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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반룡의 게임애가] 미드 ‘업로드’와 망중립성

  • 정리=김상현 기자 aaa@khplus.kr
  • 입력 2023.11.13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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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튜브 채널에서 인상적인 드라마를 소개하는 영상을 봤다. 2020년 아마존 프라임에서 방영했던 ‘업로드’라는 드라마였다. 이 드라마는 SF, 블랙 코미디 장르로 한 번쯤 상상해 봤을 수 있는 가상 디지털 사후 세계에서의 삶을 그리고 있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레이크 뷰’는 자신이 선택해 가상 공간에 자신의 자아를 업로드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사후 세계의 공간이다. 교통사고로 사망 직전이 된 주인공은 자신의 자아를 ‘레이크 뷰’에 업로드한다. 그곳에서 주인공은 새로운 인연을 만나기도 하고, 살아있을 때 연인과 화상 통화를 하기도 하고, 맛있는 음식과 쾌적한 환경에서 일상을 즐기고, 자신의 몸을 근육질로 바꾸기도 하고, 다양한 파티와 근사한 의상 등도 즐기면서 매우 유쾌한 삶을 즐기게 된다. 물론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진 세상이라 버그도 있고, 식사 시간이 지나면 음식이 사라지거나, 렉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러나, 필자가 이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2GB 구역에 대한 설정이었다. 기본적으로 ‘레이크 뷰’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비싼 비용을 내야 했다. 이런 사용자는 무제한 데이터의 사용이 가능했다. 이 안에도 광고가 존재했고, 광고용 NPC도 존재했다. 특정 기능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추가 과금도 필요했다. 게임의 수익 모델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설정이었다. 그런데 2GB 영역에는 돈이 없는 가난한 사람도 업로드가 가능했다. 다만 제공되는 모든 것은 체험판 수준이고, 2GB의 데이터를 다 쓰고 나면, 다음 달이 될 때까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굳어 있어야 했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는 것은 사치이고, 책을 보고나 영상을 보는 것도 제대로 할 수 없는 감옥같은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이미 우리는 넘쳐나는 데이터를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데이터가 제한되는 세상에 대해 상상하기 어렵다. 그러나 불과 20년 전에는 모바일게임을 즐기는 비용보다 게임의 데이터를 다운로드하는 비용이 클 때도 있었고, 월말이 되면 친구들끼리 데이터를 구걸하는 상황도 있었다. 데이터가 빈부 격차에 따라 차별되는 세상은 생각과 사상의 자유가 통제되고, 재산의 차이가 접근할 수 있는 정보의 차이로 이전되며, 이는 부의 세습으로도 이어질 수 있음을 이 드라마는 극단적인 형태로 보여주고 있었다.

드라마의 주인공은 자신의 ‘레이크 뷰’ 비용을 지불하는 예전 연인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2GB 구역으로 이전하지만, 얼마 후 그 삶을 견디지 못하고 다시 이전 세상으로 돌아온다. 생각도 자유롭게 할 수 없고, 어떤 활동도 뜻대로 할 수 없는 공간에서 견디기 힘들어 돌아온 것이다. 그 외에도 데이터의 소유량과 빈부의 차이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다양한 에피소드로 보여주고, 그것이 정치적으로도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이 드라마는 아직 방영 중이다. 앞으로의 이야기 전개가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이 드라마는 망중립성이 깨어진 세상이 어디까지 불평등해질 수 있는지는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필자는 망중립성에 대한 글을 몇 차례 써왔다. 이 문제는 망사업자의 수익성과 크게 관련돼 있어 반복해서 폐지가 시도되고 있다. 그러나, 앞서 소개한 드라마에서 극단적으로 보여주듯이 데이터의 중립성 문제는 우리의 삶을 크게 훼손할 수 있다. 재산도 학벌도 평등하지 못한 세상에서 데이터만이라도 평등하기를 바란다. 게임을 하면서도 데이터를 걱정하는 세상만은 오지 않기를 희망한다.

※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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