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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불모지서 빚은 ‘금빛 기적’, 아시안게임 ‘스파5’ 金 김관우-강성훈 

  • 박준수 기자 mill@khplus.kr
  • 입력 2023.10.19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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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초 마무리된 항저우 아시안게임서 누구도 예상치 못한 금메달이 화제가 됐다. 격투게임 불모지라 평가받는 한국에서 ‘스트리트 파이터5(이하 스파5)’ 종목에 출전한 김관우 선수가 불혹의 나이에 전승 우승을 차지하며, 한국 e스포츠 사상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차지한 것이다. 
김관우는 오락실에 다니던 꼬맹이 시절부터 격투게임을 플레이해 온 베테랑 게이머다. 장르 특유의 심리전에 매료돼 30년 이상 격투게임에 매진해왔고, 뛰어난 실력으로 관련 커뮤니티에서 명성을 쌓았다. 그는 경험에서 나온 노련함과 자신감을 바탕으로 내로라하는 전세계 강자들을 물리치며 불멸의 기록을 세웠다.
김관우의 뒤에는 든든한 조력자들이 있었다. 격투게임 대회 및 방송 제작사 ‘팀 스피릿제로’의 구성원이자 아시안게임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강성훈 감독은 그간 쌓아왔던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최상의 연습 환경을 구축했다. 이외에도 각종 행정 편의를 지원한 한국e스포츠협회(이하 협회), 심리상담 및 체력단련 프로그램을 제공한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이하 과학원)도 그의 금메달 획득에 큰 도움이 됐다.
한편, 김관우는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함께 출전했던 연제길 선수와 함께 ‘팀 스피릿제로’에서 창단한 게임단 ‘성남 스피릿제로’에 소속돼 전업 프로게이머 활동을 이어 나갈 예정이다. 본지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도전을 멈추지 않는 그들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김관우 선수(사진=경향게임스)
▲항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김관우 선수(사진=경향게임스)

30년 한 우물 뚝심 ‘만개’
김관우는 불후의 명작이라 평가받는 ‘스파2’를 통해 격투게임에 입문하게 됐다. 슈팅이나 리듬게임 등 다양한 장르에 재능이 있었던 그가 격투게임에 빠지게 된 이유는 특유의 심리전 때문이다. 격투게임은 사람과 대전하게 되는 특성상 게임의 양상이 계속 변화하기에 상대의 수를 읽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매 순간 예측을 불허하는 격투게임만의 차별화된 매력이 그를 사로잡은 것이다.
 

사진=경향게임스
사진=경향게임스

김관우는 ‘더 킹 오브 파이터즈’가 유행하던 시기 대회 참가를 통해 본격적으로 격투게임 커리어를 시작했다. 그는 당시 관련 커뮤니티와 교류하면서 고수들과 게임으로 대전하고 실력을 쌓았던 경험이 큰 자산이 됐다고 회상했다. 직장에 취업한 이후에는 온라인 대전 시스템이 잘 구축된 ‘스파4’와 ‘스파5’를 플레이하며 격투게임과의 인연을 이어갔다.
 

사진=경향게임스
사진=경향게임스

메달 획득에 대한 세간의 기대를 받지 못했음에도 김관우는 자신을 믿었다고 밝혔다. 합숙 훈련을 시작하면서 자신의 실력이 계속 오르는 것을 느꼈고, 해외 선수들의 경기를 보면서 실수만 안 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결국 그는 세계 최대 격투게임 대회 EVO의 우승 경력을 보유한 ‘카와노’ 마사키와 ‘오일킹’ 린 리웨이, ‘게이머비’ 샹 위린 등 강호들을 연파하며 당당히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모두가 함께 만든 ‘금메달’
김관우의 금메달 뒤에는 수많은 사람의 공헌이 있었다.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강성훈 ‘스파5’ 대표팀 감독이다. ‘팀 스피릿제로’ 소속으로 수년 동안 격투게임 대회를 개최 및 중계해 온 강성훈 감독은 국내 격투게임 네트워크의 중심축이자 마당발로 유명하다. ‘팀 스피릿제로’는 격투게임 불모지인 한국에서 관련 콘텐츠에 목마른 팬들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굳건한 지지를 얻고 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강성훈 감독(사진=경향게임스)
▲항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강성훈 감독(사진=경향게임스)

실제로 강성훈은 대회 운영을 통해 국내 격투게임 고수들의 폭넓은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시안게임에서 상대해야 할 캐릭터를 미리 파악했고, 이를 사용하는 국내 고수들을 대거 섭외해 효율적인 훈련 과정을 구축했다. 아울러 평가전이라 할 수 있는 ‘로드 투 아시안게임’에 참가했을 때는 잘 알려지지 않은 해외 선수와 직접 프리게임을 하면서 정보를 수집하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사진=경향게임스
사진=경향게임스

협회와 과학원의 지원도 목표 달성에 큰 역할을 했다. 강성훈 감독에 따르면 협회는 종목마다 전담 매니저를 배속해 대표팀이 연습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조치했으며, 중국 현지에서는 경기장 근처 호텔을 대여해 훈련장을 마련하는 등 최대한의 편의를 제공했다. 김관우 선수는 과학원의 백승원 상담사와 장두희 트레이너로부터 받았던 심리상담 및 체력단련이 실전에서 경기력을 발휘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도전은 계속된다
직장과 선수 생활을 병행하던 김관우는 현재 ‘성남 스피릿제로’ 소속 프로게이머로 활동 중이다. 게임 개발자였던 그는 코로나19가 시작되던 재작년 회사를 그만두고 인터넷 방송 활동과 대회 참가를 이어가다가, 항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우승하면서 전업 프로 선수의 길을 걷게 됐다.
 

사진=경향게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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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스피릿제로’는 강성훈 감독이 몸담고 있는 ‘팀 스피릿제로’의 주도로 창단됐다. 성남시의 e스포츠 게임단 지원 사업을 통해 만들어진 ‘성남 스피릿제로’는 재능있는 선수들을 지원하고, 프로팀이 존재하지 않는 국내 격투게임씬에 다양한 방향으로 일조하고자 하는 팀의 목표가 반영됐다. 게임단에는 김관우 외에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함께 출전한 연제길이 소속돼 있다.
 

사진=경향게임스

두 사람은 앞으로도 격투게임으로 할 수 있는 도전을 이어갈 것이라 다짐했다. 특히 3년 뒤 열리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은 격투게임의 본고장 일본에서 개최되는 만큼 차기작 ‘스파6’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확률이 높다. 이에 대해 김관우는 실력이 유지된다면 다시 선발전에 참가해 도전을 계속할 것이라 답변했다. 강성훈 역시 다시 감독직을 맡는다면 김관우의 최고령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기록을 47세로 경신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울 것이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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