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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하는 브랜드 미미미게임즈 ‘섀도우 갬빗’ … 잠입 액션 게임의 정점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23.08.22 11:54
  • 수정 2023.08.26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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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더스 게이트3’으로 다시 한번 존재 가치를 입증한 스튜디오 리리안 스튜디오스를 기억하는가. 앞서 ‘디비니티’ 시리즈로 일찌감치 이 분야를 되살린 기업으로 명성을 쌓았다. 이 기업은 설립 당시 부터 ‘발더스 게이트’시리즈의 영향력을 받았다고 공공연히 밝혔다. 팬 보이로 출발해 시리즈를 파고 들었고 결국 개발해 대대적인 성공을 거뒀다. 결국 장르의 재미를 잘 아는 사람들이, 잘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준 셈이다. 서양식 정통 CRPG는 한 때 사장된 장르였지만 라리안스튜디오 손에 의해 다시 부활해 새로운 서막을 열게 됐다. 리리안 스튜디오스는 이 장르의 리더격 기업으로 자리잡으면서 정통 미국식 CRPG 명맥을 잇는 개발사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자리에 까지 올랐다.

여기 또 하나 기업이 있다. 기업명은 미미미 게임즈. 이 기업은 데뷔 작품으로 ‘섀도우 택틱스’를 선보이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기업이다. 이들은 ‘코만도스’나 ‘데스페라도스’시리즈의 팬이다. 역시 과거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어느 순간 사장된 시리즈다. 라리안 스튜디오스와 같이 이 게임들의 팬이었던 미미미 게임즈가 분야 장르를 다시 개발했다. 첫 작품 ‘섀도우 택틱스’는 인디게임상들을 휩쓸다시피했고, 일부 전문가들이 올해의 게임으로 택할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다. 이후 이 장르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됐다.

라리안 스튜디오스가 결국 CRPG 명작 ‘발더스게이트’시리즈를 개발해냈다면, 미미미게임즈 역시 잡입 액션게임 명작 ‘데스페라도스’의 명맥을 이어 받아 후속작 ‘데스페라도스3’을 개발했다. 여러모로 두 기업은 맞닿아 있는 부분들이 있어 보인다. 

그 이후 행보는 조금 달라 보인다. 미미미 게임즈는 회사는 앞선 두 작품의 성공을 기반으로 자사 기술력을 집약한 신작을 개발해 출시한다. 과연 이번 작품에서는 자신들의 우상을 뛰어 넘을 수 있었을까. 

섀도우 갬빗:더 커스드 크루’ 등장

지난 2023년 8월 18일 미미미 게임즈는 ‘섀도우 갬빗:더 커스드 크루’를 출시한다. 발매 약 3일이 지난 현재 스팀을 기준으로 605명이 평가했으며 만족도는 96%로 압도적으로 긍정적이다. 이어 평론가들 역시 게임에 극찬을 보내는 가운데 현재 메타크리틱 평점은 85점에 도달했다. 대체로 완성도가 높은 잠입 액션이라는 평가다. 

엄밀히 말하면 이 장르는 이미 오래전에 완성된 장르로 변주를 주기가 어려운 장르다. 전반적인 맵을 치밀하게 설계하고 적들을 퍼즐처럼 배치하면서 풀어 나가는 재미가 핵심 재미기 때문이다. 이에 변주를 주기 시작하면 전체 게임 구도가 틀어질 수도 있는 점이 장점이자 단점이다. 

미미미 게임즈도 그 한계를 극복하지는 못했다. 대신 완성도를 끌어 올리기 위해 부가 콘텐츠를 대거 삽입하면서 새로운 재미를 주고자 하는 노력들이 돋보인다. 잘 만든 작품들의 후속작이 그렇듯, 전작의 성공요소들을 계승하면서 전반적인 게임 플레이는 유지하지만 볼륨을 확장하고, 더 다양한 즐길거리를 더하면서 게임을 끌어 올리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인다. 

