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업무과다 직종으로 유명한 게임업계. 이 업계에 입문하는 순간부터 야근은 기본이요, 회사 숙식은 옵션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생겨날 정도다. 최근들어 상당수 과다한 업무가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사내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업무에 몰두하는 업계인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낮은 임금에 업무과다 스트레스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게임업계인들의 말 못할 고통을 그 누가 알아주겠는가. 연봉으로 따져보면 웬만한 중소기업 못지않은 금액일지 모르지만, 밥 먹듯 하는 야근에 주말근무를 합쳐 시급으로 계산해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는 A개발자. 과연 게임업계인들은 시급 얼마를 받고 있을까?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어떻게 조사했나?
<경향게임스>에서는 지난 4월 16일부터 18일까지 총 3일간 국내 게임사 직원 147명을 대상으로 설문지를 통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소속 부서, 경력, 성별, 연령, 혼인유무에 따라 총 3가지 문항으로 나누어 조사됐다. 참가자의 남녀 비율은 각각 남성 60%, 여성 40%였으며, 연령대별로는 20대가 72.3%, 30대가 27.7%를 차지했다. 각 부서별 참가 비율은 기획 21.3%, 그래픽 디자인 26.4%, 프로그램 17.9%, 마케팅·홍보 19.2%, 기타 15.2%였고 전체 응답자 중 미혼자가 80.4%에 달했다. 경력별로는 1년 미만 20.4%, 1~2년 27.6%, 2~3년 14.8%, 3~4년 12.0%, 4년 이상 25.2%였다.
‘대체로’ 기본업무시간 엄수
게임사 직원들이 실제로도 업무 과다에 시달리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먼저 ‘일평균 업무시간은 얼마나 되십니까?’라는 설문을 던졌다. 이에 과반수를 넘는 54.0%의 응답자가 일평균 8~10시간이라고 답해 대체로 기본 업무시간을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통해 대부분의 응답자들이 심각한 업무과다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경력과 부서별로는 약간의 차이를 보였다. 우선 경력별로는 1~2년차와 4년 이상차의 절반 이상이 하루 평균 10~12시간, 12~14시간 이상 업무를 하고 있다고 답해 가장 많은 인원이 업무에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1~2년차 이상의 12.0%는 일평균 14시간 이상 일한다고 응답해 대체로 이 집단의 업무시간이 타 집단에 비해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A개발사의 1년 6개월차 그래픽 디자이너 B씨는 “상사의 눈치를 봐야하는 것도 있지만, 아직은 부족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업무 외적인 시간을 할애해 개인적으로 공부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고 있다”며 이에 대한 이유를 들었다.
부서별로는 기획팀과 마케팅·홍보팀의 평균 업무시간이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기획팀의 경우, 일평균 12~14시간 일한다고 답한 응답자가 34.8%인 것으로 드러났으며, 14시간 이상 일하는 사람도 11.3%나 됐다. 기획팀에서 일하는 응답자들은 하나같이 빡빡한 업무 스케줄로 인해 자연스레 업무 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 밖에 성별로는 여성보다는 남성의 업무시간이 대체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차이는 미미했다. 혼인유무, 연령대와 일평균 업무시간 사이에서는 상관관계를 발견할 수 없었다.
주 4회 이상 야근 30% 육박
‘일주일 평균 야근은 몇 회 정도 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34.0%가 주 4회 이상이라고 답해 야근이 빈번한 게임업계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했다. 이와 함께 일주일의 절반 이상을 야근으로 보내는 주 3회 이상 야근자도 20.4%나 됐다.
경력별로 살펴보면, 일평균 업무시간이 대체로 높았던 경력 1~2년차의 야근 횟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1~2년차의 36.9%가 주 4회 이상 야근을 한다고 답했고, 20.5%는 주 3회 이상 야근을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4년차 이상 역시 30.0%가 주 4회 이상 야근을 한다고 답해 1~2년차와 나란히 야근 횟수가 높은 집단에 속했다. 경력 3~4년차의 야근 횟수는 경력별 타 집단에 비해 비교적 낮은 것으로 조사됐으며, 1년 미만은 보기의 다섯 문항에 고르게 분포돼 있었다.
