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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의 거짓’, 소울류 ‘새 별’ 떴다 … 훌륭함 넘어 경이로운 걸작 탄생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23.09.1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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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기대 했다. 지스타에서, 데모 버전에서 게임은 많은 것을 보여 줬다. 지스타 시연대를 나오면서 이야기했다. 데모 버전을 끝내면서도 이야기했다. 게임 플레이는 이미 완성형에 가깝다. 이제 스토리와 디테일을 잡는 다면 이 게임은 우리나라 게임 역사에 한 획을 그을 게임으로 마무리 될지도 모른다. 입소문을타고 ‘P의 거짓’은 어느새 ‘국산 게임의 희망’이 됐다. 

우리는 안다. 소위 ‘국산 게임의 희망’으로 기대치를 부풀리다가 나가 떨어진 게임들이 부지기수다. 기자도 조심스러웠다. 도끼눈을 뜨고 게임을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게임을 플레이 하는 내내 멈출 수가 없다. 한 번 게임을 시작했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출근 3시간 전이다. 억지로 잠을 청했는데 잠깐 자다가 벌떡 일어나서 패드를 잡았다. 1시간 단위로 눈이 떠져서 게임을 하다가 다시 출근하기를 반복하는 일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출 수가 없었다. 약 50시간 플레이 끝에 드디어 마지막에 도달했다. 그런데도 이 게임은 놓아주지 않는다. 다음에 리뷰해야할 게임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데도 도무지 멈추기 어렵다. 도무지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다. 이 기세라면 최소 4회차를 플레이 해야할지도 모른다. 지금도 기자는 기사를 쓰고 있지만 다른 기기에 ‘P의 거짓’이 켜져 있다. 지금부터 그 이유를 설명해 본다. 

난이도 대폭 줄인 초반부에 ‘할만하네’

우선 다 필요 없고 대검을 든다. 적절한 무게, 리치, 타격감. 들고 가서 휘두른다. 두 방에 잡몹들이 죽는다. 쉽군. 속으로 외친다. 편하다. 나오는 녀석들을 보고 두 방 후리면 몬스터가 아이템과 경험치(에르고)를 드랍한다. 이를 주워다가 세이브포인트(스타게이저)에 가면 강화가 된다. 소울류 초반부 승리공식은 항상 동일하다. 일단 체력을 올린다. 어차피 두 방 치면 죽으니 공격력을 올려봐야 두 방에 죽는 것은 마찬가지 아닌가. 뚜벅 뚜벅 걸어가 두 방, 맞으면 포션. 실수하다가 죽으면 다시 두 방씩 여러번 치면 될일이다. 

▲ 초반부는 별다른 생각할 필요 없다. 뚜벅 뚜벅 걸어가서 때리면 그만이다. 
▲ 초반부는 별다른 생각할 필요 없다. 뚜벅 뚜벅 걸어가서 때리면 그만이다. 

초반부 게임 밸런스는 비교적 쉬운편이다. 소울류를 처음 즐기는 유저들이라도 문제 없이 통과할만한 난이도다. 엘리트 몬스터나 보스 몬스터들이 발목을 잡지만 천천히 뜯어 보다 보면 클리어할만하다. 힘들다면 돌아가 레벨을 올리면 될일 아닌가. 

지난 데모 버전에서 통곡의 벽으로 불리던 몬스터들이 비교적 하향된 것으로 보이는 대목도 있다. 이어 점진적으로 난이도가 올라가는 형태로 게임은 설계돼 있었다. 이로 인해 초반부 10시간은 빠른 속도로 게임을 풀어나가면서 콧노래를 부를 수 있었다. 

기괴한 움직임과 패턴 ‘깜짝’

시간이 점점 경과할수록 게임 난이도가 점점 치솟기 시작한다. 무엇보다도 몬스터 움직임들이 기괴하다. ‘P의 거짓’에서 상대로 나오는 몬스터들 중 다수는 ‘인형’이다. 끼릭끼릭 소리와 함께 관절이 움직이는 것이 보인다. 이를 보면서 타이밍에 맞춰서 패링하거나 구르면서 풀어 나간다.

▲ 산만한 로봇이 쿵쿵거리며 걸어다닌다. 끼릭끼릭 움직이더니 발을 들어 쿵 내려 찍는다. 뻔히 보이는데 충격 속성을 입으면 체력 회복량이 줄어든다
▲ 산만한 로봇이 쿵쿵거리며 걸어다닌다. 끼릭끼릭 움직이더니 발을 들어 쿵 내려 찍는다. 뻔히 보이는데 충격 속성을 입으면 체력 회복량이 줄어든다

