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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앨런 웨이크2’, 예술의 경지에 오른 내러티브, 명작으로 귀결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23.10.27 17:25
  • 수정 2023.10.31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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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남성이 나체로 걸어다닌다. 어딘가 불안한 모양새다. 가만 보니 어디서 많이 본 사람이다. 과체중. 비정상적으로 배가 나왔다. 살이 접힌다. 온몸에 살이 붙어서 눈사람이 걸어 다니는 듯 하다. 난가. 속으로 생각했다. 얼굴을 자세히 보니. 역시 어디선가 많이 봤다. 순간 머릿속으로 두 사람이 스쳐 지나간다. 전편에서 ‘앨런 웨이크’에 등장해 주인공의 친우 역할을 했던 배리. 그리고 또 한사람은 주인공을 끈질기게 괴롭혔던 FBI 요원 나이팅게일이다.

▲ 시작부터 나체 아저씨가 나온다. 전편 등장인물이다. 전혀 뜬금 없는 등장인데, 그 이유를 알아가야한다
▲ 시작부터 나체 아저씨가 나온다. 전편 등장인물이다. 전혀 뜬금 없는 등장인데, 그 이유를 알아가야한다

결정적 단서는 머리크기였다. 베니는 좀 더 둥글넙적하다. 세로로 머리가 큰 녀석이니 나이팅게일인가보다. 볼안해보이는 녀석을 움직여 숲을 헤맨다. 멀리 호수가 보인다. 직감했다. 그곳이다. 숲을 헤매다가 문뜩 정신을 차려보니 사슴가면을 쓴 녀석들이 나타난다. 끔찍한 장면이 눈 앞에 펼쳐진다. ‘앨런 웨이크’식 튜토리얼이다.

▲ 사슴탈을 뒤집어쓴 살인마들, 무엇을 원하는가
▲ 사슴탈을 뒤집어쓴 살인마들, 무엇을 원하는가

장면이 바뀌고 드디어 본 게임이 시작된다. 게임은 사건을 맡은 FBI수사관 사가 엔더슨이 파견돼 사건을 추적한다. 13년 전 어느날부터 시작된 연쇄 살인사건. 이번에는 전 FBI수사관이었던 나이팅게일이 피사체로 발견돼 눈 앞에 나타난다. 사라는 단서를 수집하고 능력을 발휘해 문제를 해결해 나갈 참이다. 디테일한 범죄 추리물처럼 게임은 진행 된다. 단지 이 곳이 ‘브라이트 폴즈’라는 점만 빼면 말이다. 

▲ 주인공은 파트너와 함께 사건의 한복판으로 뛰어든다. 곳곳을 탐험해 자료와 단서를 수집하자
▲ 주인공은 파트너와 함께 사건의 한복판으로 뛰어든다. 곳곳을 탐험해 자료와 단서를 수집하자

‘앨런 웨이크’의 세계 속으로

‘앨런 웨이크’속 세계는 현실과 가상사이 경계가 불분명한 세계다. 유저의 시각에서는 분명히 현실인데, 알고 보면 현실이 아닐 수 있다. 때로는 소설 속일수도 있고, 때로는 꿈 속일수도 있다. 때로는 망상일수도 있고, 때로는 대체된 현실일 수 있다. 이 작품은 소설 속 내용이 현실이 되는 세계를 근간으로 한다. 그렇다보니 모든 것이 모호하다. 방금은 거짓이었으나 소설 속 내용이 완성되면서 바로 진실로 바뀔수도 있는 노릇이다. 

▲ 전편에서 주인공의 마지막을 기억한다면, 의미 심장한 이야기들이 기다리고 있다
▲ 전편에서 주인공의 마지막을 기억한다면, 의미 심장한 이야기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는 영화 ‘인셉션’을 떠올리면 유사한 면이 있다. 영화에서 주인공이 ‘꿈 속의 꿈 속의 꿈 속의 꿈’을 여행했다면 이 작품 역시 비슷한 면이 있다. 개발자이자 스토리라이터인 샘 레이크가 써내려간 소설 속 등장인물인 누군가가 쓴 소설 속 등장인물인 앨런 웨이크 속 등장인물인 누군가가 써내려간 소설 속 이야기가 게임의 젖줄을 형성한다. 알고 보면 앨런 웨이크가 썼을 수도 아닐 수도있다. 혹은 어떠한 간섭도 없는 진짜 현실일수도, 혹은 망상일수도 있다. 

▲ 결국 이번에도 종이 쪽지를 줍는다. 멀리서 이 쪽찌를 보는 순간, '아 앨런웨이크다. 이제 시작이다'했다 
▲ 결국 이번에도 종이 쪽지를 줍는다. 멀리서 이 쪽찌를 보는 순간, '아 앨런웨이크다. 이제 시작이다'했다 

이런 상황에 내던져진 주인공은 점점 실체를 알아가며 고뇌한다. 과연 어디까지가 현실일 것인가. 이내 눈 앞에 벌어지는 사건들이 진실인가 상상인가를 고뇌하게 되며, 모든 것을 부정하는 단계까지 도달하기도 한다.

