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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반룡의 게임애가] e스포츠의 조건

  • 정리=김상현 기자 aaa@khplus.kr
  • 입력 2023.10.23 12:12
  • 수정 2023.10.23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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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게임이 아시안게임의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e스포츠에 관한 관심이 더 커졌다. 이번 아시안게임의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게임은 ‘리그 오브 레전드’나 ‘도타2’,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스트리트 파이터5’, ‘FC 온라인’처럼 많이 알려진 게임도 있었고, ‘몽삼국2’나 ‘왕자영요’처럼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게임들도 있었다. 아직 국내에서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가진 사람이 많고, 최근까지도 흉기 난동 범죄의 원인으로 게임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게임이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이 된 것도, 정식 종목에 국내 게임이 포함된 것도, 다수의 금메달을 우리 선수가 딴 것도 모두 반가운 일이다.

필자는 직업적 특성 때문에 게임을 소개하는 문서를 많이 접한다. 물론 제안받는 게임의 장르는 RPG 장르 게임이 가장 많다. 그런데 최근 e스포츠의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제안서가 점차 늘고 있다. e스포츠로 발전시키는 사업 모델의 제시가 증가한다는 것은 그만큼 e스포츠 분야가 활성화되고 있다는 증거이고도 하고, 그 자체는 나쁘지 않다. 그러나, e스포츠로 성장하기 위한 준비가 돼 있지 않고, 문서로만 제시되는 e스포츠 사업 계획은 문제가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게임이 e스포츠가 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을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게임이 e스포츠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장르적으로 PVP가 중심 콘텐츠인 게임이어야 한다. 앞서 아시안 게임의 정식 종목으로 제시된 게임들이나 e스포츠의 시작을 상징하는 ‘스타크래프트’ 같은 게임은 PVP가 게임의 중심 콘텐츠이다. 종종 게임 내 PVP 요소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부분을 e스포츠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식의 사업 모델을 제시하는 경우가 있다. 우리가 일반 자동차로 레이싱 경기를 할 수 있다고 해서. 그 자동차를 레이싱카로 부르지 않는 것처럼 PVP를 할 수 있다고 해서 e스포츠가 될 수는 없다.

다음은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게임이 재미있어야 한다. 어떤 게임이 재미있는 게임인지는 이견이 많을 수 있으나, 1인 플레이도 재미없는 게임을 다른 사람과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e스포츠 종목에서 재미를 주려면 꼭 포함해야 하는 부분은 대전의 밸런스이다. e스포츠의 기본이 PVP이므로 이런 종류의 게임의 재미는 밸런스를 기반으로 한다. 특정 캐릭터, 특정 스킬, 특정 패턴만이 사용되는 게임의 대전이 재미있기는 어렵다. 

세 번째는 보는 즐거움이 있어야 한다. 보는 즐거움이 있다는 것은, 게임의 진행 과정을 보면서 시청자가 몰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빠르고, 긴장감이 넘치는 전개가 가능해야 하고, 그것이 보는 사람의 시선을 잡아야 한다. 우리가 마라톤이 훌륭한 스포츠라고 생각하지만, 2시간이 넘는 경기 시간 동안 몰입해서 경기를 보기는 어렵다. 물론 이를 위해 관전의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관전용 카메라 시점의 지원은 필수적이다. 직접 플레이하는 선수가 아니라면 선수의 시점으로 제시되는 화면에서 주어지는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기도 어렵고, 즐기기도 어렵다. 축구 경기를 뛰는 선수의 시점으로 중계한다면, 축구 경기 중계는 보면서 즐기기가 힘들 것이다.

네 번째는 듣는 즐거움이 있어야 한다. 듣는 즐거움이 있다는 것은. 게임의 진행 과정에서 스토리텔링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내가 실제 경기를 보지 않아도 관전한 사람의 흥분된 설명을 듣고 즐거울 수 있어야 한다. 야구는 9회말 2아웃부터라는 말도 있듯이 역전의 짜릿함이 연출될 수 있어야 하고, 내가 플레이하는 게임이라면 선수의 플레이를 들으면서 장면이 상상이 되고, 같이 흥분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100m 단거리 경기 결승의 결과를 듣는다면 누가 정말 빠르더라 이외의 경기 상황을 듣기는 어렵다. 너무 짧은 시간에 승패가 결정되고, 그 안에 이야기가 생성될 부분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 모든 것을 포함해도 e스포츠로 자리 잡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게임이 상업적으로 흥행해 이용자가 많아야 가능하다. 결국 게임이 흥행해야 가능한 일이다. e스포츠를 고려한 게임의 개발과 흥행이 동시에 실현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나 NBA 농구,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 같은 새로운 게임을 만들고 흥행도 시키는 일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니 제발 게임이 재미있으니 흥행할 것이고, 자연스럽게 e스포츠화가 될 것이라는 수익 모델을 쉽게 이야기하는 제작사 대표님은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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