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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반룡의 게임애가] ‘2023 게임스컴’ 관람기

  • 정리=김상현 기자 aaa@khplus.kr
  • 입력 2023.08.28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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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전 보통 세계 3대 게임쇼라고 하면, 미국 ‘E3’, 일본 ‘도쿄게임쇼’, 독일 ‘게임스컴’을 꼽았다. 그러나 코로나를 거치면서 ‘E3’는 몇 년째 열리지 못하고 있고, 다시 열리는 시기도 불투명하다. ‘도쿄게임쇼’는 작년 9월 열렸으나 입장객은 이전의 절반 수준이었고, 올해 게임쇼의 흥행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그래서 코로나 시대가 끝난 2023년에 열리는 첫 메인 게임쇼인 이번 ‘2023 게임스컴’은 여러 가지 의미로 특별하다.

필자는 이번에 처음 게임스컴을 방문했다. 물리적인 거리도 멀고, 여름 휴가철에 비행시간을 고려하면 거의 일주일 이상의 시간을 내서 오는 것이 어려워 매번 내년을 기약했다. 처음 방문한 게임스컴의 인상을 기억하고, 필자의 느낌을 전달하고자 이번 칼럼은 게임스컴의 관람 후기를 써 보고자 한다.

이번 게임스컴의 후기는 2가지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게임스컴이라는 게임쇼에 대한 감상과 게임스컴을 통해 가지게 된 고민과 생각에 대한 부분이다.

게임스컴에 대한 감상은 첫째 정말 크다는 것이다. 필자는 1회부터 매년 ‘지스타’를 갔다. 보통 ‘지스타’ 기간 전시장을 관람하면 대략 1만 5천 걸음 정도를 걸었다. ‘지스타’보다 규모가 크다고 이야기하는 ‘차이나 조이’를 코로나 이전 몇 차례 관람했다. ‘차이나 조이’를 관람할 때 대략 2만 5천 걸음 정도를 걸었다. 그러나 이번 게임스컴을 관람하면서는 대략 4만 걸음 정도를 걸었다. 규모 면에서는 세계 최대의 게임쇼가 확실해 보인다. 그리고 정말 많은 사람이 정말 넓은 공간에서 게임쇼가 진행되었지만, 동선 관리와 안내는 체계적이었고, 쾌적하다고 느낄 정도의 관람이 가능했다. 휠체어나 목발을 사용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누구도 게임쇼를 즐기는데 불편하지 않았다. 코로나 이전 보통 35만 명 수준의 방문객이 있었고, 올해는 그 이상이 찾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주말 놀이공원보다 입장은 빠르게 진행됐고, 안전 문제는 전혀 걱정되지 않았다. 규모와 진행, 관리까지 최고의 게임쇼였다.

두 번째 감상은 게임 제작자도 게이머라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게임쇼는 게임 회사들이 게이머와 소통하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중요한 비즈니스의 공간이다. 그래서 통상 일반 관람 영역과 비즈니스 영역을 분리해서 운영한다. 물론 게임스컴 역시 이 공간을 분리하여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지스타’를 포함한 대부분의 게임쇼에서 일반 관람 영역과 비즈니스 영역은 완전히 분리돼 있고, 공간의 분위기도 정말 다르다. 비즈니스 공간은 정말 조용하고 차분하게 진행된다. 그러나 게임스컴의 비즈니스 영역은 일반 관람 영역과 마주 보고 있으며, 비즈니스 공간이라고 차분한 분위기가 아니다. 많은 공간이 그들도 게이머라는 사실을 반영한 형태로 꾸며져 있고,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형태로 운영됐다. 또한 일반 관람 영역의 게임 제작사가 비즈니스 부스도 운영하면, 그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연계되어 있던 점도 매력적이었다. 비즈니스 실무자도 게이머로서 게임쇼를 즐기고, 마음에 드는 게임이 있으면 제작사 정보와 비즈니스 부스 정보를 확인하여, 비즈니스 미팅을 신청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었다.