복잡한 상황 속에서도 시나리오 라이터 셈레이크는 줄기가 되는 스토리라인을 놓치지 않은 채 현명한 방식으로 스토리를 전개해 나간다. 거대한 떡밥 덩어리는 깔끔하게 마무리되며 그렇게 전 1편 ‘앨런 웨이크’는 전설이 됐다. 

‘브라이트 폴즈’로 귀환

‘앨런 웨이크2’편에서 유저들은 이제 브라이트 폴즈로 돌아와 이 곳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만나게 된다. 전작을 플레이 한 이들이라면 모든 곳이 공포스럽다. 우선 게임초반에는 ‘나이팅게일’의 시체를 만나 단서를 수집하고 프로파일링 기법으로 유추하면서 진행하는 범죄 수사물에 가깝다.

▲ 주인공은 머릿속에 기억을 위한 저장장소인 마인드팰리스를 갖고 있다. 이 곳에서 단서를 저장하고 추리한다
▲ 주인공은 머릿속에 기억을 위한 저장장소인 마인드팰리스를 갖고 있다. 이 곳에서 단서를 저장하고 추리한다

추리 과정이 비교적 단순하고 억지성이 있으나 이는 큰 관계가 없다. 어차피 이 곳에서 우리가 믿을 만한 것은 거의 없다. 샘 레이크의 스타일을 알고 있다면 게임상에서 전개되는 추리는 거대한 음모로 가득한 심리적 함정이 되고, 이것이 스노우볼로 다가와 유저들의 뒤통수를 후릴 것이 틀림이 없다.

▲ 단서를 쫓아가다보면 주인공의 독백을 들을 수 있다. 대체로 주인공이 하는 말은 일단 정답에 가까워보인다
▲ 단서를 쫓아가다보면 주인공의 독백을 들을 수 있다. 대체로 주인공이 하는 말은 일단 정답에 가까워보인다

그렇다면 이제 눈으로 보고 듣는 것만이 믿을 만할 것이다. 그런데 눈으로 보여지는 것들이 결코 달갑지 않다. 나이팅게일 시체에서 단서를 찾은 이들은 이제 검시를 위해 어디론가 이동해야 한다. 상대가 차키를 건넨다. 1편에서 별장 키를 잘 못 받았다가 어둠의 신세가 되지 않았나. 눈을 질끈감고 이를 받는다. 그렇게 떠난 곳이 바로 그 패밀리 레스토링 ‘오 디어’다. 눈 앞에서 경관이 대기하는데 손에는 커피를 들고 있다. 자연스럽게 커피를 건네는데 또 머리속에서는 예전 장면이 오버렙된다.

▲ 로즈의 비밀. 전작을 플레이 해 본 유저들이라면 잊을 수 없는 캐릭터다. 이 캐릭터를 잘 모르는 이들이라 할지라도 뭔가 이상한 캐릭터는 틀림이 없다.
▲ 로즈의 비밀. 전작을 플레이 해 본 유저들이라면 잊을 수 없는 캐릭터다. 이 캐릭터를 잘 모르는 이들이라 할지라도 뭔가 이상한 캐릭터는 틀림이 없다.

이 곳에서 주인공은 커피를 잘못마셨다가 최면제에 당했다. 그냥 차 키를 건네 받고, 고생한다는 의미에서 커피를 건네 받았는데 전편을 해본 ‘뇌’는 두렵다. 트라우마란 이런 것인가. 게임상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흘러 지나가는 요소들이 두렵고 무섭다. 

색다른 몰입감이 주는 공포

최신 기술로 형성된 브라이트 폴즈는 작은 도시를 실제로 방문하는 기분을 연상케 한다. 조명 기술로 인해 현실속 빛처럼 보이고, 그림자들이 곳곳을 뒤엎으면서 어쩌면 실존하는 마을 같기도 하다. 이런 곳에서 돌아다니는 사람들 역시 NPC라기 보다는 마을 거주민처럼 느껴진다. 그들의 행동을 유심히 쳐다보고 혼잣말들을 들어 보고 있으면 진짜 사람이 사는 동네 같은 몰입감이 있다. 

▲ 얼핏 봐도 수상한 캐릭터. 무엇을 감추고 있는가
▲ 얼핏 봐도 수상한 캐릭터. 무엇을 감추고 있는가

특히 전편을 해봤거나 내용을 아는 이들이라면 이 마을 풍경에 이질감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평범한 마을에서 잡담하는 아저씨는 1편에 등장한 등장인물처럼 보이고, 저 멀리서 뭔가를 고치고 있는 아저씨는 악의 수뇌부처럼 보인다. 오히려 정신이 나간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아군처럼 보인다. 게임은 제대로 시작조차 하지 않았는데도 공포가 만연하다. 

▲ 분명히 어디서 많이 본 캐릭터인데 마을 주민으로 버젓이 돌아다닌다
▲ 분명히 어디서 많이 본 캐릭터인데 마을 주민으로 버젓이 돌아다닌다

게임특성상 맵 곳곳을 튀지면서 아이템을 파밍하고, 단서를 끌어 모으고, 사건을 추적해 나가야 하는데 이 과정 자체가 일종의 공포로 다가온다. 어느 정도 게임에 익숙해질때즘 제작사놈들이 서서히 마수를 펼치기 시작하고. 심리적 공포가 게임 속 현실로 다가오는 순간이 오버렙되면서 절정을 찍는다.

