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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반룡의 게임애가] 대리 게임과 스포츠

  • 정리=김상현 기자 aaa@khplus.kr
  • 입력 2023.12.11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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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로스트 아크’ 레이드 이벤트에서 대리 게임이 문제가 된 일이 있었다. 제작사에서는 철저한 조사와 조치를 선언했고, 상위 10개 공격대 중 6개 공격대의 기록이 삭제됐다. 대리 게임이 문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여러 차례 문제가 됐고, 상업적 대리 게임을 법으로 규제하는 법도 시행되고 있다. 일명 ‘대리 게임 금지법’은 위반할 경우, 최대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을 규정하고 있다.

사실 필자는 게임 업계에 20년이 넘도록 있으면서 대리 게임의 문제가 이렇게 광범위하게 퍼져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칼럼을 쓰기 위해 자료를 찾으면서 예상보다 심각한 상황을 접하게 됐다. 게임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생각보다 쉽게 대리 전문 업체의 광고를 볼 수 있었고, 대리 게임 업체가 적발되도 수익에 비해 벌금이 작아 처벌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도 쉽게 볼 수 있었다.

필자가 대리 게임 문제를 심각하게 느낀 것은, 이런 대리 게임이 공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게임의 본질은 경쟁에 있고, 경쟁은 정해진 규칙 안에서 공정하게 진행돼야 한다. 공정하지 않은 경쟁은 게임의 본질을 훼손한다. 이전 칼럼에서 e스포츠도 스포츠라는 생각을 이야기하면서 게임이 공정한 경쟁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게임에서 대리 게임을 통해 기록을 조작하는 것은 공정한 경쟁이 아니라 결과만을 생각하는 편법이다. 대학 입학시험을 대리로 치는 것이나, 스포츠 선수가 약물을 이용해 도핑하는 것과 같다. 

우리 사회는 구성원의 경쟁을 과도하게 부추기고 있다. 대입, 취직, 결혼, 출산, 육아까지 서로 비교하고, 경쟁 우위를 가지고자 한다. 과도한 경쟁은 승자와 패자를 양분하고, 결과 중심의 사회 문화를 조장한다. 이런 결과 중심의 사회 문화가 결국 여가의 한 부분인 게임조차 즐기지 못하고, 결과만 바라보도록 만든 것이다.

이런 문제의 원인은 교육의 문제나 사회 갈등의 문제, 결과 중심주의 등 다양하게 제시할 수 있겠지만, 결국 문제의 해결에는 사용자의 인식 전환이 가장 중요하다. 개인의 경쟁에 덜 민감한 유럽이나 서구권에서도 대리 게임이 없지는 않으나, 이런 전문적인 기업형 대리 게임의 문제가 크게 제기되고 있는 곳이 한국과 중국 등 사회적 경쟁에 민감한 지역이라는 것은 주목할 부분이다. 사용자의 인식 변화 없이 법적 규제나 처벌만 강화한다면, 결국 대리 게임은 더욱 음지로 숨어들 것이다. 불공정한 승리는 승리가 아니라는 사용자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고. 게임은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을 즐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패자를 무시하거나 조롱하지 않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대리 게임의 문제가 사라질 것이다.

우리가 불공정한 경쟁에 화를 내는 것은, 불공정한 경쟁을 통해 패자가 된 사실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는 경쟁에는 누구도 참여를 원하지 않는다. 게임에서 경쟁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은, 게임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며, 경쟁할 사람이 없다는 것은 승자가 없다는 것과 같다. 패자가 떠나고, 승자가 사라지는 경쟁은 게임으로도, 스포츠로도 의미가 없다. 게임이 스포츠로 인정받기 위해 다양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는 시기에 이런 불공정 경쟁이, 게임이 스포츠로서 가지는 가치를 훼손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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