부서별로는 기획팀이 가장 많았고, 그 다음 그래픽과 프로그램 파트의 순으로 조사됐다. 일주일 평균 야근 횟수 역시 일평균 업무시간과 마찬가지로 성별이나 혼인유무, 연령대별로는 유의미한 수치를 발견할 수 없었다.
‘업무시간 및 업무량과 관련해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도 전체 응답자의 45.7%가 야근에 대한 불만족을 드러냈다. 응답자들은 자신의 할 일이 끝났는데도 직장 상사의 눈치를 보느라 제 시간에 퇴근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와 함께 적절한 시간분배를 통해 효율적으로 업무시간을 조율하고, 본인의 할 일이 다 끝났으면 눈치주지 말고 각자 알아서 퇴근하는 문화가 정착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시급으로 쳐달라?
낮은 임금과 잦은 야근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게임업계인들. 이들의 임금을 시급으로 산출하면 과연 얼마가 될까? 2006년 초 노동부에서 발간한 ‘문화예술 직업전망’에 기재돼 있는 게임업계인들의 평균 연봉과 위의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게임사 직원들의 임금을 시급으로 계산해봤다.
그 결과 기획자들의 시급은 9,345원, 디자이너 8,680원, 프로그래머 9,075원, 마케팅·홍보 11,574원으로 나타나, 마케팅·홍보 부서 직원들의 시급이 가장 높은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 평균적인 수치를 근거로 한 것이며, 경력이나 능력 혹은 해당 업체별로 다른 기준이 적용될 것이라 생각된다.
시급이나 평균 업무시간을 기준으로 따져보면 분명 일반적인 게임사 직원들의 임금이나 노동 시간이 그리 만족할 만한 것은 아니다. 이를 반영하듯 경력 8년차의 그래픽 디자이너 C팀장은 “최근 업계에서 낮은 연봉과 복지 등에 불만을 품고 이 회사 저 회사 옮겨 다니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처음부터 높은 연봉을 기대하기보다는 자신의 커리어에 가장 도움을 줄 수 있는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으면 자연스레 연봉도 올라가는 것이다”라고 충고했다.
지금 이 시각에도 수많은 게임 업계인들이 게임 산업의 발전과 개인의 성장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 그 중에는 높은 연봉을 받으며 일하는 사람도 있고, 박봉에 시달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가 자신의 꿈을 위해, 또 자사 게임의 성공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개인의 성장과 자신이 속한 기업의 발전,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전체 게임 산업의 성장을 도모하기위해 모두가 힘쓴다면 자연스레 업계인들의 평균 임금도 높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평균 업무시간은? (휴식시간 제외)
12~14시간 10.8%
14시간 이상 10.0%
8시간 미만 2.4%
10~12시간 22.8%
8~10시간 54.0%
게임사 부서별 평균 시급
일주일 평균 야근 횟수는?
기타 13.2%
주 1회 15.6%
주 4회 이상 34.0%
주 3회 20.4%
주 2회 16.8%
구분 일평균 업무시간 평균 연봉 시급
기획 10.7시간 2,400만원 9,345원
그래픽 디자인 9.6시간 2,000만원 8,680원
프로그램 10.1시간 2,200만원 9,075원
마케팅·홍보 10.8 시간 3,000만원 11,574원
- 게임업계인의 평균 업무량은? -
문 1. 일평균 업무시간은 얼마나 되십니까? (휴식시간 제외)
①8시간 미만 ②8~10시간
③10~12시간 ④12~14시간
⑤14시간 이상
문 2. 일주일 평균 야근은 몇 회 정도 하십니까?
①주 1회 ②주 2회
③주 3회 ④주 4회 이상
⑤기타( )
문 3. 업무 시간, 업무량 등과 관련해 사내에 가장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 )
문 4. 현재 어느 파트에서 근무하고 계십니까?
①게임 기획 ②게임 그래픽 디자인
③게임 프로그래밍 ④마케팅·홍보
⑤기타( )
문 5. 현재 일하고 계신 분야에서의 경력은 얼마나 되셨습니까?
①1년 미만 ②1~2년
③2~3년 ④3~4년
⑤4년 이상
문 6. 귀하의 성별은 무엇입니까?
①남성 ②여성
문 7. 혼인유무는 어떻게 되십니까?
①기혼 ②미혼
문 8. 귀하의 연령대는 무엇입니까?
①20대 ②30대
③40대 이상 ④기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