저주받은 해적들의 잡입 전략 액션

​‘섀도우 갬빗:더 커스드 크루’는 저주받은 배에 올라탄 선원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과거 모종의 사유로 선원들이 모두 죽은 상황이며, 주인공이 이 배에 탑승해 선원들을 부활시키려는 여정을 밟는다. 그 과정에서 부활에 필요한 재료들을 찾기 위해 적진을 향하게 되며, 모험을 통해 획득한 보석들로 크루원들을 되살린다. 이렇게 되살리는 크루원들과 다시 모험을 떠나는 과정이 반복되며 모종의 목적을 향해 시나리오가 전개되는 형태다. 

게임은 총 8명 크루원들을 만나볼 수 있다. 각기 다른 특색을 보유하고 있는데, 적들을 중거리, 원거리에서 암살가능한 크루원들과, 적진을 교란하는 크루원, 은폐 엄폐에 도움을 주는 크루원, 시체 은닉에 특화된 크루원 등 다양한 형태로 구성된 능력들을 갖고 있다. 이들 중 3명을 선택해 미션을 진행하면서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게임은 주변 섬들을 돌아다니면서 주어진 임무들을 수행하게 된다. 한 번 가봤던 섬이라 할지라도 여러번 가볼 수 있으며, 메인 퀘스트 외에 서브퀘스트, 업적 등을 수행하고자 돌아다닐 수 있다. 유저들은 섬에 도착한 다음에 진입할 경로를 모색하게 된다. 큰 맵일수록 진입 가능 포인트가 다수 존재한다. 때문에 같은 맵을 플레이하더라도 다른 지역으로 잠입을 시도하면서 다른 형태로 게임을 풀어 나가게 되는 점이 재미 포인트다. 

상륙할 장소를 고르고 나면 잠입이 시작된다. 게임 조작법은 ‘리그 오브 레전드’와 같은 RTS게임을 연상하면 비슷한 면이 있다. 3명 팀을 운영해 지역을 따라 올라가게 되며, 상대방 시야를 피해가면서 은폐와 엄폐를 반복한다. 적이 사각지대에 놓인 순간 이를 암살하고 시체를 숨기는 방식으로 게임을 플레이 해야 한다. 적 시야에 발각되거나, 시체가 발견되면 적들이 비상상황에 돌입해 순식간에 여러 마리가 한 곳에 모여들어 아군을 수색하기 시작하므로 가급적이면 들키지 않고 게임을 플레이 해야 한다. 

즉, 이 게임은 각 캐릭터들이 보유한 능력을 활용해 최대한 적들의 사각 지대를 만들과 은폐와 엄폐가 되는 환경을 만든 다음에 적들을 죽여서 차근차근 진행해 나가는 스타일의 게임이다. 일종의 퍼즐 게임을 플레이 하듯 단서를 유심히 보고 변수를 완벽히 통제한 다음에 게임을 풀어 나가면 되는 식이다. 

살아 있는 세계 속으로

​‘섀도우 갬빗:더 커스드 크루’의 세계는 모든 캐릭터들에게 독자적인 임무를 부여하고 독특한 설정들을 포함한다. 적들의 이름을 자세히 보면 영어로 표기돼 있는데 이는 이 게임을 개발하는 개발자들의 이름이다. 각기 다른 캐릭터들이 각자 정해진 형태로 게임상에서 살아 숨쉰다. 일반적으로 순찰과 감시를 하지만 행동거지가 각기 다르다. 누군가는 서로 잡담하기 위해 옮겨거기도 하고 누군가는 동선이 불규칙적이다. 누군가는 여러명이 동시에 둘러싸고 서 있어 견제하고 있으며, 누군가는 일반적으로 상상하기 힘든 거리에서 유저들을 지켜 본다. 

이와 함께 특수 유닛들이 존재해 유저들을 괴롭히기도 한다. 두 캐릭터가 정신력을 공유해 반드시 동시에 사냥해야만 쓰러지는 캐릭터들이 존재한다. 보스급 유닛들은 한 번에 2번에서 3번씩 때려야만 죽기도 한다. 

