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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반룡의 게임애가] 재미 한 사발 유익 한 스푼

  • 박건영 기자 gun424@khplus.kr
  • 입력 2024.03.18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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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삼국지, 북유럽 신화, 셰익스피어 비극, 김용의 무협지 등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는 고전 문학, 소설, 신화 등을 좋아한다. 그런 취향은 20대에 판타지 소설을 거쳐, 최근에도 다양한 웹소설로 넘어왔다. 이런 작품 중에서도 특히 손꼽는 작품 중의 하나가 그리스·로마 신화이다. 그래서 최근 그리스·로마 신화를 소재로 한 ‘신들의 사생활’이란 방송이 나왔을 때 무척 재미있게 보았던 기억이 있다.

얼마 전 업무상 ‘단꿈아이’라는 회사를 다녀왔다. 이 회사는 ‘신들의 사생활’ 방송의 메인 진행자였던, 역사 분야 강사로 유명한 ‘설민석’이라는 분이 대표로 있는 교육 콘텐츠 기업이다. 약간의 팬심을 섞어 관계자분에게 회사의 안내를 부탁하였고, 여기저기를 안내받아 구경했다. 교육 콘텐츠 기업의 특성에 맞게 아기자기한 실내 장식도 잘 어울렸고, 자체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나 녹음실도 잘 갖춰져 있어 무척 인상적이었다. 다들 열심히 일하는 사이를 관광하는 느낌으로 다니는 것이 조금 죄송하다는 생각이 들 때, 기둥에 붙어있는 많은 표어 중 하나가 시선을 잡았다.

“재미 한 사발, 유익 한 스푼”

이 문구는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면서, 그 안에 유익함을 넣어야 한다는 기업의 콘텐츠 제작 철학을 담고 있는 동시에 콘텐츠는 재미있어야 한다는 우선순위를 보여주는 표어였다.

필자는 현재 대학원에서 게임학과 박사과정을 진행 중이다. 대학에서 게임 관련 연구자들을 만나보면 상당수가 기능성 게임 연구자이다. 그중 특히 많은 사람이 교육용 게임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그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가장 많이 고민하는 지점이 게임의 재미와 교육 효과가 서로 상충하는 부분이다. 이런 교육용 게임은 재미를 강화하면, 기능성 효과가 떨어지고, 교육 효과를 강화하면, 재미가 없다. 그런데 대부분 교육 효과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디자인 방향이 정해진다. 재미는 검증이 어려우나, 교육 효과는 검증이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능성 게임도 게임이다. 게임의 본질은 재미이다. 재미있는 게임을 하면서 교육도 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재미없는 게임은 누구도 하지 않는다. 기능성 게임 특히 교육용 게임은 게임의 재미 요소가 반복적 플레이를 가능하게 하고, 그런 반복 플레이가 반복 학습 효과를 주어 학습 효과를 높여주는 방식으로 구조가 돼 있다. 그러나, 학습 효과를 검증할 때는 반복적인 플레이를 강제하여 실험할 수 있으나, 반복 플레이를 강제하지 않으면, 누구도 재미없는 게임을 하지 않는다. 플레이하지 않으면 학습 효과는 나타나지 않는다.

우리는 특정 목표에 몰입하여, 중요한 본질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자주 본다. 건강을 위한 다이어트가 체중 감량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건강을 나쁘게 하거나, 업무의 효율성을 위해 도입한 시스템이 업무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어 효율이 나빠지는 경우 등이 대표적이다.

게임의 본질은 재미에 있다. 부가적인 요소를 위하여 본질인 재미를 놓치면, 제대로 된 게임이 될 수 없다. 이는 기능성 게임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재미 한 사발에 유익 한 스푼’이다.

※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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