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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메이드 류기덕 이사] 흐르지 않는 물은 썩는다

  • 윤영진 기자 angpang@kyunghyang.com
  • 입력 2006.02.27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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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가리켜 ‘세대를 초월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장수 콘텐츠’라고 일컫는 이가 있다. 게임은 ‘기술적 구현’이 아닌 ‘감성적 자극’을 녹여내야만 하는 엔터테인먼트의 결정판이라고 역설하는 이가 있다. 새로운 시도의 목표는 ‘화려한 성공’이 아닌 ‘새로움에 대한 가능성’이라고 강조하는 이가 있다. 온라인 게임은 영화와 같은 ‘단방향적인’ 콘텐츠가 아닌 사람과 사람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하나의 사회’를 구현해야만 한다고 목청을 높이는 이가 있다. 어린 시절 우연히 접한 게임에 매료돼, 오늘도 ‘게임 개발’이 아닌 ‘감동 구현’이라는 4글자를 향해 거침없이 달리고 있는 게임계의 컨설턴트엔지니어. ‘미르의 전설(이하 미르)’ 시리즈의 아버지이자, 중국 온라인 게임계에 한류 열풍을 주도한 숨은 실력자. 그가 바로 위미에드 엔터테인먼트(이하 위메이드)의 개발 총책 류기덕 이사다.

■ 최근 위메이드의 대표작인 ‘미르’ 시리즈의 유저수가 상당 부분 감소했다. 중국 시장에서의 입지 또한 축소된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위기를 넘어설 혜안이 궁금하다.
≫ ‘미르’는 이미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서비스돼 왔다. 이에 때를 맞춰 2006년 새로운 모멘텀을 마련할 계획이 이미 발표된 바 있다. 신작들을 등에 업고 새로운 방향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현재 개발하고 있는 게임들을 통해 새로운 유저층 유입과 수익을 창출할 계획이며, ‘미르’의 생명력을 더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이러한 부분들은 향후 위메이드에 있어 훌륭한 포트폴리오를 완성해낼 주춧돌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 현재 개발 중인 ‘창천’은 국내에 앞서 중국 게임쇼에서 먼저 공개된 바 있다. 중국을 타깃으로 게임을 개발하는 인상이 짙다.
≫ 위메이드는 한국의 회사이고 한국시장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물론 중국시장도 무시할 수 없는 큰 시장이다. 중국 시장에서 ‘미르’ 시리즈는 국민게임으로 불리는 ‘스타크래프트’와도 같은 존재다. 따라서 위메이드라는 게임개발사를 국내의 블리자드처럼 각인시켜줄 필요가 있었다. 당시만 해도, 지스타처럼 인지도가 높은 국내 전시회나 행사가 부족했으며, ‘창천’만을 위한 제작발표회를 하기엔 너무 이른 시기였기에 ‘창천’을 비롯한 다수의 신작들을 차이나조이에서 공개했던 것이다. 현재는 국내에서의 낮은 인지도를 멋진 게임과 서비스로 회복시키는 것을 주력으로 삼고 있다. 더불어, ‘창천’은 비록 삼국지라는 소재를 활용했지만, 국내에서 먼저 작품성을 인정받을 계획이다.

■ 위메이드가 개발 서비스하고 있는 ‘미르’는 온라인 무협게임의 대표작이다. ‘창천’과 같이 무협 장르 외 다른 장르의 게임 개발에 비중을 높이고 있어, 이에 따른 무리수가 예견된다.
≫ 서양에 ‘반지의 제왕’과 D&D를 주축으로 한 판타지가 존재한다면, 동양의 판타지는 ‘기’와 ‘무공’이 존재하는 무협의 세계관이 있다고 본다. ‘미르’ 시리즈에도 ‘무공’이라는 개념이 존재하긴 하나, 엄밀히 따지자면 서양 판타지에 나오는 오크를 닮은 괴물과 거대한 용이 존재한다. 정통 무협이라기보다는 ‘오리엔탈 판타지’ 세계를 구현한 작품이다. ‘창천’은 동양의 바이블이라 불리는 ‘삼국지’를 토대로 한 전략 액션 게임이며, 현재 개발 중인 ‘프로젝트 산’ 역시 위메이드의 장기인 ‘오리엔탈 판타지’를 추구하는 게임이다. 이밖에도 ‘크림프’와 ‘네드’, ‘나르샤’ 등의 게임들 또한 동양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미르’ 시리즈의 성공으로 인해 ‘위메이드=무협’이라는 선입견을 이번 기회에 깨뜨릴 계획이다. 물론 무리수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 ‘창천’은 어떤 게임인가.
≫ 삼국시대 일당백 전사들의 호쾌한 전투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삼국시대 영웅들과의 교류와 정치, 사회, 문화 및 군벌 등을 통한 군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콘텐츠들을 구현하고 있다. 또한 북미 등 삼국지에 문외한인 국가들 역시, ‘삼국무쌍’ 이상의 박력 넘치는 액션 게임으로 선보일 ‘창천’에 매료될 것이라 자신한다.
2006년 상반기 중 국내에서 먼저 선보일 예정이다. 개발 진척률은 약 80%정도에 다다른 상태다.

■ ‘미르4’ 개발에 대한 계획이 전무하다. 액토즈 소프트와의 판권계약에 따른 것인지 궁금하다.
≫ 향후 개발될 ‘미르’시리즈까지도 판권에 있어 액토즈 소프트와 50:50으로 판권을 나누도록 명시돼 있다는 점은 분명, ‘미르4’ 개발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이미 ‘미르’ 판권과 관련해 액토즈 소프트와는 골치 아픈 일을 겪었던 것이 주요 이유에 속할 것이다. 사실 ‘미르’ 시리즈가 중국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뒀던 까닭에 그 후속작을 개발하고픈 욕망이 적지 않다. 이미 동양적인 판타지 세계를 구현하는 것에 대한 노하우나 라이브러리도 상당수 쌓여있는 상태다. 하지만, 이보다 ‘미르’라는 후광을 계속 업고 나아가 매너리즘에 빠지는 우를 범하기보다는 게임으로 위메이드의 개발력을 인정받고 싶은 욕심이 더욱 컸다.

■ 기존에 적을 두었던 이오리스나 KRG 등과 위메이드는 분명 차이점을 갖고 있을 것이다. 무엇이 다른지 궁금하다.
≫ 이오리스나 KRG 역시 훌륭한 개발사들임에는 분명하다. 위메이드는 내 젊음을 걸만한 가치가 있는 회사 그 이상의 존재라고 생각한다. 진정으로 개발자를 이해해주는 회사. 그리고 게임의 완성도를 위해 과감하게 손해를 감수하고 출시일정을 연기할 줄 아는 몇 안 되는 게임 회사라고 평하고 싶다.

■ 게임 개발 철학을 알려 달라.
≫ 게임 개발은 항상 ‘기술’이라는 테크놀로지적 한계와 싸워 이겨야한다. 하지만 이에만 너무 빠져들다 보면, 불행히도 왜 게임을 하면서 신나고 즐거워했는지에 대해 잃어버리게 된다. 유저들이 정말로 게임을 플레이하며 얻고자 하는 것은 ‘여기엔 어떤 기술이 쓰였구나’를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짜릿한, 혹은 찡한 ‘감성적 자극’을 원한다. 어떠한 감성을 자극할 것인가에 대한 목표가 없는 게임은 아무리 기술적으로 잘 만들어졌다 하더라도 게임이라 부를 수 없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물론 개발자들끼리는 돌려 보며 탄성을 지르겠지만 말이다.

사진=김은진 기자 | ejui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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