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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반룡의 게임애가] 게임의 정의는 바뀔 수 있다

  • 정리=김상현 기자 aaa@khplus.kr
  • 입력 2024.01.17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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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서핑을 하다 보면 기이한 형태로 아주 좁은 공간에 들어가 있는 고양이 사진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이런 사진들을 볼 때마다 ‘고양이는 혹시 연체동물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 

얼마 전 우연히 본 다큐멘터리에서 필자보다 더한 생각을 한 과학자의 이야기를 보았다. 2017년 이그노벨상을 수상한 프랑스 리옹대학교의 파르딘 마크 앙투안이라는 학자가 발표한 고양이 유변학이라는 연구이다. 이 연구의 내용은 고양이가 액체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논문의 내용은 아주 길고,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단순하게 요약하자면, 물질의 변화 계수를 표시하는 데보라 수(Deborah number)를 기준으로 관찰자의 관찰 시간에 따라 고양이도 액체일 수 있다는 내용이다. 데보라 수를 수식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de(데보라 수) = 변형 시간 / 관찰 시간

이 주장의 요지는 관찰자의 관찰 시간이 길어지고, 액체를 정의하는 기준이 달라지면, 고양이도 액체일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최근 게임 제작사 대표와 식사를 한 자리에서 게임의 정의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시대가 바뀌고, 하드웨어의 변화에 따라 게임의 정의도 많이 바뀌고 있다는 이야기가 동의한 결론이었다. 많은 제작사가 이런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전통적인 게임을 고집하는 것에 대한 답답함도 이야기했다. 다양한 제작사를 만나서 이야기하다 보면, 퍼즐 게임을 무시하는 제작사나 대작 게임만 바라보는 제작사도 자주 접하게 된다. 그들에게 모바일 게임은 돈을 버는 목적으로 만드는 수준 낮은 게임이고, 퍼즐 게임은 제작팀의 팀워크를 테스트하기 위한 테스트 프로젝트 수준으로 폄하된다. 

필자가 게임업계에 처음 발을 들인 2001년에는 많은 게임 제작자가 작은 화면에서 작은 용량으로 제작하는 모바일 게임을 게임으로 취급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불과 10년쯤 전에는 방치형 게임을 게임으로 보지 않는 시선도 많았다. 지금 국내 게임 산업에서 모바일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이 넘고, 방치형 게임이 매출 순위 상단에 다수 차지하고 있다. 이런 현황은 언제 다시 새로운 전환점이 생겨 바뀌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앞서 이야기한 고양이 유변학의 이야기처럼 정의는 언제든지 변할 수 있고, 게임의 정의도 언제든 바뀔 수 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변형 시간과 관찰 시간의 기준을 크게 바꾸면, 강산도 액체일 수 있다.

※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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