이를 상대해야 하는 유저들은 머리가 복잡하다. 크루원은 단 3명. 콘트롤을 잘 했을 때 동시에 처치할 수 있는 적들은 최대 3명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게임상에서는 3명 이상을 동시에 처치 해야 하는 상황이 비일 비재하다. 이를 파해하기 위해 온갖 방책을 써야 하는 점이 게임의 묘미다. 공교롭게도 특정 캐릭터들은 유저들의 유혹에 반응하지 않아 자리를 이탈하지 않으며, 특정 캐릭터들은 아예 보이기만 해도 총부터 들이미는 등 복잡한 설정들이 얽혀 있다. 딱 봐도 까다로운 적들이 우루루 몰려 나오는 맵들이 부지기수, 이를 파해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관찰이 필요하다. 

​당연히 개발사들도 유저들이 파해가 가능하도록 어딘가에는 반드시 맹점을 집어 넣어 뒀다. 단지 스테이지가 거듭될수록 교묘하게 답을 감추면서 면밀히 관찰하고 계산하도록 유도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각 캐릭터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움직이는지를 파악해 본다면 게임을 파해할 수 있는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이 게임이 각 NPC들에 쏟은 정상을 확인할 수 있기도 하다. 

이번 시리즈에서 개발팀은 기존 게임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넓은 맵들을 대거 채택했으며, 공략 방법도 천차만멸이다. 기자는 전 맵에 등장하는 모든 적들을 클리어 하는 것으로 처음 전략을 잡았다. 그런데 몇 번 게임을 플레이 하다 보니 도저히 공략이 불가능해 보이는 맵들이 있었다. 억지로 열어 젖히고 파헤치고 적들에게 발각되어가면서 플레이 했다. 맵을 절반 쯤 클리어 했는데 해당 맵에서만 누적 플레이타임이 4시간을 넘어가는 것을 보면서 완벽 클리어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이 같은 퍼즐들이 유저들을 기다리고 있다. 

시간의 저주와 함께하는 모험

​다행히 개발팀은 시간을 되돌리는 기능과 시간을 멈추는 기능을 삽입해 보다 원활하게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게임상에서 유저들이 탑승하는 배의 영혼 격인 말리가 이를 지원한다. F5를 누르면 그 자리에서 저장이 가능하며, 최근까지 저장한 장소로 되돌아 갈 수 있다. 저장 포인트가 다수 존재하기 때문에 실수를 하더라도 다시 돌아가면 되는 점이 장점이다. 이를 활용해 돌발 변수가 등장했을 때 다시 한번 플레이할 수 있어 과감한 플레이가 가능하다. 만약 실수로 죽었다 할지라도 캐릭터를 부활시킬 수 있으며, 최악의 경우에는 다시 시간을 되돌리면 그만이니 편의성은 확실하다. 

또, 타임스탑 기능을 활용하면 여러 동작을 한번에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할 수 있다. 적 3명이 걸어오는 시점에서 1번 유닛으로 왼쪽을 2번 유닛으로 가운데를 3번 유닛으로 오른쪽을 처리하는 동작을 입력해 둘 수 있으며 실행 버튼을 누르면 동시에 적 유닛 3기가 쓰러지는 장면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해 먼 거리에서 아군들의 행동을 지켜볼만한 녀석들을 동시에 암살하고 주요 목표를 달성하는 것도 가능해 다양한 파해법을 사용할 수 있다. 특히 특수 기술이 제대로 먹혀 들어가지 않는 적들이라면, 짧은 쿨타임 기술들을 여러번 연사하면서 방해하고 시야 내 적 한명을 암살할 수 있는 타이밍이 올 수 있는데, 이 같은 조작법들을 연구하고 파고들다보면 여러운 게임도 비교적 수월하게 클리어할 수 있을것이다. 

