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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반룡의 게임애가] 2023 도쿄게임쇼 관람기

  • 정리=김상현 기자 aaa@khplus.kr
  • 입력 2023.09.27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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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올해 처음으로 도쿄게임쇼를 다녀왔다. 가까운 곳에 열리는 세계 3대 게임쇼이지만, 매년 추석 연휴 기간에 개최하는 경우가 많아 명절 연휴를 가족 행사로 보내는 필자는 도쿄게임쇼는 항상 아쉬움의 대상이었다. 추석 기간이 아닌 몇 번의 경우는 이상하게 개인 사정이 생겨 시간을 낼 수 없었다. 게임 업계 종사자라는 사실을 제외하더라도, 게임을 좋아하는 게이머로서 2~3시간 거리에 있는, 어떤 의미에서 매년 참석하는 지스타가 열리는 부산에 가는 시간과 비슷한 시간이 소요되는 도쿄에서 열리는 게임쇼에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아쉬움이 항상 있었다.

처음 본 도쿄게임쇼의 첫 감상은 일본색이 정말 많이 나는 게임쇼라는 점이다. 매년 11월에 열리고 있는 국내 게임쇼인 지스타는 한국 게임 업체가 많다는 점을 제외하면 뚜렷한 한국색을 느끼기 어렵다. 국내 업체를 다른 업체로 바꿔놓고 본다고 가정하면, 중국 ‘차이나 조이’나 대만 ‘타이베이 게임쇼’ 등과 뚜렷한 차이점을 보기 어렵다. 물론 여타 다른 게임쇼에 비하면 BTB 공간이 완전히 분리돼 있고, 규모가 크다는 점에서 비즈니스 환경을 강조한 느낌이 다른 게임쇼와 차별화된 느낌이라고 할 수 있지만, BTB를 강조한 다른 콘텐츠 산업 전시회의 일반적인 모습과 차별화된 모습이 뚜렷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에 비하여 도쿄게임쇼는 입구부터 풍기는 다양한 색이 강조된 화려한 이미지 프린팅과 비즈니스 데이부터 적극적으로 이루어지는 홍보 활동과 식당가를 연상시키는 호객 행위는 확실히 도쿄게임쇼만의 특색이었다. 또한 비즈니스 데이임에도 고가의 비즈니스 데이 입장권을 구입해서 들어온 일반인 관람객도 제법 보였고, 비즈니스 데이임에도 게임 시연을 위한 대기줄이 인기작의 경우 1시간을 훌쩍 넘었다. 코스프레의 천국답게 엄청난 숫자의 코스프레 참가자와 그들을 위해 마련된 큰 사이즈의 탈의실도 이색적이었다.

그러나, 이번 게임쇼에 대한 전체적인 감상은 약간의 실망과 우려였다. 앞서 언급한 특색을 제외하면 도쿄 게임쇼는 필자에게 특별한 감흥을 주지는 못했다. 특색은 있지만, 특별함은 크지 않았다. 우려된 부분은 이번 도쿄 게임쇼에서 필자가 느낀 키워드가 ‘서브 컬쳐 게임의 메인 컬쳐화’이기 때문이다. 통상 우리가 서브 컬쳐라고 칭하는 게임의 장르는 주류가 아니기에 서브 컬쳐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서브 컬쳐 게임은 일반적인 게이머가 많이 신경쓰지 않는 각 캐릭터의 배경 스토리, 캐릭터의 설정과 감성 등 다양한 디테일에 더 집중하여 대중성이 떨어지더라도 더 높은 수준의 팬덤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게임을 말한다. 물론 서브 컬쳐 게임이라고 해서 대중성을 확보하면 안 된다거나 높은 인지도를 기반으로 메가 히트작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이번 게임쇼에서 전시된 게임들을 살펴보면 통상 우리가 서브 컬쳐라고 부르는 장르의 게임들이 게임쇼 전면에 나섰다고 말하는 수준이 아닌 전시장을 장악하고, 대부분이라고 말해지는 수준이었다.

해당 장르에 애정이 있는 필자의 게이머로서의 입장은 나쁘지 않다. 다만, 서브 컬쳐 장르가 메인 장르가 되었을 때 생기는 문제점은 고민해볼 여지가 있다. 상대적 소수의 매니아 게이머를 대상으로 한 깊이있는 콘텐츠의 생산은 나쁘다고 할 수 없으나, 그런 흐름이 주류가 되었을 때 소비자의 절대량에 대한 한계성이 가지는 문제는 분명 존재할 것이다. 최근 많은 서브 컬쳐 콘셉트 게임이 제작되고 있으며, 필자에게 투자 유치 제안도 많이 오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다수의 서브 컬쳐 게임이 게임 간 차별화 요소가 부족해 보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전시장에 나온 출시 예정의 다수의 게임과 내년에 공개될 수많은 게임, 현재 제작 초기 단계에 있어 25년 출시가 예상되는 게임들까지 고려하면 내년 상반기부터 서브 컬쳐 게임의 춘추전국 시대가 될 것 같다는 불안한 예감이 든다. 

춘추전국 시대의 역사에서도 나오듯이 승리와 통일은 항상 소수의 승자를 위한 것이고, 이런 승리는 패자의 피로 만들어진 것이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사족을 붙이자면, 이런 우울한 관람기는 절대 필자가 기대하며 찾아갔던 팔콤의 “이스X” 대기 줄이 너무 길어 2시간 이상 대기라는 표시를 확인하고 일정상 플레이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짜증이 반영된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없지도 않은지 확인하기 어려운 그런 이유가 없을 수도 있으니 오해가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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