응할 수 있다. 그러나 적은 정보로 소통하는 것을 배운 사람이 많은 정보로 소통하는 것은 훨씬 어렵다. 최근 마스크를 벗고 인사하면서 1~2년을 알고 지낸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얼굴에서 주는 정보가 증가한 까닭이다. 눈을 마주치지 않고 이야기했던 사람과 눈을 보고 대화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형태의 소통 경험을 제공한다. 이런 경험은 처음 접하는 경우 무척 부담스러운 경험이 된다. 언택트가 필수였던 기간은 2~3년이지만, 그 이후의 시간은 비교할 수 없이 길다. 필자가 당시 많은 사람이 걱정하던 ‘언택트 쇼크’보다 ‘컨택트 쇼크’를 걱정했던 이유는 거기에 있다.

소통을 위해 갑자기 쏟아지는 많은 정보는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 무척 어려운 일이다. 이전에도 낯선 사람과의 대화나 일명 ‘콜 포비아’라고 부르는 전화 통화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이 소수인 것과 특정 세대의 다수인 것은 다른 문제이다. 학교의 학습 환경이나 회사의 근무 환경을 언택트로 배운 사람들에게 학교 학우와 직장 동료는 말 그대로 낯선 사람이다. 2020년에 고등학교에 입학한 학생은 올해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중학교 입학 이후 6년 만에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있다. 2020년 언택트 환경에서 취직하여 원격근무만 해왔던 신입 직원에게 출근은 낯선 일이다. 최근 재택근무를 끝내고 사무실 복귀를 결정한 많은 기업에서 이에 불만을 가진 많은 직원이 퇴사한다는 뉴스를 자주 보게 된다. ‘컨택트 쇼크’가 있다는 증거이다.

물론 특정 직업군에서 언택트 환경은 충분히 높은 효율을 보여 줄 수 있다. 그러나 제작 환경에서 각 부분의 소통이 중요한 게임 제작 과정에서 언택트 환경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수가 참여하는 팀 프로젝트는 개인의 업무 효율도 중요하지만, 팀의 업무 효율도 중요하다. 컨택트 환경은 각 구성원 개인의 업무 효율은 언택트 환경보다 낮을 수 있지만, 소통 부분에서 주는 효율은 엄청나게 크다. 이른바 ‘비효율의 효율성’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많은 게임 제작사가 구인의 어려움, 이미 익숙해진 언택트 환경, 컨택트 환경 구축을 위한 비용 문제 등을 이야기하며 원격근무를 유지하겠다고 한다. 그들의 선택을 비난할 생각은 없지만,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컨택트 근무 환경은 그 비효율성을 감수할 만큼 강점이 뚜렷하고, 참여 인력의 숫자가 많은 조직일수록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세상이 다시 컨택트 환경으로 바뀌었다. 2020년 기업들은 갑자기 바뀐 언택트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했다. 물론 그때의 언택트 환경 적응은 의무였고, 지금의 컨택트 환경 적응은 의무는 아니다. 그러나 언택트에 적응할 때 수준의 노력을 하지 않으면 컨택트로 변화하는 환경에 빠르게 적응할 수 없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겠으나, 필자는 투자를 검토하면서 언택트 중심의 근무 환경을 지향하는 회사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투자사의 입장에서 투자사와의 소통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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