이 기능의 최대 장점은 적들이 여러명이 몰려들때 암살을 하고 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일부러 적에게 발각돼 특정 장소로 여러 명들이 몰려오도록 한다음에 치고 빠지는 방법으로 몰살하는 플레이가 가능하다. 이를 활용하면 잠입 액션 게임이 아니라 전략 액션 게임처럼 플레이 해 나갈수도 있다. 어떤 방법을 택하든 취향에 따라 플레이할 수 있도록 게임은 안배한다. 

웰메이드 잠입 게임

​엄밀히 말하면 ‘섀도우 갬빗:더 커스드 크루’는 기존 전략형 잠입 게임의 틀에서 크게 벗어 나지 않는 게임이다. 그도 그럴것이 전략형 잡입 게임 장르는 이미 오래전에 완성된 장르로 변주를 주기가 어려운 장르다. 전반적인 맵을 치밀하게 설계하고 적들을 퍼즐처럼 배치하며 이를 풀어나가는 재미가 핵심이다. 즉 제작 단계에서 이미 가능한 모든 변수들을 고려해 치밀하게 설계를 해 나가면서 게임 디자인에서 변주를 주기 어렵다. 가용 수단들을 이미 다 동원한 장르며, 20년이 넘게 같은 장르와 패턴들을 연구한 이상 더 나아가기는 힘들다. 오히려 변주를 주기 시작하면 전체 게임 구도가 틀어질 수도 있는 점이 장점이자 단점이다. 

개발팀은 이를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억지로 뭔가를 뒤트는 선택 보다는 더 많은 변수들을 더하는 방식으로 게임을 뜯어 고친다. 잘나가는 게임들의 후속작이 주로 하는 방식. 더 많은 볼륨을 집어 넣어 팬들을 만족케 하고, 쉬어갈 수 있는 서브 콘텐츠들을 삽입해 긴장감을 완화한다. 개그성 요소들을 삽입하는 것과 같은 것은 물론이고, 각 캐릭터들의 서사를 더하면서 몰입감을 잡고자 한다. 

미션에서는 기존 전략형 잡입 액션게임 보다도 더 넓은 맵 구조로 얼기설기 얽힌 퍼즐들을 삽입한다. 기존 맵이 800피스짜리 직소 퍼즐을 맞추는 느낌이라면, 이 게임은 2000피스짜리 직소 퍼즐을 맞추되, 500피스씩 끊어가면서 맞추는 방식으로 디자인을 잡았다. 여기에 도전과제와 서브 퀘스트들이 맞물려 돌아가면서 게임은 재미를 더한다. 

전반적으로 유저들이 기대하는 재미를 그대로 갖고 있으면서도 퀄리티를 끌어 올리는 방법으로 게임을 완성한작품이다. 혁신 보다는 안정. 그러면서도 웰메이드를 택한 전략은 그만한 재미를 충실히 주는 게임이기도 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게임은 현존하는 전략형 잠입 게임에서도 수준급 퀄리티를 보여주는 게임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미미미 게임즈 브랜드에 걸맞는 게임으로 이 장르를 즐기는 유저들이라면 분명히 만족할만한 게임임이라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다만 미미미 게임즈는 이 분야를 리딩하는 기업으로 장르를 한 단계 끌어 올려야 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기업이기도 하다. 이 점이 아쉽다는 점은 분명히 짚고 넘어 가야 할 부분이다. 

이 외에도 콘솔 버전에서는 마치 1인 캐릭터 잡임 게임처럼 플레이를 진행하게 된다. 이로 인해 여러 유닛을 한번에 콘트롤 하기가 쉽지 않은 점이 단점이다. PC에서는 캐릭터를 선택하고 마우스를 클릭하면 되는 동작이지만 콘솔 버전에서는 일일히 캐릭터를 조작해 이동해야 한다. 이 괴리가 게임의 템포를 저해하는 요소로, 가급적이면 PC버전으로 게임을 플레이하기를 권한다. 

미미미 게임즈는 이번 작품으로 자신들의 가치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 다음 작품에서도 역시 기대할만한 기업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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