문제는 인형이 기괴할때다. 사람 인형이면 괜찮은데 듣도 보도 못한 인형이 나오기 시작하면 어떤가. 심지어 인형이니 움직임이 부드럽지도 않다. 끼릭 끼릭 소리와 함께 돌아가다가 괴상한 궤적으로 공격이 날아온다. 소울류가 항상 그렇듯 패턴을 숙지하고 상대해야 하는 것은 맞다. 얼핏 보면 쉬워보이는 패턴들인데 막상 싸워 보면 생각보다 어렵다. 완벽하게 숙지하고 받아쳐야만 클리어가 가능하다는 판단이 서는 몬스터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 한 마리는 비교적 쉽다. 그렇다면 두 마리가 등장하면 어떨까
▲ 한 마리는 비교적 쉽다. 그렇다면 두 마리가 등장하면 어떨까

이 조차 점점 적응될즈음 ‘괴물’들이 등장하면서 게임은 또 다른 패턴을 내놓는다. 여기에 상태 이상 기믹과 특수 공격 기믹 등이 계속해서 추가되면서 유저들은 더 복잡한 상황에 놓이며  이를 타개해 나가게 된다.

길어진 ‘한 방’ 싸움 

이러한 상황에서도 소위 ‘희망’은 남아 있다. 게임은 공격을 하거나 공격을 당하면 체력 게이지 중 일부를 남긴 상태에서 자연으로 회복되는 시스템이다. 상대를 공격하면 체력이 찬다. 이는 몬스터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게임에서는 쉬지 않고 공격하고, 회피해야만 어드벤테이지를 얻을 수 있다. 소위 ‘꿀패턴’을 기다리기 위해 계속해서 빙빙도는 플레이로 풀어 나간다면 게임 플레이 시간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구도다. 

▲ 바쁜 전투 도중에  무기 내두도도 신경써야 한다. 확인해야 할 요소들이 많은데 생각보다 시간적 여유가 나는 편이며 이를 즐기게 된다
▲ 바쁜 전투 도중에  무기 내두도도 신경써야 한다. 확인해야 할 요소들이 많은데 생각보다 시간적 여유가 나는 편이며 이를 즐기게 된다

반대로 패턴을 숙지한 상황이 된다면 어떤 형태로든 클리어가 가능하다. 특히 체력 회복 포션(펄스 전지)를 모두 다 쓴 상황에서 상대에게 약 10여번 공격을 성공시키면 체력 회복 포션이 하나 회복된다. 이로 인해 모든 포션을 다 쓴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한방 더, 한방 더를 외치면서 싸움을 거듭하게 된다. 소위 ‘진흙탕’싸움 끝에 펄스전지가 하나 생기고 마지막 패턴을 보면서 숨통을 끊을 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이로 인해 소위 ‘진흙탕 싸움’을 즐기는 유저들이라면 비교적 긴 시간 동안 두근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전투를 치르게 된다.

▲ 한 대 더 때리면 이기고, 맞으면 지는 상황에서 끈질기게 살아남는 전투가 계속될 수 있다
▲ 한 대 더 때리면 이기고, 맞으면 지는 상황에서 끈질기게 살아남는 전투가 계속될 수 있다

소울류 게임의 ‘하일라이트’가 비교적 길게 유지되는 셈. 반대로 이 구간이 고통스럽기도 하므로 아이러니한 구간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요소가 만족스러운 요소로 난도가 높은 적들을 상대로 긴박감 넘치는 전투가 이어질 수 있었다. 특히 중반부 이후에는 이 요소들이 점점 빛을 발한다. 후반부에 강력한 보스들과 전투에서는 이러한 시스템의 참맛을 느낄 수 있었다. ‘제발 한 대만’ 상황이 여러번 반복됐다는 것으로 설명을 마친다. 

내러티브의 힘 ‘회차 플레이’ 견인

게임이 제시하는 재미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P의 거짓’이 제시하는 전투 시스템이 뛰어나다는 점은 두말할필요없다. 이 게임은 전투가 전부가 아니다. 게임의 핵심이 되줄 스토리라인과 내러티브는 환상적이다. 스포일러상 언급이 힘든 부분은 양해를 부탁드린다. 우선 현재 알려진 내용으로는 게임에는 총 3개 엔딩이 존재한다. 유저들은 매 순간 선택을 해야 하는데, 선택에 따라 향방이 갈린다. 게임 제목처럼 ‘P’는 ‘거짓말’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 이 결과에 따라 서서히 P는 다른 형태로 변하게 된다. 

▲ 선의의 거짓말과, 진실 사이. 선택해야할 순간이 온다
▲ 선의의 거짓말과, 진실 사이. 선택해야할 순간이 온다

개발사는 이 질문들을 기가막히게 설계한다. 우선 인간의 내면을 두고 던지는 질문들이 ‘훅’들어 온다. ‘인간’을 규정짓는 질문들이 계속해서 들어오며 이에 맞서 유저들은 답을 해야 한다. 주어진 시간 내에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질문들이 다수로, 질문을 받고 나면 멈칫 하게 되는 선택지들이 다수 있다. 특히 게이머 특성을 파고들어 ‘특정 아이템’을 얻기 위해 선택해야 할지, ‘목표’를 위해 선택해야 할지 고뇌하게 만드는 질문들이 나오기도한다. ‘아이템’을 위해 ‘정의’를 희생할 수 있는가. 또 그 결과가 엔딩에 반영 된다. 즉, 회차 요소다. 