세 번째 감상은 지역과 정말 잘 어우러진 축제라는 것이다. 게임스컴이 열리는 쾰른에 기차로 도착하면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이 유네스코 등재 문화유산인 ‘쾰른 대성당’이다. 대성당을 보는 순간 게임스컴에 도착했음을 느끼게 했다. 행사 기간 게임스컴 티겟을 가지고 있으면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라인강에서는 불꽃놀이를 진행했으며, 쾰른에 있는 많은 미술관, 박물관 등에 입장하면 ‘게임스컴’에 온 것이냐고 물어보면서 웃어주는 인사를 받을 수 있어 지역이 ‘게임스컴’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했다. 숙소가 밀집된 지역의 알터 광장(Altermarkt)과 호이 광장(Heumarkt)에는 많은 식당이 모여있고, 그 광장은 거대한 파티장이 돼 모르는 사람끼리도 흔하게 게임 이야기를 주고받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광장 옆에 지하철역까지 있어 숙소로 가던 길에 아는 사람을 만나 독일 소시지와 맥주 한 잔을 나누는 분위기가 자주 연출됐고, 한 자리가 끝나면 옆 식당의 다른 사람과 다음 자리로 연결되는 경우도 많았다. 게임쇼에는 많은 가족 단위 관람객이 방문했고, 가족 단위 티켓을 판매하기도 했다. 특히 아주 어린 아이만 동반하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 자녀를 동반한 가족이 자주 보였고, 특히 아빠와 딸, 엄마와 아들이 나란히 앉아 게임을 하면서 대화하는 장면은 무척 부러운 장면이었다. 엄마가 대전 격투 게임에서 아들을 가볍게 이기고 부부가 하이파이브를 하는 모습은 나름 충격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런 모습은 행사장 여기저기서 흔하게 볼 수 있었다.

이번 게임스컴을 보고 느낀 필자의 생각도 몇 가지 이야기하고자 한다. 먼저 ‘지스타’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지스타’는 우리를 대표하는 게임쇼이고, 올해 19회를 맞이하는 오래된 행사이다. 그러나 아직 지스타만의 차별화된 특색이 뚜렷하지 못하고, 부산이라는 지역색도 잘 살리지 못하고 있다. 물론 다양한 정치적 이슈나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개선이 같이 필요하겠으나, ‘지스타’만의 특색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스타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것인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두 번째 생각은 중국의 ‘차이나 조이’에 대한 생각이다. 지난 7월에 있었던 ‘차이나 조이’를 다녀온 많은 게임 업계 관계자들은 실망감을 이야기했다. 많은 게임 업체가 참여하지 않았고, 다양한 전자 업체와 IT 기업이 그 자리를 대신해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혹자는 ‘차이나 조이’가 단순한 게임쇼에서 벗어나 미국의 ‘CES’ 같은 대규모 산업전의 형태로 발전하는 모습이라고 평가하기도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본질에 충실하면서 추가적인 발전이 있는 것이지, 본질이 흐려진 발전은 성립하지 않는다. 최근 자동차에 다양한 편의 기능이 들어오고, 개인의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발전하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이동 수단으로서의 본질이 흐려지면 더 이상 자동차가 아니다. 스마트폰에 아무리 다양한 기능이 부가되어도 기본적인 통화 기능에 문제가 있다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게임스컴에는 중국 게임사들이 대규모 업데이트 소식과 신작 발표를 진행했다. 호요버스는 쾰른 시내 곳곳에 광고판을 대대적으로 설치했고, 텐센트와 넷이즈 계열의 많은 제작사가 신작 발표를 이번 게임스컴 기간에 진행했다. 게임스컴에도 삼성과 AMD, 넷플릭스와 아마존을 비롯한 많은 전자 업체와 IT 기업이 참여하고 있지만, 그들이 게임쇼의 주인공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차이나 조이’는 변화한 것이 아니라 자국 게임 제작사에게 외면받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세 번째 생각은 게임산업의 발전이었다. 이번 게임스컴에는 필자가 저예산 게임이라고 부르는 ‘인디 게임’ 공간이 지스타 전체 규모 수준으로 진행됐다. 정말 많은 국가가 참여했고, 정말 많은 제작팀이 있었다. 심지어 현재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도 참여해 자국의 게임산업이 성장하고 있고, 미래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음을 이야기했다. A.I(인공지능)는 중요한 토론 주제였고, VR(가상현실) 게임의 발전된 모습도 제시 됐으며, 클라우드 서버의 대형 기업은 모두 참여해 자신들의 장점과 기술을 홍보했다. 넷플릭스는 게임과 IP의 트랜스 미디어와 스트리밍 게임에 대해서 이야기했으며, 마이크로 소프트는 엄청난 규모의 부스를 만들어 게임의 미래를 제시했다. 게임 산업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코로나 기간 오프라인에서 확인하기 어려웠던 발전의 결과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게임스컴은 필자에게 코로나 이후 게임 산업의 변화를 보여주는 이정표였다. 너무나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언제 다시 참석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으나, ‘2023 게임스컴’은 필자의 기억에 오랫동안 남아있을 것이다. 다시 쾰른에 방문할 날을 기대해 보며 이번 칼럼을 마친다.

※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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