▲ 게임은 비유와 은유를 다수 사용한다. 이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읽어야 한다
▲ 게임은 비유와 은유를 다수 사용한다. 이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읽어야 한다

모든 요소들을 고려하고 어떤 방식으로 표현할지 다년간 연구한 흔적들이 게임에 나타나며 이를 즐겁게(?) 혹은 공포에 질린(?)채로 체험해 볼 수 있다. 어떤 경우든 몰입감을 형성하는 능력 만큼은 분명히 탁월하다. 

▲ 배경만으로 이미 공포스럽다
▲ 배경만으로 이미 공포스럽다

익숙한 그맛, 비주얼 업그레이드와 함께 파워 업

전투 시스템은 시리즈의 전통성을 그대로 유지한다. 맵 상에서 아이템을 파밍하고 강화하면서 이를 활용해 상대와 전투하는 식이다. 시리즈를 관통하는 주제 중 하나는 빛이다. 정체모를 적들이 등장하면 밝은 곳에서 빛을 비춰야만 요격이 가능하다. 처음에는 손전등 하나에 의지해 상대와 전투를 펼치는데, 이 손전등의 배터리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어떠한가. 이 같은 장치를 활용해 빛과 어둠의 대비를 비주얼적으로 표현하고 다시 게임적 기믹으로 소화하면서 재미를 더한다. 물론 사람은 적응하는 동물이다.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전투에 익숙해지면 이제 빛을 비추고 쏘는 일쯤은 일도 아니다. 개발진 역시 알고 있다. 이로 인해 게임상 온갖 연출을 동원해 유저들을 압박하고, 이를 파해해나가는 재미를 게임은 담는다. 

▲ 전투 장면은 1편 같지만 2편이다
▲ 전투 장면은 1편 같지만 2편이다

시리즈 전통의 재미가 한층 더 큰 스케일로 담겨져 있는 셈. 대신 게임의 단점은 유사성이다. 자주 보이는 반복적 패턴과 적들이 다수 출현하면서 전투 그 자체로서의 임펙트는 시간이 갈수록 줄어 든다. 이를 무마하기 위해 시나리오적 장치와 오디오 등을 활용한 긴박감을 구성하는데, 이 부분에 몰입감을 느끼기 어렵다면 게임은 기대와는 살짝 다른 시리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차세대 공포게임의 진화

‘앨런 웨이크2’는 패기넘치던 개발자들이 능력을 갖추고 한층 성숙하면 만들 수 있는 물건을 보는 듯 하다. 중2병과 천재성 사이에서 오가는듯하던 스토리텔러는 한층 더 성숙하고 깔끔한 완성도로 시리즈를 완성해냈다. 특히 대중성이 강화돼 보다 쉽고 편하게 시리즈를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한 부분에서 관록이 느껴진다. 

▲ 앨런 웨이크는 살아 있다. 그리고 소설을 집필중이다. 즉, 뭔가 일어난다는 소리다.
▲ 앨런 웨이크는 살아 있다. 그리고 소설을 집필중이다. 즉, 뭔가 일어난다는 소리다.

개발팀의 기술력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 다수 히트작들에서 보여주던 전투와 연출들은 더할나위 없으며 특유의 ‘빛’을 활용한 연출력들은 세계적인 수준임을 다시한번 입증했다. 

여기에 맵 설계와 NPC들의 특성 등 모든 부분에서 디테일을 더하고 게임적 장치로 활용한 점 역시 극찬을 받을만한 부분이다. 

반면, 각 요소들은 깊은 고찰과 추리 등이 동반돼야 비로소 효과를 발휘하는 부분이다. 일반적인 액션게임을 즐기는 감각으로 플레이할 때는 이 게임이 준비한 효과들은 아무렇지 않을 수 있다. 소위 ‘문과 뇌’와 ‘이과 뇌’를 이야기하듯, 복선과 은유를 받아들이는 방식에 따라 게임이 주는 느낌 역시 다를듯하다. 

만약 영화 ‘인셉션’을 한번에 이해하는 취향이라면 이 게임은 반드시 플레이해봐야할 게임이다. 이 외에도 ‘브로드 처치’와 같이 템포가 느리나 묘사가 대단한 드라마를 즐기는 취향이라면 게임을 즐겁게 즐길 수 있을 듯하다. 스케어점프식 공포물이나 FPS게임에 특화된 게임을 원한다면 이 게임은 살짝 아쉬울 수 있다.

어떤 경우든 게임을 시작하기전에 전작을 플레이해보면 더 즐겁게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을 것이며, 스토리를 요약한 영상 등을 찾아보고 게임을 접하기를 추천한다. 

리뷰어 관점에서 게임은 공포게임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명작으로도 손색이 없다. 이번 작품이 현세대 기술을 총집합해 공포게임의 영역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면, 다음 작품에서는 세대를 앞서나가는 결과물로 돌아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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