이와 함께 반영되는 연출들과 내러티브들은 게임 속 ‘P’의 심장 뿐만 아니라 이를 조작하는 게이머들의 ‘심장’도 함께 뛰도록 만들만한 울림이 있다. 

▲ 참과 거짓, 그 너머 인간과 인형사이. 이를 발전시켜 게임 내 내러티브를 이끌어 나간다. 과연 가면을 쓴 저 사람은 인간인가 인형인가. 혹은 괴물인가.
▲ 참과 거짓, 그 너머 인간과 인형사이. 이를 발전시켜 게임 내 내러티브를 이끌어 나간다. 과연 가면을 쓴 저 사람은 인간인가 인형인가. 혹은 괴물인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회차 플레이에서 유저들은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보다 강력한 보스, 보다 강한 아이템 외에도 내러티브상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등장한다. 혹자들은 타 게임에서 한 번 경험해본 내러티브일 수 있는데, 그 형태와 방식, 완성도면에서 극찬을 하지 않을 수 없는 내러티브다. 새로운 내러티브와 새로운 엔딩. 다시 시작하면 더 강한적이 반복되는 구조에서 새로운 아이템을 테스트 해보고, 새로운 빌드를 짜보고, 새로운 전투 방법을 고민해보고, 더 강한 캐릭터를 만들어 보는 재미들이 결합돼 회차 플레이를 완성해 나간다. 

소울류 ‘걸작’ 탄생

이 같은 재미들을 기반으로 기자는 지금도 게임을 켜 놓고 ‘금화 열매’를 재배(?)하고 있다. 리뷰 작성 뒤에는 회차플레이를 계속해서 나갈 생각이다. 처음에는 ‘대검’을 들고 하다가 그 다음에는 ‘거대 망치’, 그 다음에는 ‘환도’와 같은 형태로 플레이할 계획이다. 난이도가 올라간 회차플레이에서도 전투 재미는 더 올라갔다. 스토리부분역시 달라진 단서를 찾아가면서 엔딩까지 도달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약 70시간 게임을 플레이했는데 여전히 게임은 즐길거리가 남아 있다. 

본문에서는 언급하지 않은 요소들도 다수 존재한다. 매 번 특정 상황에서 음반을 획득하게 되는데, 해당 상황에서 진한 여운과 함께 아름다운 노래를 들으면서 여운을 만끽하게 됐으며, 그렇다보니 이 앨범을 구하기 위해 사비를 들이기도 했다. 직접 노래를 들어 본다면 그 이유를 알 수밖에 없을 듯 하다. 

▲ 기도하라! 감정 표현 기도를 활용해 보면 특정 수치가 오른다
▲ 기도하라! 감정 표현 기도를 활용해 보면 특정 수치가 오른다

또 다른 요소는 파고들기다. 게임을 플레이하다가 확보된 문서나 스토리라인에 따라 ‘감정 표현’을 얻었다. 특정 장소에서 ‘상처받은 자 기도하라’는 문구를 보고 ‘기도’제스쳐를 취했다가 특정 수치가 올라가는 경험을 했다. 그렇다면 다른 감정표현역시 쓰는 장소가 있을터다. 그도 그럴것이 싱글플레이게임에서 감정표현이 나온다면, 각 감정표현을 쓸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봤다. 

▲ 아트팀은 문이 열리는 순간을 중요한 대목으로 본다. 캐릭터가 문을 열어 젖힐 때 눈 앞에 펼쳐지는 풍경은 감탄이 절로 나온다. 캐릭터 모델링과 디자인 뿐만 아니라 배치와 원근감 표현 등 요소들을 주목해 보자. 특정 사물을 마주했을 때 뒤로 서너걸음 물러서거나, 계단을 내려가서 볼 때 감각과 보이는 각도 등이 모두 다르다
▲ 아트팀은 문이 열리는 순간을 중요한 대목으로 본다. 캐릭터가 문을 열어 젖힐 때 눈 앞에 펼쳐지는 풍경은 감탄이 절로 나온다. 캐릭터 모델링과 디자인 뿐만 아니라 배치와 원근감 표현 등 요소들을 주목해 보자. 특정 사물을 마주했을 때 뒤로 서너걸음 물러서거나, 계단을 내려가서 볼 때 감각과 보이는 각도 등이 모두 다르다

이 모든 것을 훌륭하게 표현해낸 그래픽 디테일, 연출력, 성우들의 연기 등 대다수 요소들은 이 게임을 걸작으로 칭하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는 완성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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